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리 아버지 "이 가방 어떠냐?" 자랑하시는 아버지. 가방은 아버지에게 와서 무조건 멋진 가방이 되었다. 작년 가을.
배지영
아버지(시아버지)는 "이 가방 어떠냐?" 하며 자세를 잡아주신다. "치나 봐라. 아버지가 해야 맛있어" 하며 생선탕을 끓이신다. "제규야, 다음 주에는 할아버지가 작은 새총으로 만들어 줄팅게. 어?" 하며 멧돼지도 잡게 생긴 커다란 새총을 황급히 깎아내며 삐친 손자를 달래신다. "늙은이를 뭐 하러 찍어?"라고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하던 일을 계속 하신다.
그러나 나는 올 들어 단 한 번도 아버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아버지 몸에 있는 두 가지 암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바로 수술하지 않고, 암 세포를 줄이는 치료를 받아오셨다. 그리고 올해 1월, 8시간이나 걸려서 대장암 수술을 받으셨다. 성공적으로 끝났다 해도 아버지 기력은 많이 약해지셨다.
올해 어버이날은 아버지의 78번째 생신날. 그리고 '진주강씨 호부사공파 수산일가 단합대회' 하는 날. 전북 군산시 옥구읍에 있는 자양중(옛 옥구서중. 남편의 5남매는 이 학교를 다녔다) 체육관에 모이면, 일가들은 아버지 생신까지 축하해주실 거다. 아버지는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시니까 활력 있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남편은 막둥이. 누나랑 형이 호롱불에 개구리를 구워먹어도, 남편은 '전빵'(시댁은 문방구와 슈퍼를 겸하며 농사를 지었다)의 과자만 먹었다. 아직 구들에 불을 때던 때라 새벽녘에 방이 차가워지면 부모님 주무시는 방으로 건너갔다. 두 분은 늘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계셨고,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들었다. 그래서겠지, 남편도 집에 오면 시시콜콜 그날 일을 말한다.
"시제 모시러 갔는데 밖에서 만나면 서로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친척들이 많다는 말이 나와서, 시간이 더 가기 전에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수산리 강씨 자손들이 다 모여 체육대회 하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