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 모인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이들을 막는 경찰에게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남소연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임박했다. 상대는 국가와 대주주를 포함한 저축은행 등이다. 조형수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3일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의 유착의 책임을 물어 국가가 부실 금융기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주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을 뿐 아니라, 검찰 발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조직적 비리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영업정지가 내려진 8개 저축은행의 5000만 원 초과 예금은 모두 2537억 원(3만7495명)이다. 부실 저축은행 고객 3632명이 보유하고 있는 후순위채권 규모는 1514억 원에 달한다.
"저축은팽 피해자, 국가와 저축은행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할 것"조형수 변호사는 "조만간 국가와 저축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된다. 조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영업상 부실에 대해 인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엉터리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BIS 비율이 7.16%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50.29%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를 뺀 순자산은 1조6800억 원에 달했다. 다른 저축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금융당국의 정기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발표는 더욱 가관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1년부터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들이 소유한 120개 특수목적법인에 불법적으로 4조5942억 원을 대출해 줬는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당시부터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했지만, 경미한 사안만 적발했다.
검찰은 향후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금감원 감사 무마를 위해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혀, 향후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금융당국의 묵인이나 방조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관리감독 부실로 인한 손해배상 판례는 이미 존재한다. 지난 2002년 1월 전북 군산 윤락업소 화재사고로 숨진 종업원 11명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2008년 4월 대법원은 경찰관이 뇌물을 받고 윤락 단속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국가가 사망자 한 사람 당 1000만~2000만 원씩 배상하라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은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행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비리사건을 사전에 미리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발표했다.
"후순위채권 판매는 사기 성격 짙다... 일반 채권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