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에서 '2012년과 노동집권플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권우성
김 위원장은 강연 이후 이어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의 대담에서 "7월 복수노조 시행에 맞춰 미조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구성할 수 있게 하고 삼성과 포스코 등 무노조 기업에 노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최근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로 주목받고 있는 '국민노총'(제3노총)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민을 섬긴다고 하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MB노총'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소위 '세습 채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협안과 관련해서는 "수용 가능성이 없는, 별로 실속 없는 일"이라면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일이 다시 제기 되지 않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오연호 대표가 나눈 대담을 1문1답 식으로 정리했다.
-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 남짓이라고 했는데 그럼 민주노총의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 "임기가 내년(2012년) 연말까지다. 100만 민주노총 시대를 약속했다. 20만을 더 모아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공단에 가서 노조를 열심히 조직하고 체불된 임금도 받아내도 '민주노총에게 고맙기는 하지만 노조를 만들지는 않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이미 사측으로부터 임금 인상과 복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기업별 노조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사회는 오랜 독재정권 아래서 기업별 노조를 정착시켰다. 노동의 아주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시간단축이나 최저임금 현실화 등은 기업별 노조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실업급여 현실화가 중요한데 그것 역시 기업별 노조에서는 달성하기 어렵다. 정치투쟁이 불가능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그래서 산업별 노조를 추구하고 있지만, 기업별 노조를 강제하려는 사회구조가 노조 조직률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지향하는 사회 이념은 무엇인가? 사민주의, 사회주의, 아니면 보다 나은 자본주의인가? "민주노총이 꿈꾸는 세계가 어떤 곳이냐는 대단히 핵심적인 문제다. 지금까지는 사실 노동중심 사회, 노동존중 사회 정도만 이야기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대안을 못 만들어서이지만
국가보안법 속에서 대중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안사회를 이야기 하는 데 제한이 있다. 일단은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그런 복지국가로 정리하고 있다. 대답이 조금 모호하다."
"제3노총은 'MB노총'일 뿐... 경로당 봉사 보다 노인수당 투쟁해야"- 7월부터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다.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민주노총은 우선 현재의 복수노조법을 반대한다. 한국노총도 마찬가지다. 야당들과 함께 법개정안을 공동발의 해놓고 있다.
복수노조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자는 것이다.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단결권이라고 하고, 단결해서 교섭할 권리를 단체교섭권, 교섭이 안 돼 파업이나 태업 등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단체행동권이라고 한다. 이는 노동기본권이라고 헌법에서 규정하는 헌법적 권리다. 이것들은 삼위일체이고 하나라도 없을 때는 노조라고 할 수 없다. 현재 복수노조 법안은 노조를 만들 권리만 있고 교섭권은 다수 노조에게만 허락된다. 교섭을 하지 못하는 노조는 당연히 단체행동권도 없다. 위헌적인 법 조항이다.
하지만 우리가 반대한다 해도 7월 1일(법령 시행일)은 다가온다. 적극적으로 법 개정 운동을 함과 동시에 조직확대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미조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하고, 대표적인 무노조 대기업인 삼성과 포스코 등에서 노조설립운동을 펼칠 것이다."
- 제3노총(국민노총)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 민주노총의 한 축이었던 서울 지하철 노조가 조합원 53%의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두 번의 시도 끝에 기어코 탈퇴를 하고 말았다. 탈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은 정치투쟁만 하고 있다. 새로운 노총을 만들어서 국민을 섬기겠다'고. 그러면서 지난 노동절에 경로당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명백히 잘못됐다. 노동조합이 경로당에서 봉사활동해도 좋은 일이지만 그런다고 노인복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려면 노인수당을 삭감한 이명박 정부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국민을 섬긴다고 하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MB노총'일 뿐이다. 그들도 정치투쟁을 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오세훈을 지지하는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들은 반노동자 정당을, 우리는 친노동자 정당을 지지할 뿐이다. 서울지하철 노조에도 아직 (탈퇴를 반대한) 47%의 건강한 조합원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변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 노조 조직률이 10%라고 했을 때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노조가 없다는 이야기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수천 명이 근무하는 대기업인데 그런 곳도 노조가 없다. 삼성에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기업분야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위원장의 생각은?"민주노총 산하에 16개 산별 연맹 가운데 IT노조의 규모가 가장 작다. 정보통신산업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우리나라에서 그들을 조직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업무 특성상 다른 분야와 차이점이 있지만 관련한 토론회도 개최하고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겠다. '네이버'나 '다음'에도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그들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가져야 한다. 굳이 민주노총으로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자본주의 기본원리 무시한 건 자본... 동일노동에 동일임금 지급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