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민주올레 행사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근혁
'곽노현 선생님' 수업보다 웃찾사 티켓이 더 인기마로니에공원 들머리에서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라이트코리아 등 6개 보수단체 회원 40여 명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 30여 명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확성기에서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다음처럼 울려 퍼진다.
"민주올레 행사는 민주, 인권을 빙자한 친북반미 좌편향 이념교육입니다."비슷한 시각, 기자회견장으로부터 20여 미터 떨어진 마로니에공원 공연장에서는 '민주주의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먼저 가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진행되고 있다. 4·19민주올레 개회식에 참석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지역 중고생 300여 명은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번 행사 참여 예정인원은 2000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해 '체험학습 가이드북'을 받아간 중고생은 900여 명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별 2∼3명으로 참여 가능인원을 제한한 데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 일제히 '정치동원행사'라고 보도한 뒤 일부 학생이 참석을 포기한 결과다.
곽 교육감이 무대에 섰다.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늘은 놀토가 아니라 갈토(학교 가는 토요일)죠? 현장체험학습에 참여한 여러분들 정말 환영합니다. 오늘은 교육감이 국어, 역사 선생님이 되어 잠깐 공부해볼까 합니다."곽 교육감은 신동엽이 쓴 4·19 추모시 '산에 언덕에'를 읽어가며 4·19혁명의 참뜻을 설명했다.
"오늘 여러분은 현대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민주정신을 심어준 4·19 혁명과 만나는 것입니다."20여 분 동안 진행한 '곽 선생님'의 수업 분위기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일부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렸다. 무대에서 내려온 곽 교육감에게 박상주 비서실장은 웃으면서 "집중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수업'보다 인기를 더 얻은 것은 비보이 공연과 사회를 본 개그맨 손민혁의 웃찾사 무료관람티켓 나눠주기였다.
대회진행을 맡은 민간단체인 '시민주권' 대표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5분간에 걸쳐 4·19와 민주올레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 다른 나라가 민주국가를 못 만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러분의 할아버지가 독재를 무너뜨려서 민주정부를 만들었어요. 여러분은 이제 데모 안 해도 됩니다."이 같은 발언이 나온 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가 행사장 뒤쪽에서 "야 이놈들아"라고 외치면서 학생들 머리 위로 유인물을 던지기도 했다. 이 유인물에는 "북 3대 세습 독재에 침묵하는 종북 쓰레기들을 쓸어내자"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