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나눔 아니라 경험나눔"

[인터뷰] 15년째 무료법률상담하는 강진기 변호사

등록 2011.04.21 11:07수정 2011.04.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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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상 좋은 강진기 변호사

인상 좋은 강진기 변호사 ⓒ 박영미


"저의 나눔은 대단한 지식으로 도움을 주는 게 아닙니다. 미리 겪은 경험을 나누는 것뿐입니다. 농부에게 농사짓는 법(경험)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제가 하는 나눔은 지식나눔이 아니라 '경험나눔'입니다."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월요일. 이날은 강진기(54) 변호사의 무료법률상담이 있는 날이다. 올해로 15년째. 강산도 변한다는 10여년을 훌쩍 넘기고 지금도 한결같이 법률 상담을 자처하고 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여건과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로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필요한 사람들. 긴 세월 동안 그는 법적인 절차를 알지 못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시민들에게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법적인 조언을 해왔다.

1995년 무렵 법조계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때, 강 변호사는 무료법률상담을 시작했다. 법률적 도움을 주는 동시에 법조인을 어려워하는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군산나운종합사회복지관과의 인연은 그때 맺었다. 법 없이 살아도 될 사람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는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가슴으로 들어줬다.

"상담내역을 보면 가족관계문제가 상당합니다. 가족을 사랑한 만큼 실망도 컸겠지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뢰자도 상담자도 저절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오죽했으면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겠습니까. 어쩔 땐 들어주는 것 말고 해결해 주지 못할 게 너무 많아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의뢰자들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습니다. 그들의 아픔과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 것 같았습니다."

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게 많다는 강 변호사. 그는 오랜 상담 결과, 의뢰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우선이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의뢰자 입장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역지사지의 입장을 마음 속에 품었다.

5남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강 변호사는 대야초등학교를 나와 남성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 꽤나 했던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법조인을 꿈꿨다.


그야말로 선생님 말씀 잘 듣는 학생으로 소문이 났던 강 변호사는 어린 나이에도 '선생님 입장이라면 어떤 시험문제를 낼까' 고민했고, 그러기 위해선 수업시간에 집중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복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이게 그의 공부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89년 4월 고향인 군산으로 내려와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한 그는 두 딸을 둔 평범한 아버지이자 변호사, 그리고 상담사 등 다양한 직분을 수행하며 성실히 살고 있다.


평소 '역지사지와 배려'가 좌우명인 강 변호사. 그의 세심한 배려는 사무실 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철문으로 된 사무실 문을 유리문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는 폐쇄적이고 딱딱한 철문보다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이 훨씬 편안하고 개방적인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철문 앞에서 주춤하는 의뢰인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계획이다.

"이웃 간 돕는 일은 나를 돕고, 내 가족을 돌보는 일과 같습니다. 자포자기 했던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의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가 무료법률상담을 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강 변호사. 이 눈물 한 방울로 얼마나 많은 의뢰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줬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강진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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