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홍교의 전경꽃 피는 봄의 홍교
이희동
그런데 지금 그 벌교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벌교와의 재회. 남도 유람을 한답시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내가 벌교의 이끌림을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가자, 벌교.
나는 무엇 때문에 벌교에 이끌렸던가? 요즘 전 국토를 캠핑장화 하는 <1박2일>이 소개시켜준 벌교의 갯벌과 꼬막 때문이었을까? 아님 많은 이들이 혀를 내두른다던 벌교의 살벌한 욕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아니다. 내가 벌교에 끌린 것은 결국 소설 <태백산맥> 때문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벌교가 <1박2일>의 은지원이 툭하면 꼬막을 캐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 전만 해도 벌교는 분단이란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있던, 수많은 희생자들이 차마 눈을 감지 못했던 <태백산맥>의 고장이었다.
그러니 역사를 공부했던 이로서, <태백산맥>을 감명 깊게 읽은 이로서 어찌 벌교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비록 세월에 많이 바랐을 테지만 벌교에서 시대의 아픔을 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에 매몰되어 많이 무디어진 나를 일깨우고 싶었다.
횡갯다리와 소화다리에 서린 시대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