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먹는 물보다 공업용수가 더 급해?

등록 2011.05.10 15:33

수정 2011.05.10 15:33

▲10일 오전 구미시 형곡동에서 주민들이 비를 맞으며 소방차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조정훈

구미취수장 가물막이 유실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지 사흘이 되었지만 10일 오전까지도 물공급이 원할하지 않다. 이에 대해 구미시민들의 원망이 자자한데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가 9일 오후 생활용수를 공업용수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9일 오후 생활용수의 상당량을 예고도 없이 공업용수로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돗물이 공급되던 지역의 시민들이 물을 추가로 확보해 놓지 않았다가 낭패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구미시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갑자기 수돗물 공급이 중단돼 알아보니 수자원공사가 임의로 공업용수로 돌렸다는 것을 알았다"며 "구미시와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미시장과 수도사업소장 등이 수자원공사 구미권광역관리단에 항의해 오후 늦게부터 생활용수 공급이 재개됐다"며 "고지대에는 비상급수차량 68대를 동원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윤석 구미권관리단장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임의대로 분류해 내보내진 않는다"며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비율을 4:1 정도로 해서 내보내기 때문에 생활용수 중단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수돗물 공급이 안돼 불편을 겪고 있는 구미시민은 10만 가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평동의 한 김밥가게 아주머니는 "어제 하루종일 물이 안 나와 장사도 못했는데 오늘 아침까지도 물이 안 나온다"며 "피해보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형곡동에 사는 김호일(교사)씨도 "물이 안나와 세수도 못하고 있다"며 "제일 힘든 것 중 하나는 화장실 사용"이라며 "동네 가게에 물통이 동이나 물받을 그릇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9일 수자원공사와 구미시가 유실된 구미취수장 가물막이 복구공사를 하는 한편 양수기를 동원해 취수를 시작했으나 오후들어 돌연 생활용수가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조정훈

한편 가물막이를 부실공사한 것은 물론 광역취수원 주변에 단 한명의 감독관도 배치하지 않은 채 폐쇄회로(CCTV)를 통해 취수 실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 수자원공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가물막이 공사의 경우 낙동강사업28공구 내에 광역취수장이 자리하고 있어 강바닥 준설로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한 모래 유실로 가물막이가 유실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수자원공사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수자원공사는 가물막이에 6m 짜리 시트파일을 사용해 작업했다. 그러나 낙동강의 유속과 준설공사의 양을 생각했더라면 최소 12m 이상의 시트파일을 사용해야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구미와 김천, 칠곡 일대의 53만여 명이 마시는 수돗물의 취수원인 낙동강에 단 한명의 직원도 배치하지 않고 오로지 CCTV로만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수자원공사는 밤을 새워 유실된 가물막이에 돌망태를 집어넣어 복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구간은 유량의 속도가 빨라 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밤새 내린 비로 인해 작업은 더욱 더딜 것으로 예상되어, 완전한 복구까지는 앞으로도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