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진보정당을 액세서리 취급했다"

[스팟 인터뷰]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이번 일 계기로 정책연대 검증 강화될 것"

등록 2011.05.05 00:54수정 2011.05.0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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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일 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경위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4일 밤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경위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남소연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민주노동당 의원 6명은 하염없이 본회의장을 바라 보고 있었다. 4일 오후,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로 한-EU FTA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 후 여당 의원들은 썰물 빠지듯이 빠졌고 본회의장은 텅 비어 있었다. 반대 토론 기회마저 다수의 힘에 의해 빼앗겨 버린 소수 정당 의원들은 허탈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겨 본회의장을 나왔을 때 조승수 대표의 얼굴은 침울해 보였다.

조 대표는 이 날 본회의에 들어가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EU FTA 비준 동의안의 문제점들을 정리한 68쪽에 달하는 토론문을 준비했었다. 이 날 오전 가장 먼저 반대 토론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언대 앞에는 서보지도 못했다.

"한나라당의 일방독주, 민주당의 오락가락이 만들어낸 참담한 사태"

한-EU FTA 비준안이 통과된 뒤 본회의장 앞 로비에 선 그는 "수가 모자라서, 힘이 모자라서, 협상과정도 엉터리, 후속대책도 아무 것도 없는 한-EU FTA를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통상관료의 말 놀림에 휘둘려서 졸속으로 처리된 한-EU FTA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 농민, 영세상인들이 져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일방독주, 민주당의 오락가락 이 만들어낸 이 참담한 사태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새롭게 당당히 맞서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민주당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책연합을 액세서리 취급한 민주당은 진보정당 역시 액세서리 취급을 것이다, 우리가 그 역할을 계속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계속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야권연대는 선거 공학적인 후보 단일화 보다는 정책 연대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EU FTA 비준 동의안은 처리됐지만 문제제기는 계속할 뜻을 비췄다. 그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검증과정이 미흡했음을 계속 지적할 것"이라며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EU FTA 재협상을 한다고 약속했으니 이에 대한 이행 여부도 계속 감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오마이뉴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민주당의 우왕좌왕, 유감이고 실망스럽다"

- 한-EU FTA 비준 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가치연대에 대해 얼마나 쉽게 생각했는지 드러난 것이다. 정책 연합을 액세서리 취급한 민주당은 진보정당 역시 액세서리 취급한 것이다. 우리가 그 역할을 계속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이번 일을 계기로 야권연대는 선거 공학적인 후보 단일화 등 외형적인 지점보다는 가치·정책에 대한 연대가 더 중요하게 강조될 것이다. 그 연대의 내용에 대한 확인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제 1 야당으로서 마지막까지 우왕좌왕한 것에 대해 유감이고 실망스럽다."

- 민주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민주당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 일이지만, 한-EU FTA 협정문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민주당, 의장석 점거하는 방식으로 반대 의견 표출하길 바랐지만..."

- 불참이 적극적인 행보가 아니라고 본 것인가.
"본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민주당에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의원들이 의장석에 올라갈 것임을 전달했다. 개별 의원들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민주당이 판단할 바이긴 하지만, 의장석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해 주길 바랐다."

- 앞으로 민주당과의 관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야권연대가 갖는 의미, 합의 등에 대해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다룰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과정이 가져온 의미 중 하나다."

- 한-EU FTA 비준 동의안이 처리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전문가들은 꾸준히 한-EU FTA 협정이 각 분야별로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할 것이고, 정부와 한나라당의 검증과정이 미흡했음을 지적할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EU FTA 재협상을 한다고 약속했으니 이에 대한 이행 여부도 계속 감시할 생각이다."
#조승수 #민주당 #야권연대 #한-EU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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