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받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리더십

예산주물단지 '성급한 결론' 놓고 뒷말 무성

등록 2011.05.19 10:53수정 2011.05.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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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물단지 예정지와 인접해 있는 충남 예산과 당진 면천지역 주민 350여명이 18일오후 충남도청 앞에서 주물단지 인허가 불허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주물단지 예정지와 인접해 있는 충남 예산과 당진 면천지역 주민 350여명이 18일오후 충남도청 앞에서 주물단지 인허가 불허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심규상
주물단지 예정지와 인접해 있는 충남 예산과 당진 면천지역 주민 350여명이 18일오후 충남도청 앞에서 주물단지 인허가 불허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18일 충남도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위원장 안희정 도지사)가 논란을 벌여온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를 놓고 법과 제도에 따른 민주적 절차와 합의를 중시해온 안희정 지사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민들은 안 지사가 주문한 대로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법과 제도를 믿고 따랐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혀를 차고 있다. (☞ 관련기사 : <예산주물단지 '조건부 승인'...지역주민들 "속았다">)

 

'예산신소재산업단지㈜'(이하 예산주물단지)는 지난해 7월 27일 충남도에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공장(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m²(약 14만 5000평) 부지로 옮겨와,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하는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인허가 간소화특례법'의 위력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지역주민들은 농사일 대신 다른 지역의 주물단지를 돌아보는 등 분주했다. 이어 주민들은  "인천에서 쫓겨나는 공해산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물산업=공해산업'이라고 결론 내렸다. 주민들은 또 경남 진해의 진해마천주물산업단지와 경북 고령의 '다산주물산업단지' 주변 주민들도 공해문제로 고통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1995년 문을 연 다산주물단지의 경우에도 인근 마을 비닐하우스마다 까만 먼지가 쌓여 있었고 마을 주민들은 수년째 창문을 열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예산군은 주민 대부분과 인근 당진군의 반대에도 '주물산업은 국가 뿌리산업'이라며 주물단지 유치를 앞장서 강행했다. 이후 사업시행자 측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생긴 '산업단지인허가절차간소화 특례법'에 힘입어 중앙부처 및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등 과거 몇 년씩 걸리던 일을 불과 몇 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끝마쳤다. 산업단지 승인 여부는 이제 '충남도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안희정 충남지사는 예산주물단지 예정부지를 직접 둘러본 후 주민들에게 "주물단지의 핵심쟁점은 해당 업체가 확실한 환경저감장치를 설치할 능력이 있는가와 환경저감장치를 설치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운영할 만한 여건이 되느냐 여부"라며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제대로 평가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또 "법과 제도가 여러분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산주물단지가 안 지사의 도내 주민갈등사안을 푸는 첫 시험대가 된 것이다. 

 

"집단행동 자제하고 절차 존중했는데..."

 

이후 열린 산업단지심의위원회는 두 차례(3월과 4월)에 걸쳐 업체 측이 제시한 환경저감시설대책이 미진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시업시행사 측에 환경영향평가서에 적시된 환경저감시설에 의한 오염저감량에 대한 단순 수치산정작업만을 보완하도록 해 관련전문가들로부터 '하나마나한 의미 없는 일로 시간만 끌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여기에 심의위원 25명 중 환경분야 위원은 2명뿐인데다 그나마 환경공학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 전문성마저 의심받아왔다. 반면 산업단지심의위원회는 주민대책위가 '주민들이 추천하는 연구기관을 통해 '환경오염 피해 정도와 대책'에 대한 최소 6개월 정도의 연구용역을 진행할 경우 그 연구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와중에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가 예산주물단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절차와 방법은 물론 기법상 많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충남도에 제시했다. 독성이 강한 휘발성 오염물질을 간과했고, 오염농도 산정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지난 12일 다시 안 지사를 면담하고 잘못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는 추가연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안 지사는 권희태 도 경제통상실장이 '오는 18일 심의위원회에서는 찬반주민들과 사업주 얘기들 모두 들은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쟁점이 살아 있는데 이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에 쫓겨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주민대책위 임원들에게도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심의위원회가 열린 18일 당일에는 지역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갖고 심의위원회의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고 지역주민 350여 명은 도청 정문 앞에서 '공해산업단지 입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안 지사는 "신중하게"-주무부서 공무원들은 "신속하게"?

 

 안희정 지사가 12일 오후 5시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예산과 당진지역 주물단지조성반대주민대책위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안희정 지사가 12일 오후 5시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예산과 당진지역 주물단지조성반대주민대책위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심규상
안희정 지사가 12일 오후 5시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예산과 당진지역 주물단지조성반대주민대책위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심규상

 

하지만 이날 심의위원회는 표결 끝에 13(찬성) : 4(반대)로 주물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제시된 조건도 '환경보전위원회' 구성, 산업단지 주변 완충녹지 조성 등으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에는 미진한 것이었다.   

 

주민들은 안 지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나는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고 약속해온 안 지사의 리더십의 진정성 여부다. 안 지사는 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핵심쟁점이 된 입주 업체들의 환경저감장치 설치 능력과 친환경적 운영능력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약속했지만 실제 심의위원회 심의과정에서는 이를 간과해 왔다. 또 주민들의 환경오염 피해 정도에 대한 추가연구용역 제안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이날 불과 1주일 전 주민대표들과 한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결론 내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안 지사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었는데도 해당 주무부서 공무원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 추진을 했기 때문이다.   

 

도청 내 한 공무원도 "심의위원회가 한 일이지만 위원장으로 있는 지사님께서 불과 일 주일 전 주민대표들에게 충분한 검토를 약속하고도 쫓기듯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011.05.19 10:53ⓒ 2011 OhmyNews
#충남도 #안희정 #애산주물산업단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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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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