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전에서 60km 이상 떨어져 있는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의 외곽에 있는 설산과 마을전경.
최예용
비행기가 하네다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하지만 입국 수속을 밟는 승객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대부분 마스크를 했으나 도쿄의 하늘은 맑았고 황사는 없었다.
나는 가족들에게 황사 조사를 위해 중국에 출장을 간다고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출장 목적지를 아는 지인들은 "네가 왜 그곳까지 가야 하느냐?"며 걱정의 눈길을 보냈다. 그랬다. 어느덧 일본은 우리에게 금기의 땅이 되어가고 있었다.
후쿠시마 조사는 주민들의 피해 상황과 일본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고 현실적인 방사능 방재 매뉴얼 및 교훈을 찾기 위해서 기획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6명이 참여했고 환경재단이 후원했다.
(*별도의 표기가 없는 방사능 수치는 '시간 당 마이크로시버트(uSv/h)' 즉 1=1uSv/h이며, 거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의 직선거리를 나타냄)[하네다 공항 → 이와키시 의회] 방사선량 0.24 → 0.66하네다 공항에서 이와키시로 출발하면서 주차장의 방사선량을 측정하니 0.24였다. 이는 평상시 방사선량(0.05)의 4.8배에 해당한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무거운 발걸음과 마스크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고 원전에서 남쪽으로 43km 떨어진 이와키시 의회에서 사토 시의원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쓰나미 피해 후손임을 강조했다. 에도시대(200년 전)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왔으며 그때 여러 마을이 수장되고 조상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4년 전부터 지진 대비를 위해 방재구역을 10km에서 30km로 확대할 것과 원자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최악의 원전사고 앞에서 이와키시는 속수무책이다. 그는 주민들에게 "100km 밖으로 도망가라! 최소 30km 이상 도망가라!"고 말한다. 현재 약 34만 명 중 1/3이 완전히 피난을 떠났다. 그는 방사선량이 평상시의 10배에 달한다며 어린이와 임산부 등을 빨리 피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키시는 강제피난구역(20km) 바깥에 위치하고 있어서 정부의 별다른 조치가 없다. 조사단이 의회 주차장의 방사능을 측정했더니 0.66이다. 평상시의 13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