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이 중지된 원자력발전소 현황평균 22년이면 원전은 멈춘다.
Worldwatch Institute
현재,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의 평균 가동년수는 26년이다. OECD에서 발표하는 'World Energy Outlook 2010'에서는 평균 발전소 수명을 45년~55년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60년까지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원자력 발전소의 평균 수명이 몇 년일지는 논란의 핵심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평균 수명의 대한 규제 역시 나라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사업 허가권을 4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발전사업 허가권은 원자력 규제 위원회(Neclear Regulatory Commission)의 검토 아래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런 제도 아래 현재 미국은 자국 내 발전소의 절반 이상을 이미 수명 연장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우 이러한 발전소 수명에 관한 허가년수 규정조차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 원자력 안정 위원회(ASN)가 매 10년마다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향후 30년 이상의 운영이 가능한지 평가한다. 사실상 명확하게 규정된 발전 가능년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평가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막대한 자금이 드는 신규 건설보다는 수명 연장을 통한 발전소 유지에 우선정책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원자력 발전소를 60년 동안 가동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미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중지된 현재의 발전소의 수명년수를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를 보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와 가동이 중지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년수와 개수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 437개의 가동년수와 개수를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40년 이상된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21개, 30년 이상인 것은 무려 165개에 달한다. 자료에 의하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평균 가동년수는 26년이다.
그러나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평균 가동년수는 26년인데 비해, 이미 가동이 중지된 130개 원자력발전소의 평균 가동년수는 22년으로 나타났다. 거칠게 이야기 하면, 원자력 발전소가 실제로 가동이 가능한 연수는 22년이고, 현재 운영 중인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는 이미 가동가능한 연수인 22년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물론 60~70년대에 건설된 초기 모델이 수명이 더 적다는 논리가 가능하지만 가동이 중지된 것 중에는 건설된 지 10년 미만의 것들도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 130개에 달하는 가동이 중지된 원자력 발전소가 평균적으로 22년 정도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자력 발전소의 평균 수명을 60년으로 고려하는 것은 사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치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후쿠시마의 원전사고 이후 독일이 기존에 자국이 고려했던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년수를 30년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 "너무 보수적으로 책정했으며, 노후화로 인한 불안정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향후 자국 내의 핵발전소의 가동을 중지시킨 조치는 바람직하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17개 원전을 궁극적으로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노후된 발전소도 연장하면 문제없다"재생에너지 산업이 이미 원자력을 뛰어넘고 있고, 원자력 산업이 노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원자력 확대 정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확고한 의지는 변함없어 보인다. 원자력 발전소 수명연장 여부에 관한 논란도 귀를 닫고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원자력 르네상스나 원자력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미래 전망은 후쿠시마 이후 세계적인 정세를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불투명해 보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요 원전 보유국들은 후쿠시마의 재앙을 고려하여 원전과 관련된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원전에 대한 반대여론으로 노후원전에 대한 전면적 가동중단을 발표하며 원전의 단계적인 폐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영국도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승인 시점이 연기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인도, 러시아, 미국 등은 안전기준을 강화하며 포스트(Post)-후쿠시마를 대비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의 당사국인 일본도 매우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 세계 3대 원전강국인 일본은 14개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백지화, 기존 10기의 가동중단을 밝히며 전면적으로 탈 원전 정책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굳건하게 원자력만 외치고 있다. 원자력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 체계를 짜맞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이후를 고려하여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추가로 건설하여 31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며, 원자력 에너지 비중은 36%에서 59%가 될 전망이다. 도대체 이 정부는 원자력 공화국을 향한 길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
원자력 발전소 수명연장,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2일 고리원전 1호기는 전원 공급계통에 문제가 생겨 고장을 일으켰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에 건설된 이래 33년간 가동된 한국 최고령 발전소로 2007년 연장 가동의 수순을 밟았다.
수명을 연장한 이 노후한 발전소는 현재까지 643건의 사고를 기록했다. 83년에 건설된 고리 2호기와 월성 1호기 역시 28년간 가동되어 각각 61건과 47건의 사고를 기록했다. 우리에게도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이 발전소들은 위에서 발펴본 것과 같이 실제 가동년수가 22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제 가동을 멈출 때가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원자력 발전소는 그 자체가 폐기물이다. 수명이 완료되어 가동이 중지된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이 중지되었다고 함부로 폐기하거나 부수고 다시 지을 수도 없다. 미래 세대가 앞으로도 계속 관리하고 보호해줘야 하며, 그 자체로도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그 처리논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많은 원자력 발전소를 누가 어떻게 떠안을 수 있을까. 원자력의 길은 이미 낡고 쇠락한 길이다. 정부가 말하는 원자력 르네상스는 없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자력의 길에서 벗어나 진정한 녹색의 길로 가는 결심이다.
* 기가톤은 10억톤을 의미함* 자료 참고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0-2011. WorldWatch Institute. 2011EIA - 2010 International Energy Outlookwww.iea.org 덧붙이는 글 | 녹색으로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 블로그 가기-blog.naver.com/1102s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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