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탄 뇌병변 1급의 이창준(25)씨.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씨의 서울 나들이는 만만치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주에서 서울로 가려면 기차가 유일한 방법이다. 버스는 계단 때문에 혼자서 탈 수 없고, 도움을 받아 탄다고 해도 휠체어 놓을 곳이 없다. 할인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50%를 할인해 주는 기차를 탈 수 있는데, KTX는 전주역을 통과하지 않고, 새마을호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 전주에서는 장애인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무궁화호 열차만이 3호 차량에 있는 72개의 좌석 중 8개 좌석을 없애고, 휠체어 4대 정도가 들어갈 공간이 확보돼 있다. 또한 3호 차량에는 장애인용 경사장치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탄 채로 기차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사장치는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수동으로 작동시켜야 하고, 그나마 노후한 것이 많아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씨는 "수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힘들기도 하고, 고장 난 경우도 많아 경사장치를 빼지 않고 그냥 힘으로 휠체어를 들어 태워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현재 점진적으로 KTX를 늘리고 있어 무궁화호 열차를 새로 구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개량 작업 역시 고려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 그대로 감수하고 사용할 수밖에 없다.
기차표를 사고 플랫폼까지 가는 과정도 힘들다. 계단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엘리베이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완공되기 전까지는 위험한 선로 위를 지나야만 한다.
이씨는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평평한 길은 화물을 옮기는 선로 위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차를 탈 때마다 선로를 가로질러 기차에 탔다"고 한다. 전주역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1981년 이후 30년 간 기차를 이용한 장애인들은 모두 이런 위험을 감수해왔다는 말이다.
기차에 탑승해도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무궁화호의 화장실은 수동휠체어에 맞춰있어 크기가 큰 전통휠체어를 타는 경우 화장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대 4대의 휠체어 공간만이 배려돼 있어 5명 이상이 한 번에 탑승할 수도 없다. 그나마 정기 검수기간에는 객차를 순서대로 살피면서 장애인 객차가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탑승을 포기해야만 한다.
2010년 기준 도내 등록 장애인은 전체 도민 186만8963명의 7.2%인 13만4235명에 달한다. 장애유형과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들이 모두 무궁화호 3호 차량 이용 대상자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창준씨는 "장애인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동권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장애인은 집에만 있어야 하고, 그로인해 재활의지마저 꺾여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주역 관계자는 "지금 플랫폼까지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작업을 하고 있고, 6월쯤이면 이동식 장애인 휠체어 승강리프트가 도입돼 승하차가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며 "9월 말에 KTX까지 개통되면 휠체어 장애인의 기차 이용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주역의 무궁화호 일 운행 횟수는 상하행 각 13편이고, 4월 들어 19일까지 누적 장애인 이용고객은 총 6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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