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예방 캠페인 이미지.
한국여성의전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이혼을 청구한 부부에게 상담처분을 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담처분을 가정폭력 피해자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적용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3월 8일, 이혼 소송 첫 기일이었던
장씨는 남편과 8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처분받았다. 장씨는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쉼터로 피신한 적이 두 차례나 있었고 이미 재판부에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아무런 고려 없이 부부상담의 이름으로 장씨를 위험한 상황으로 내 몰았다.
"남편이 계속 친정집으로 전화해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하며 "지금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피해자는 접근금지가처분을 할 만큼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지만 법원에서는 남편과의 상담명령을 내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안산지방법원은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담 등을 이유로 피해자의 안전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다행히 안산지방법원 담당판사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제기한 아내폭력 피해자 안전권 문제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가정폭력이 있는지를 보다 면밀히 살피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상담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미성년 자녀의 양육권 문제로 인해 상담이 필요할 경우라면 가해자와 분리해서 상담하고 이때 피해자의 상담일자 및 장소는 가해자가 모르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폭력남편은 '가장'이 아니라 '가해자'아내폭력은 분명히 범죄이지만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폭력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고소를 하더라도 불기소 또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는 비율이 80~90%를 웃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가정폭력사건의 특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보다는 사회 내 처우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사건처리에 있어서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법률신문, 2011. 4. 11).
가정 해체를 막기 위해 가해자를 관대히 처벌한다고 하지만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 '가장'이 아니다. 남편을 신고하는 일부터 쉽지 않은 한국의 정서에서, 폭력남편 고소는 폭력관계를 끝내고 가족을 보호하려는 아내폭력 피해자들의 절실함이 전제된 것이다.
이런 아내들의 시도에 대해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로 응답할 때, 돌아오는 것은 반복되는 가정폭력과 가정의 해체다. "가정폭력에 단호히 대응하라"는 아내폭력 피해자 지침은, 당사자뿐 아니라 법원과 경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피해자는 가정을 해체하는 사람이 아니라 폭력을 해체하는 사람이다. 평생을 폭력관계에 얽매어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폭력을 해체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해 온 피해자들의 움직임을 이제는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마지막 방법으로 위험을 무릅쓴 탈출을 감행할 때에는, 최소한의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안전을 사회에서 보장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홍미리는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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