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길가에 귀여운 애기똥풀과 봄까치꽃, 냉이꽃, 제비꽃등 색색의 예쁜 꽃들이 반긴다.
김종성
비단길처럼 부드러운 능선길야트막한 오르막을 가뿐하게 올라서자 어디에선가 아카시아 나무의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와 달콤하게 맞아준다. 봉산은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어느 동네에나 있는 뒷산같은 평탄하고 걷기에도 편안한 산이다. 이렇게 능선 위에 오르면 서너 군데의 짧은 오르막길을 빼고는 평탄한 흙길의 연속이다. 그래선지 화려한 등산복을 갖추고 오르는 사람들이 조금 어색하게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을 감상하며 능선길에 피어난 색색의 꽃들과 빽빽한 수목들 사이로 걷다보면 건너편의 북한산 못지 않는 산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봉산 능선길은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고양시 서오릉까지 쭈욱 이어져 있으며, 서오릉 북쪽의 앵봉산 구간을 연결하여 구파발, 북한산까지도 연계 트레킹이 가능하다. 능선길이 길어서인지 동네마다 산이름이 바뀐다. 신사동을 지날 땐 팻말에 덕산이라고 바뀌어 있고, 증산동쪽은 비단산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산 모양이 떡시루 같다고 하여 증산(시루 증甑, 뫼 산山), 한글로는 비단산이라고 한단다. 어쩐지 발바닥에 닿는 산의 능선이 거칠지 않고 비단길처럼 부드럽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쉬어가라는 듯 만수 약수터와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에 편안히 앉아 물을 마시며 보니 약수터에 이름이 있는 것도 이채롭고 정자에도 기둥에 한자로 이름이 써있다. 은향정, 구룡아정, 고은정…. 봉산 능선길에서 만나는 쉼터인 정자들마다 이렇게 이름들이 써있서 한결 운치있게 느껴지고, 정자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친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