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회 의사당 앞 시위 현장. 시위 군중의 다수는 히스패닉이다. 이들은 종종 스페인어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위대에는 이민 단체, 인권 단체, 종교계 인사들과 뮤지션들도 섞여 있었는데, 이들은 반이민법이 이민자들을 범법자로 취급하게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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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와 소송 중인 애리조나∙유타 주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조지아 주는 애리조나 주와 유타 주에 이어 연방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이민법이 타결되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해 이 같은 법안을 채용한 세 번째 주가 되었다. 50개 주 중에 세 곳이니 변방의 의견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내 이러한 정서는 좀 더 광범위하다.
국립주입법위원회(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반이민법을 상정한 주가 30개에 이르고 법안의 종류도 52개에 이른다. 그중 4분의 3이 작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애리조나 주의 반이민법과 유사한 것들이었다. 이들 중 플로리다,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발의된 14개 법안은 주의회를 통과하는 데 실패했고, 조지아 주와 유타 주에서는 통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무사히 집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비슷한 법을 통과시켰던 애리조나 주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한 항의와 함께 소송을 제기했고 뒤이어 한 연방판사의 결정에 의해 저지당해 발효가 유보되었다. 최근 연방 항소 법원은 해당 판사의 결정에 손을 들어주었고, 애리조나 주 주지사 잰 브루어는 연방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유타 주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연방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이민법 개혁을 추진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아 주의 진행 상황을 놓고 지난 4월 27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주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이는 것은 큰 실책이다. 이렇게 하면 50개 주가 저마다 상이한 이민법을 제정하게 될 것이다. 애리조나가 시도했지만 연방 법원이 이를 저지했다."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애리조나와 유타 주에서와 같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데, 이와 관련해 딜 주지사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
"주의회의 노력으로 우리 법안은 애리조나가 빠졌던 구멍들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경제적 파장 일파만파 한편 조지아 주에서는 이번 일의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지아 주의 가장 큰 고용시장인 농업 부문에서는 8만 명이나 되는 인력이 이른바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H-2A)'으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멕시코에서 들어왔다. 양파 수확 시기에 해마다 멕시코로부터 온 100명의 게스트 노동자를 고용해 온 농장주 킴 맥레인 씨는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로 항변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아요. 너무 힘들거든요."앞으로 이들의 신분을 일일이 전자신분증으로 확인해서 고용해야 한다면 인력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다른 주에서 오는 손님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관광산업과 컨벤션 업계에서는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애리조나에서는 법안 통과 후 약 40개의 컨벤션이 취소되었는데, 애리조나 숙박업회에 따르면 각종 보이콧과 예약 취소로 인한 손실이 1억 410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달 애틀랜타 컨벤션 및 관광객 사무소의 실무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HB 87이 방문객을 환영하는 애틀랜타의 명성을 손상시킬 것을 우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틀랜타 다운타운에 있는 웨스틴 호텔의 총지배인이자 조지아 숙박업회 부의장인 애드 월스 씨는 자신의 호텔의 경우 매출의 30%가 컨벤션 유치로 이뤄진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우리 고객들의 보편적인 견해입니다. 많은 경우 단체들은 원칙에 입각해서 컨벤션을 취소할 테니까요."애틀랜타 경제에서 숙박업계는 네 번째로 큰 고용시장이다. 일자리도 22만 3000개에 이른다. 그러니 컨벤션 등이 취소되면 그 여파는 일자리를 갖고 있는 개개인들의 삶마저도 뒤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역사의 아이러니이제 얘기를 좀 정리해 보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 남부의 정치인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고, 소수민족 대표자들은 또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싸운다.
다만 이번 사안에서 흑인들은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흑인들은 불법체류자 신분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악착같이 일하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아서 득 될 게 없는 탓이다.
물론 조지아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이자 연방 하원위원인 존 루이스 같은 인물은 이번 사태를 남부의 오래된 '짐 크로 법'(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률로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존재했다)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규탄하기도 했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성지인 이곳에서 흑인들이 다수인 인권 단체들도 시위에 동참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861년 4월 남부연합군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항의 '포트 섬터'에 포격을 가했고, 이것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처절했던 남북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포격은 노예 반대론자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대통령 당선에 반발한 남부 7개 주가 연방을 탈퇴하고 남부연합을 창설해 독자노선을 걸은 데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조지아 주가 포함된 남부연합은 당시 18~40세의 백인 남성 중 30%가 사망하는 대가를 치렀다. 이는 20~45세 연령 남성 중 10%가 희생된 북부에 비해 월등히 많은 피해였다.
▲남북전쟁의 시발점이 된 포트 섬터 포격 장면을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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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꼭 150년이 지난 지금, 남부의 중심 조지아 주에서 연방정부의 지지부진한 이민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발효된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하고 주지사 서명까지 받아냈다. 이 법은 올해 7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조지아 주가 이 법안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일까? 21세기의 미국에서 총성과 피비린내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위헌 소송을 비롯한 법정 공방뿐 아니라 일명 '외부인에 대한 후한 접대'(hospitality)로 '컨퍼런스 도시'의 명성을 쌓아온 애틀랜타가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은 섣불리 예측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애리조나 법안으로 전국이 시끄러웠을 당시 민주당이 득세하고 있는 북부의 보스턴 시와 뉴욕 시 의회에서는 반인권적인 법안에 반대하는 조례안을 만들고 애리조나 주를 대상으로 소송을 내기로 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은 남북전쟁으로 촉발된 북부와 남부의 뿌리 깊은 지역감정이 이민법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이민법을 상정했거나 통과된 주들이 전부 남부에 몰려 있는 점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미국의 남북 간 정서 차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널리 퍼져 있고 앙금이 깊다. 남북전쟁 이후 알게 모르게 차별 받았던 남부인들은 북부에 대해 일종의 적개심이 있고, 북부에는 은연중 남부를 반인권적이고 뒤떨어졌다고 무시하는 정서가 있다.
북부의 매사추세츠 주에서 살다가 애틀랜타로 이사 온 나에게는 이 점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주지사가 서명하기만 하면 바로 전국 규모의 컨퍼런스를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한 인권 단체는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림으로써 조지아는 '전국적인 따라지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혹평한 바 있다.
남부 사람들이 자랑하는 '서던 하스피탈리티'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남부의 빈약한 시설과 자원을 숨기기 위해 과대 포장되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법안 반대 시위 군중 속에서 'R. I. P. 서던 하스피탈리티'라고 쓰인 피켓이 눈에 띄었다. 라틴어에 뿌리를 둔 이 말(Requiescat in Pace)은 누군가가 죽었을 때 '고이 잠들다'라고 쓰는 말이었다. 영어로 바꾸자면 '레스트 인 피스(Rest in Peace)', 그러니까 '남부의 환대, 고이 잠들다'가 된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남부의 환대는 그야말로 '잘 차려 입고 신사로서 매너를 갖춘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지난 2008년 미국 경제가 파탄 나기 직전까지 조지아 주는 전국 각지에서 이주해 오는 소수민족들로 사상 최고의 발전과 팽창을 누렸다. 주택 경기 붐이 일면서 일자리도 많았다. 당연히 반이민법이 고개를 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가 그 후 몇 년째 바닥을 기고 있는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주정부는 이제 돈이 새 나가는 곳은 어디라도 막을 심산인 모양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법안으로 인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4월 조지아 주의회 회기 마지막 날, 의사당 앞에서 있었던 시위 장면. 오른쪽으로 R. I. P.가 들어간 문구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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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주의 반이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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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조지아 주 반이민법의 내용과 적용 시기는 다음과 같다.
<7월 1일 이후> ▲ 지방 및 주 경찰이 불법체류자를 체포할 수 있고 그들을 주 혹은 연방정부 감옥으로 이송할 수 있다. ▲ 취업을 위해 허위 신분증을 이용한 사람에게 최장 15년 동안 구금하거나 벌금 25만 달러를 물리는 등의 처벌을 할 수 있다. ▲ 불법체류자인 줄 알면서도 숨겨 주거나 이동시킨 사람 혹은 그들이 조지아 주로 이주하도록 지원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 처음 위반했을 경우 12개월까지의 구금과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 7명으로 구성된 이민 시행 점검 위원회(Immigration Enforcement Review Board)를 조직하고 지방 및 주 정부 공무원이 반이민법을 잘 집행하지 않는다는 불평이 있을 경우 조사에 나선다. ▲ 공무원 중에 각 시, 카운티, 주정부 기관에서 법으로 요구되는 전자 신분증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최고 10000달러의 벌금과 직위 해제에 직면할 수 있다. ▲ 주정부의 농업부는 조지아 주 별도의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다. 이는 조지아 주의 고용주들이 연방정부의 게스트 워커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부담이 많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 1월 이후> ▲ 지방 및 주 정부 기관들은 푸드 스탬프, 주거 보조금, 비즈니스 허가증 등 공공 혜택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나 연방 차원에서 발급된 '확실한' 신분증을 요구해야 한다.
<단계별 적용> ▲ 5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사업장에서는 내년 1월부터 신규 임용 직원이 합법 신분인지 증명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전자 신분증 사용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100명 이상 500명 미만의 직원을 고용한 사업장에서는 내년 7월부터 이를 적용한다. ▲ 11명에서 99명까지 고용한 사업장에서는 2013년 7월부터 이를 적용한다. ▲ 10명 이하의 직원을 고용한 사업장은 이 의무조항의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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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민 개혁법(Dream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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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에서 준비하고 있는 이민법 개혁은 이른바 '드림법'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2001년에 제안되었으나 빛을 보지 못했고, 2010년에 다시 나왔다. 이 법에 따르면 다음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킬 경우 이민자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다.
▲ 16세가 되기 전에 미국 안에 들어온 사람이어야 한다. ▲ 법 시행 때 미국에 거주해야 하며 법 시행 이전 최소 5년 이상 지속적으로 거주한 사람이어야 한다. ▲ 미국 내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고등학교 학력인정시험(GED, General Education Diploma)을 통과해야 한다. 또는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 입학 허가를 받은 상태여야 한다. ▲ 이민자로 지원하려면 12~35세에 이르러야 한다. ▲ '좋은 도덕성(Good moral character)'을 지녀야 한다.
이에 대해 국회의 공화당 측과 일부 보수적인 민주당 의원들은 '너무 관대하다'고 반대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시민권을 주는 것 자체도 못마땅해 한다. 이는 이민에 대해 전통적으로 내려온 헌법상의 해석마저 뒤집으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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