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새로 빚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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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새로운 투자를 필요로 하는 '제조'가 아니라 내 주변에 지천으로 늘린 것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 이안수

지난 월요일(11일)이었습니다. 헤이리에서는 주중에서도 가장 여유로운 요일이기도 합니다. 주말의 인파는 다시 대처로 돌아가 일터로 복귀했고, 그들을 맞았던 헤이리의 각 공간은 주말의 소란을 정리하는 날이기도 하지요.

그 한적한 날에 두 분이 모티프원에 오셨습니다. 월차를 내고 그 한가함을 만끽하는 날을 갖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노을도 완전히 사라지고 헤이리의 가로등이 오직 고요만 비추고 있는 시간, 여자분과 서재에서 만났습니다. 그분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거두절미하고 물었습니다.

- 선생님은 행복하세요?

네, 행복해요.

- 저는 왜 행복하지가 않지요? 제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다 싶은 사람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시간이 나면, 뭘 해야 심심하지 않을까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군요.

- 예. 그 답을 얻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를 묻곤 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모르는 것 같아요.

만나는 누구에게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곤 하나요?

- 저의 직장 사람들에게는 물어볼 수가 없죠. 제가 늘 불만만 가득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가 있으니…. 그렇게 물어도 이해하겠다 싶은 사람에게만 물어요.

지금까지 그 질문에 답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인생을 정리해야할 단계에 다다랐을 때, 적어도 선생님은 '오늘 하루 어떻게 지루하게 보내지 않을까'를 궁리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후회되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 고민이 가치 있다는 것이지요.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보셨나요?

- 저는 지금 32살입니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선생님이 권해주시는 과를 택했고, 졸업 후 그 전공을 살려 몇 해 일했지만 전혀 만족을 느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다시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데 만족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에요. 저는 행복해지기 위해 나름대로 다시 공부하고 도전도 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그곳에 가보니 여전히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좋을까요?

일에 관한한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 앞서 해야 할 것은 선생님이 진정으로 좋아할 만한 일,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내야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 그것을 모르겠어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 남자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면 일이 되어버리니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부분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성공한 만화가가 한 말을 한 구절 읽은 적이 있어요. 좋아서 한 만화가 직업이 되어 있더라는 얘기였습니다. 아마 그분은 남자친구와 같은 생각을 얘기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른 생각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훨씬 만족스럽다고 여깁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더욱 열정적으로, 창의적으로 할 수 있지요.

만약 직업이 되고 보니 그것이 오히려 싫어졌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컨트롤능력을 상실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 만화가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었겠지요. 그분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고, 어느 정도 성취를 했다면(좀 더 직접적인 말로 바꾼다면, '그 분야에서 성공을 했다면') 그때부터 자신의 만족과 시간 그리고 돈과 명예에 대한 균형조절이 필요해요.

그것에 실패하면 성공이 곧 회의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사치스러운 말로 들릴 수밖에 없는, 그런 회의적인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경우, 그 일에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점들을 찾아서 스스로 직업의 만족지수를 높이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먹고 놀기만 한다고 행복해질까요

-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셨나요? 그리고 만족스러웠나요?

기자로 일했습니다. 저는 다른 어떤 일보다 그 직업이 좋았고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 그런데 왜 그만두셨나요?

25년쯤 일을 했고, 나이 들어서는 조직의 강령을 따르기보다 스스로의 주관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립군이 되기를 원했지요. 그런데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100% 만족은 있을 수 없어요. 그 세계에는 분명코 자신을 잠 못들게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자의 경우에도 기자가 취재하고 싶은 것과 독자가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독자가 원하는 취재원을 섭외하기가 항상 쉬운 것은 아니며. 그 취재의 결과로 쓴 기사가 회사의 방침과 마케팅의 관점에서 스크린될 수 있으며, 릴리스된 기사에 악평이 따를 수 있습니다. 기사의 본문 핵심과 다른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 일도 못할 노릇이겠지요. 그럼 조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제가 늘 좋기만 할까요?

혼자 처리해야 될 고되고 어려운 일들이 수시로 저를 막아섭니다. 하지만 제가 더욱 가치롭게 생각했던 주체적인 결정과 실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를 만족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는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직이 아니라면, 사회적 관습이, 생계가 그 자유를 가로막아요. 그렇지만 주관에 따른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많다는 것이 행복한 것입니다.

- 그럼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어요?

행복도 100% 행복한 일이 있었을 수 없어요. 만약 먹고 놀기만 하면 행복하겠다고 여겼던 사람에게 계속 먹고 놀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면 행복의 고지에 다다른 것일까요? 머지않아 그 지루함과 성취감 없는 일상에 대한 불만으로 다시 행복감으로부터 멀어질 것입니다. 행복에 대한 분명한 비밀 하나를 말씀드리면 행복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입니다. 행복은 이미 모든 사람들의 주위에 수없이 떠다니고 있어요.

그러므로 그것을 알아보고 내 마음에 건져 담으면 되요. 행복을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새로운 투자를 하거나, 직장을 그만둘 이유도 없어요. 행복한 적이 없다는 현재의 직장에서도 분명히 행복이 있어요. 예컨대 그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에게 먼저 한번 웃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덕담도 한마디 던지는 거지요. 오늘은 훨씬 예뻐 보인다고…. 그럼 상대도 선생님을 향해 웃어줄 테고. 그럼 선생님은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지는 겁니다.

'지금 내가 행복한 이유 10가지'

그분은 본인이 밝힌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고, 이런 젊음을 갖고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를 찾는 다른 사람이 왔고, 나는 그분과 행복에 관한 얘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그분께 말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물음에 30분 이상 기꺼운 마음으로 답해드렸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지금 내가 행복한 이유 10가지'를 이 노트에 적어서 보여주세요. 오늘 밤에 지금 선생님과 함께 있는 그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보는 겁니다."

그녀는 흔쾌히 제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노트를 들고 서재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경쾌한 목소리로 그 노트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숙제 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