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상처를 입어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토에세이] 큰괭이밥

등록 2011.04.18 09:18수정 2011.04.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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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괭이밥 광덕산
큰괭이밥광덕산김민수
▲ 큰괭이밥 광덕산 ⓒ 김민수

 

'빛나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큰괭이밥'은 산의 계곡 근처에서 피어나는 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노란꽃을 피우는 괭이밥과 다르게 이른 봄에 꽃을 피우고, 꽃이 핀 뒤에 이파리를 냅니다. 위의 사진이 거의 실물 크기이니 그리 크지도 않건만, 괭이밥에 비하면 '큰' 괭이밥입니다.

 

이름에 '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고양이'와 당연히 관련이 있습니다.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 하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개가 풀잎에 맺힌 이슬을 핧아먹는 모습이 마치 풀을 뜯어 먹는 것처럼 보여서 생긴 말입니다. 그런데, 개와는 식성이 비슷한 것 같은 고양이는 실재로 풀을 뜯어 먹습니다.

 

큰괭이밥 퇴촌
큰괭이밥퇴촌김민수
▲ 큰괭이밥 퇴촌 ⓒ 김민수

 

배가 고프면 고양이가 풀도 뜯어 먹는데, 배가 고프지 않아도 복통이 나면 고양이가 뜯어 먹는 풀이 있습니다. 그것이 괭이밥입니다. 그러니까 괭이밥은 고양이의 배를 편안하게 해주는 약인 셈입니다.

 

동물들에게 약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풀꽃, 그들을 잘 연구해 보면 사람에게도 좋은 약효효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꽃은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일단 싹을 내면 어떤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려고 노력을 하고, 꽃을 피운 뒤 상처가 나도 끝내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파리나 꽃잎이 상해도, 심지어는 줄기에 심각한 상처를 입어도 끊어지지만 않았으면 온 힘을 다해 열매를 맺습니다.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지요.

 

큰괭이밥 퇴촌
큰괭이밥퇴촌김민수
▲ 큰괭이밥 퇴촌 ⓒ 김민수

 

봄이 오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여름처럼 덥습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찾는 퇴촌의 봄은 조금 늦습니다. 이제 겨우 매화 몇 송이 피기 시작하고, 숏다리 처녀치마에, 지난 주 겨우겨우 황금빛 괭이눈이 계곡을 따라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에서야 겨우 앵초 꽃몽우리가 간혹 보랏빛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푸른 빛이 낮은 곳으로부터 점차 위로 올라옵니다.

 

봄은, 숲의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옵니다. 그리고 점점 위로 올라가지요. 나뭇잎이 하늘을 가리기 전에 작은 들풀들이 먼저 피어나고, 그들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면 그들보다 조금 키가 큰 것들이 피어나고, 그들까지 온전히 씨앗을 맺고나면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숲의 보호막에 해당하는 가장자리를 지키는 덩굴식물들이 튼튼하게 자라나 숲을 드나들기 힘들게 만듭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나면, 숲은 자기들의 비밀스러운 잔치를 끝내고 풍성한 열매를 내어놓습니다. 열매를 온전히 맺은 후에야 비로소 숲을 공개합니다. 누구나 숲의 가장 깊은 곳까지 훤히 바라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큰괭이밥 퇴촌
큰괭이밥퇴촌김민수
▲ 큰괭이밥 퇴촌 ⓒ 김민수

 

절묘하게 피어나는 순간에 그들을 행운처럼 만나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어떤 날도 아닌 그 시간 그 순간 그 햇살이 어우러져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꽃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아주 간혹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삽니다. 그러다보면 매일매일이 어떤 날도 아닌 그 시간 그 순간 그 햇살로 느껴지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아, 저 사람 되었구나!"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운수 좋은 날입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매일매일, 사실은 운수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여전히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 노력만 가지고는 이렇게 살아갈 수 없으니 운수 좋은 것입니다.

 

아무리 완벽한 날, 단아하게 피어난 꽃이라도 하루 이틀 지나면 상하기 마련입니다. 비와 바람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처를 입어도 꽃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상처가 있어 더 강인한 들꽃으로 거듭납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그 누군가가 이미 겪었던 고통이며 동시에 이겼던 고통'입니다. 그러므로 성숙한 사람에게 '절망'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입니다. 

삶이 아프신가요? 
이미, 그보다 더 큰 아픔을 당당하게 이겨낸 분이 있습니다.
저 작은 들풀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2011.04.18 09:18ⓒ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그 누군가가 이미 겪었던 고통이며 동시에 이겼던 고통'입니다. 그러므로 성숙한 사람에게 '절망'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입니다. 

삶이 아프신가요? 
이미, 그보다 더 큰 아픔을 당당하게 이겨낸 분이 있습니다.
저 작은 들풀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큰괭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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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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