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보태러 온 생활협동조합원들반나절 일손 돕고 내친김에 개울에 가서 물고기도 잡고.
김혜영
작년 시골어르신들 도움 반, 도시 사람 도움 반으로 오미자 농사를 지었습니다. 일의 방식을 바꾸어 주말농사의 문제점을 보완한 겁니다. 오미자를 따는 것과 풀을 제초하는 것은 손이 많이 가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도시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판매도 자연스레 그들을 통해 다 했습니다. 그들 스스로 기르는 것에 참여했기에 농약이나 화약비료 걱정없이 안심하고 구매한 것입니다. 한 해 그렇게 농사짓고 나니 올해에는 오미자 꽃도 피기 전에 직접 따서 사 가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열리기도 전에 다 판 듯합니다.
나는 어느 새 오지랖이 넓은 아지매가 되었습니다. 눈 밝고 글 알고 걸음 잰 젊은이(늙도 젊도 아니한 나이지만 시골에서는 젊은이입니다)로 여기 마을 어르신들이 농사지은 이것 저것의 판매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힘 닿는 대로 팔아 드리려고 애를 씁니다.
올해는 순수익 500만 원을 목표로 하지만 작년엔 남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왔다갔다하는 경비가 많이 들었고 농사장비를 구입하는 비용도 솔찬히 들었습니다. 경제적인 손익계산으로는 못할 짓이지만 다른 즐거운 일도 많았습니다. 힘이 세졌고 정신이 강건해졌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갈 곳이 생겨 좋아라 합니다. 도시에서의 일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차 줄어들 것이고 여유시간이 느는 만큼 시골에서의 체류시간이 점점 길어질 겁니다.
기르는 것은 사람을 건강하게 합니다. 더군다나 시골에서 자라 농사본능이 뼛속에 각인되어있는 우리같은 사람에게는 농작물을 기르고자 하는 욕구도 아주 강렬해 채우지지 않음 행복지수가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잊을 만하면 "김서방은 직장 잘 다니고 있나?" 하고 묻습니다. 우리가 하던 일을 접고 귀농한다 할까봐 겁을 내는 거지요. 당분간은 완전 귀농보다 왔다리 갔다리 하며 농사를 지을 겁니다. 뭐든 형편껏 하면 큰 무리가 따르지 않으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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