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주물단지 '조건부 승인'...지역주민들 "속았다"

환경단체-주민들 "행정심판 청구.. 불복종 운동 벌일 것"

등록 2011.05.19 09:48수정 2011.05.19 09:50
0
원고료로 응원
a

주물단지 예정지와 인접해 있는 충남 예산과 당진 면천지역 주민 350여명이 18일오후 충남도청 앞에서 주물단지 인허가 불허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충남도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위원장 안희정 도지사)가 논란을 벌여온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조건부 승인' 했다. 주민들은 지난 12일 안희정 지사의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결론 내지 않겠다'는 언급을 상기시키며 "속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 산업단지계획심위위원회는 18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후 8시 경까지 17명이 참여한 가운데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 건을 놓고 마라톤 회의를 벌인 후 표결 끝에 찬성 13명, 반대 4명으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원회는 이날 예산주물산업단지와 관련된 예산군과 당진군 관계자와 양 군의회 의원, 반대대책위 주민대표와 찬성 측 주민대표, 사업시행자 측을 각각 불러 의견을 들은 후 이같이 결정했다.

심의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은 산업단지 착공 전 지역주민과 업체 대표, 환경단체 대표, 예산군 관계자가 참여하는 '환경보전위원회' 구성, 산업단지 주변 완충녹지 조성 조건 등이다.

지역주민들 "무리하게 결론내지 않겠다더니..."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 측이 이같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대 48만932㎡에 2013년 말까지 대규모주물산업단지가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부터 충남도청앞에서 '주물단지 입주반대' 등을 외치며 집회를 벌이던 충남 예산 고덕면 주민들과 인접한 당진군 면천면 지역 주민 350여 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도 심의위원회가 시간을 끌어오다 아무런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를 내줬다"며 "결국 허가를 내주기 위해 명분을 쌓아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주민반대대책위 관계자도 "지난 12일 안희정 도지사가 지역주민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쟁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며 "결과적으로 주민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거짓약속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반대대책위는 지역환경단체들과 연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불복종 운동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경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던 충남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경실련협의회,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도 "충남도심의위원회의 성급한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대응입장을 밝혔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심의위원 중 핵심 쟁점이 된 '환경' 문제를 심의할  환경전문가 단 한 명도 없다"며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연구를 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마저 도외시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루어져 비산먼지와 악취로 인한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가 우려된다"며 인허가를 불허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이에 앞서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시 대기오염 물질 중 악취의 주범이자 독성이 강한 페놀류, 아민류, 알데히드류, 유기용제 등 휘발성 유기오염물질에 대한 평가가 간과되었고 무엇보다 해당지역의 입지 조건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예산 신소재산업단지 주식회사(이하 예산주물단지)는 지난 해 7월 27일 충남도에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m²(약 14만 5000평) 부지에 오는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해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공장(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을 이전하는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예산주물단지 #환경단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4. 4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5. 5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