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군산 백과사전' 보셨나요?

5년 째 '내가 사랑하는 군산' 인쇄물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 이상우씨

등록 2011.04.27 18:02수정 2011.04.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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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우씨의 개인사무실, 택시
이상우씨의 개인사무실, 택시박영미

"제 개인사무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컴퓨터, 잡지, 신문, 안마의자, 노래방기계, 문화알림판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상우(40)씨의 사무실. 이곳은 다름 아닌 '택시' 안이다. 탑승하자마자 볼거리 천지. 오늘자 신문부터 군산시민문화회관 4월 공연안내, 영화상영 일정, 잡지, 격언(명언) 등 어떤 것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 찰나,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직접 만든 책자 '내가 사랑하는 군산'
직접 만든 책자 '내가 사랑하는 군산'박영미

「내가 살고 있는 군산!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제가 정성껏 편집한 '내가 사랑하는 군산'을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가로 15cm, 세로 20cm 가량의 인쇄물. 총 36페이지로 구성된 이 책자는 2007년 5월(초판) 처음 만들어졌다. 이름하여 '내가 사랑하는 군산'. 이 인쇄물은 군산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과 군산에 처음 오는 방문객을 위해 만든 비영리목적의 자료집이다.

▲군산의 행정구역 ▲군산의 역사 ▲군산의 산, 평야, 천 ▲군산의 주요관광지 ▲군산지역에 알려진 팔경 ▲군산에 있는 정려비 ▲군산에 있는 지정 보호수 ▲체험마을 ▲군산의 문화재 ▲도보여행(구불길) 길잡이 ▲고군산군도 등 군산에 관련된 상당한 정보들이 수록돼 있다. 현재까지 총8판 인쇄된 '내가 사랑하는 군산'은 상우씨가 직접 편집했으며 그의 친구, 이용일씨가 인쇄 일체를 지원해줘 제작됐다.

 개인택시기사 이상우씨
개인택시기사 이상우씨박영미
"모범운전자회 소속 개인택시를 운영하면서 저의 자부심은 남달랐습니다. 어느 날은 외지고객이 제가 모르는 군산 유적지를 물어보는 거에요. 그동안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더 분발해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연유로 '내가 사랑하는 군산'이라는 책자가 나오게 됐고, 지금도 향토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2002년 택시 운전대를 잡은 상우씨. 그의 남다른 자부심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나타났다. 첫 번째 서비스는 신문과 잡지 놓기였다. 고객들의 반응은 생각 외로 뜨거웠다. 그리고 상우씨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상우씨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고객 서비스는 문화행사 알림이었다. 오늘의 영화시간표를 붙이게 됐고, 군산시민문화회관 월별 행사일정을 내걸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택시 안엔 항상 이야기 꽃이 피었다. 고객과의 이야기 소재는 영화를 비롯 무궁무진했다.


 택시 뒷 자석, 고객 편의를 위해 신문, 잡지 등이 배치돼 있다
택시 뒷 자석, 고객 편의를 위해 신문, 잡지 등이 배치돼 있다박영미

 택시 앞 자석에서 컴퓨터 및 안마의자, 문화알리판까지 있다.
택시 앞 자석에서 컴퓨터 및 안마의자, 문화알리판까지 있다. 박영미

"제가 택시기사가 되고 나서 철칙으로 삼은 것이 있습니다. 제 택시에 탄 고객을 기분 좋게 내리게 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한 기분 나쁘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되고요. 그러다 보니 작은 것들이지만 고객 서비스를 실천하게 됐습니다. 고객들이 만족하고 택시에서 내리는 것이 일하는 최대의 보람입니다."

고객 서비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내가 사랑하는 군산'은 상우씨를 반(半)향토사학자로 만들었다. 처음엔 종이 한 장이었던 인쇄물이 5년이 지난 지금 36페이지로 늘었다. 그동안 상우씨는 군산과 관계된 서적을 찾아 읽고, 관광지나 문화재를 직접 찾아가는 등 향토연구에 대한 남다른 집념과 열정을 보였다.

그렇게 4년 정도가 지나자 '달리는 군산백과사전'이라 할 정도로 군산의 역사, 지리, 문화재 등 모르는 게 없어졌다. 그가 이 정도로 향토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택시의 역할이 컸다. 한번 갔던 유적지도 손님을 태우고 또 다시 방문하기에 기억에 오래 남았다.   

"제가 향토연구를 시작한 건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관심이 욕심으로 변한 걸까요. 계속 더 많은 걸 알고 싶더군요. 그 과정에서 김중규 학예연구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김 학예연구사는 향토사학자가 되고 싶다는 저에게 응원과 용기를 줬죠.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지금보다 더 열심히 향토연구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향토연구를 위해 한문 경독을 배우고, 사진기도 구매할 계획이라는 상우씨. 그의 달리는 사무실(택시)에는 오늘도 '친절'과 '서비스', 그리고 '그가 사랑한 군산'이 실려 있다. 
#이상우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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