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깡패같은애인>의 명장면 "어깨 펴~ 니 잘못 아니야"
(주)JK필름
동철은 깡패치곤 조금 어설프다. 자주 맞고 다닌다. 나름 서열은 높지만 그것 빼곤 사실 시체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그 세계에서조차) 루저다. 세진은 성적우수장학금을 4년내내 받아봤자, 또 토익점수가 상위 3%안에 들어간다 한들, 사회적 차별의 최전방에 있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지방대 출신이자 여성이라는 조건을 갖춘 루저에 불과하다.
현실은 이런 조건을 '정당한 차별'의 근거로 삼는다. 그것도 매우 폭력적으로. 어떤 면접관은 시간 없다고 질문조차 하지 않고, 어떤 면접관은 손담비 춤을 추라면서 모욕을 준다. (과장된 묘사이지만, 기업의 압박면접은 사실 이것과 다르지 않다!) 누구는 취업을 빌미삼아 성관계를 요구한다.
사회라는 것이 '정상'이라는 껍데기로 포장만 되어있지, 실상 그 내면은 더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제대론 된 사회'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그 껍데기만 보아도 '비정상'의 극치인 깡패 동철이다.
"우리나라 백수들은 착해요. 뉴스 보니까 프랑스서는 백수들이 일자리 내놓으라고 다 때려부수고 난리든데. 우리나라 백수들은 그게 다 지 탓인줄 알어. 새끼들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너도 취직 못한다고 욕 하고 그러지 마라. 정부가 다 잘못해서 그런 거야 이게. 니 탓이 아니라구. 그러니까 당당하게 살어." 승자독식사회의 신기한 점은 이 (지랄같은) 구조가 (매우 견고히) '유지'된다는 거다. 이건 이 사회의 희생자들조차 이 시스템에 동의하기에 가능한 거다. 희생자가 스스로의 피해를 묵인하는데 가해자가 사회적 제재를 받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피해자는 가해자를 '멋지다'고 하며, '롤 모델'로 삼는 판에, 가해자가 더욱더 가혹하게 이 체제의 존속을 위해 매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
결국 최초의 피해자는 더욱 '힘들어진' 장벽을 만나게 되고 이는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 상황에 이르면, 사회는 이들을 루저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리고 동반설명 첨가. "저렇게 게을러터졌으니 저 모양이지." 이 구조의 악순환은 이렇게도 간단하면서도 폭력적이다. 모두가 다 바보이지만 마치 그게 정상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동철만이 이를 정확히 꼬집는다.
그런 동철이 보기에 이 상황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는 깡패라서, 루저의 삶이 대수롭지 않은데, 대학원까지 나온 멀쩡한 옆집여자에게 자신의 찌질한 모습이 투사되는 건 상식적으로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