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00~2002년 동안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불과 1만5000~5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이 대통령뿐이면 다행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대전 유성구의 밭과 충북 청원군에 있는 임야를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드러났다. 최 장관은 거래 사실조차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그걸 어느 누가 믿겠는가. 더구나 서울 강남 오피스텔 임대소득에 대한 부가가치세 탈세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140억 원대의 자산가인 그는 현 정부 초기 기재부 차관으로서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을 도와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한 전력도 있다. 종부세 무력화로 그는 수천만 원의 종부세를 줄일 수 있었다.
'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10억 원대의 부동산을 3년 이내에 팔고도 등기날짜를 맞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낙마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시민권자인 딸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현직 정부의 장관이나 정치인이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탈세를 하거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미납한 경우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엄정한 처벌을 비켜갔다. 진수희 장관만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대한민국 '비자금과 탈세의 원천'으로서 건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의 주요 통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지목한 것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설업이라고 하면 부패와 복마전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부분 사람들이 건설부패를 통해 얼마나 많은 비자금이 조성되고 탈세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이 같은 비자금과 탈세가 전방위적으로 만연된 뇌물 수수 실태와 직결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면 건설업계는 어떤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까. 우선 원도급업체는 하도급 업체와의 '이중계약'을 맺는 수법을 가장 많이 쓴다. '이중계약' 외에도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의 수와 근무 일수, 지불임금 등을 조작하면 손쉽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다. 공사장 인부들은 대부분 일용직이어서 이들의 수입 등이 국세청 등에 잘 잡히지 않는 맹점을 노린 것이다. 한 공사장의 노무관리직원은 한 가마니의 목도장을 가지고 다닌다.
또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도 고용한 것처럼 처리되는 경우 발생한다. 2005년부터 1개월 미만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고용보험이 확대적용 돼 이 수법을 통해 형성되는 비자금이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 동원하는 중장비 대수 및 가동 일수, 사용하는 각종 자재의 수량 및 단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수법은 여전하다. 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를 하거나 하청업체와의 거래 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도 동원된다.
건설업체들은 또한 매출액을 실제보다 적게 분식회계해 세금을 줄이기도 한다. 이때 이용되는 게 공사 진행률이다. 아파트 건설공사는 1년 만에 끝나는 공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올해 공사가 40% 진행됐더라도 30%만 진행된 것으로 바꿔 매출액을 줄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가 멋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미분양 물량이야말로 건설업계의 관행화된 회계 부정과 탈세 실태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종 부도 처리된 엘드건설이 준공한 대전 도안신도시의 아파트 분양 물량 1253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분양 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엘드건설이 미분양 물량으로 신고한 것은 불과 2가구에 불과했다. 아파트 분양 수입은 건설업체의 핵심적인 매출이자 수입 원천인데, 회사가 부도날 때까지 분양 매출이나 수입조차 제대로 잡히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의 건설사들은 이중 회계를 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한 시스템통합업체 관계자는 "한 건설업체가 사내 회계시스템을 구축할 때 처음부터 두 개의 회계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 같은 실태가 업계 내에 만연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또 한 외국계 투자은행 고위 간부도 "건설업체들의 회계장부는 건설업체 스스로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믿을 수 없어 외국 자본이 인수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운데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