수원지법 형사1단독 최규일 판사는 지난 3월30일 인터넷 온라인 중고서점을 통해 북한 관련 사회과학 서적을 판매하다 국가보안법위반(이적표현물 판매·소지) 혐의로 기소된 '미르북' 대표 K(5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K씨는 건국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면서 학비조달을 위해 인터넷 중고서점인 '미르북'을 통해 온라인으로 각종 사회과학 중고 서적들을 판매해 오던 중 2007년 수원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판매·소지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K씨가 미르북을 통해 판매하던 서적은 모두 4000여 권으로 그 중 수사당국에 의해 이적표현물로 문제가 된 것은 100여 권 정도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서적들은 대부분 국립도서관 및 대학도서관에 비치돼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또한 인터넷으로 검색되고 판매돼 왔던 점, 그밖에 피고인이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행위에 가담했다는 자료는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게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논문을 작성하는데 이 서적 중 일부를 학술목적으로 인용한 사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 서적을 취득해 판매해 온 점 등에서 오히려 학술목적 또는 영리목적으로 서적들을 판매하거나 취득·소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K씨의 사건을 맡아 변호했던 법무법인 다산 서상범 변호사는 4일 "이 사건은 작년 7월 23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0도1189)에 의해 확립된 이적표현물 판매·소지 행위만으로는 이적목적이 추정될 수 없다는 법리가 구체적으로 적용된 사례로서,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서적 판매의 자유와 한계에 관한 기준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