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오늘 제대해서 집에도 가지 않고 바로 예심에 참가했다는 예비역 군인. 심사위원들도 사연이 되니까 힘차게 노래불러보라 하고, 겨우 합격시켰다.
송상호
오늘 제대한 예비역 군인도 출전따로 대기실은 없다. 무대 위에서 출연자가 노래하고, 뒤편 복도에선 대기자가 노래하는 웃지 못 할 장면도 연출된다. 마이크 소리가 훨씬 커서 그나마 다행이다. 기분 좋은 한 어르신은 약주에 취해 고래고래 고함이다. 심사가 잠시 중단되기 일쑤다.
대관령에 있는 군부대에서 한 군인이 오늘 제대하고 바로 출전한다. 노래가 시원찮으니 심사위원은 더 신나게 불러보라고 독려한다. 아주 눈에 띄는 사연이니만큼 심사위원은 놓치고 싶지 않다. 어떡하든 합격시키려 애쓴다. 예정대로 합격이다.
한국 사람만 출전하는 건 아니다. 호주사람, 몽골사람, 일본사람, 중국사람, 조선족 동포 등 그야말로 국제적이다. 호주 여성은 자신을 소개하다가 답답하니까 영어로 소개한다. 물론 노래도 영어다. 합격일까, 불합격일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수고하셨습니다'란 한국말은 알아듣고 머쓱하게 무대에서 내려간다.
춤부터 한참 추는 어르신을 향해 심사위원이 "어르신 노래 언제하세요"라고 한다. 노래하자마자 '땡'이 되고, 관객은 배꼽을 잡는다. 어떤 어르신은 피리를 아주 수준급으로 부른다. "노래는 안 하세요"라고 하자 "노래는 못 불러요". 바로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청중은 일제히 박수와 함께 웃음폭탄 터져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