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이천여 년 전 탑이라고? 그럴 리가

장수에서 특이한 석탑, 양악리 오층석탑을 만나다

등록 2011.05.21 15:38수정 2011.05.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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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악탑 장수군 계북면 양악리에 소재한 양악탑. 현재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양악탑장수군 계북면 양악리에 소재한 양악탑. 현재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하주성
▲ 양악탑 장수군 계북면 양악리에 소재한 양악탑. 현재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 하주성

전라북도 장수군 계북면 양악리에 가면 계곡으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한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곳이 있다. 물이 떨어지는 곳에 소(沼)가 있어, 이 소를 '용소(龍沼)'라 부른다. 소 옆에는 '장수 양악탑'이라고 부르는 5층 석탑이 서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탑을 세운 시기가 2천 년 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탑의 양식 등으로 볼 때 고려 후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 탑이 서 있는 주변에 심방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며, 이 탑을 '심방사 탑'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심방사라는 절이 언제 적에 이곳에 있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다만 양악리 일대에는 향고 터, 동헌 터 등의 자리가 있었다고 하는 것을 볼 때, 고려 말기에 이 부근에 심방사라는 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상륜부 탑은 현재 4층까지 남아잇으며, 누군가 상륜부에 강돌 하나를 얹어놓았다
상륜부탑은 현재 4층까지 남아잇으며, 누군가 상륜부에 강돌 하나를 얹어놓았다하주성
▲ 상륜부 탑은 현재 4층까지 남아잇으며, 누군가 상륜부에 강돌 하나를 얹어놓았다 ⓒ 하주성

몸돌 양악리 석탑은 아래 몸돌의 지붕돌과 윗 몸돌을 하나의 돌로 조성을 한 특이한 형태이다
몸돌양악리 석탑은 아래 몸돌의 지붕돌과 윗 몸돌을 하나의 돌로 조성을 한 특이한 형태이다하주성
▲ 몸돌 양악리 석탑은 아래 몸돌의 지붕돌과 윗 몸돌을 하나의 돌로 조성을 한 특이한 형태이다 ⓒ 하주성

기단 아래 기단부의 윗기단석은 필요 이상으로 높게 조성이 되었다
기단아래 기단부의 윗기단석은 필요 이상으로 높게 조성이 되었다하주성
▲ 기단 아래 기단부의 윗기단석은 필요 이상으로 높게 조성이 되었다 ⓒ 하주성

 

지붕돌과 몸돌이 하나로 만들어진 탑

 

이 양악리 탑은 높이가 2m 정도로 크지 않은 탑이다. 주변에 많은 암반이나 석재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작은 석탑을 조성했다는 것은, 이 탑이 지방의 장인에 의해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탑은 장소로 옮기는 과정에서 파손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탑의 원형을 알아 볼 수가 있다. 현재는 4층까지만 남아있으며, 누군가 탑 위에 둥근 강돌 하나를 올려놓았다.

 

탑은 그 생김새가 딴 지역의 석탑과는 다르다. 1층의 몸돌은 사다리꼴로 만들어졌으며, 2층부터 4층까지는 각 측의 지붕돌인 옥개석 위에 몸돌을 붙여 일석으로 조성을 하였다. 몸돌 밑에는 아래 단의 지붕돌이 붙어있는 형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탑의 모양은 소박하게 표현을 하였다.

 

일층 몸돌 일층 몸돌만 따로 조성을 하였다.
일층 몸돌일층 몸돌만 따로 조성을 하였다. 하주성
▲ 일층 몸돌 일층 몸돌만 따로 조성을 하였다. ⓒ 하주성

층급받침 층급받침도 똑바르지가 않다. 지방 장인의 솜씨인 듯하다
층급받침층급받침도 똑바르지가 않다. 지방 장인의 솜씨인 듯하다하주성
▲ 층급받침 층급받침도 똑바르지가 않다. 지방 장인의 솜씨인 듯하다 ⓒ 하주성

심방사 탑을 찾아 양악리를 헤매다

 

5월 20일 오후에 잠시 들른 장수군. 몇 번인가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들른 곳이지만, 20일 낮에 들른 양악리에서는 여러 가지 모습을 만날 수가 있었다. 양악리는 애국지사요 한글학자인 건재 정인승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이 마을에는 건재 기념관과 재실, 동상 등이 마을 입구에 서 있다.

 

심방사 탑의 이정표를 보고 들어갔지만, 정작 탑은 찾을 수가 없다. 마을을 돌다가 만난 주민에게서 탑의 위치를 파악하고서야 탑을 찾을 수 있었다. 탑은 마을 반대쪽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소 옆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탑이기에 마을에서 보면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비 탑 뒤에는 이 탑이 2천 년 전에 세워졌다고 적고 있는 비가 있다
탑 뒤에는 이 탑이 2천 년 전에 세워졌다고 적고 있는 비가 있다하주성
▲ 비 탑 뒤에는 이 탑이 2천 년 전에 세워졌다고 적고 있는 비가 있다 ⓒ 하주성

전설로 남아있는 심방사

 

양악리 오층석탑은 양악마을과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마을은 백제와 신라의 경계지역으로 격전지였던 흔적이 있다고도 한다. 마을에 전하는 이야기로는 이 마을에는 옛날에 한 도사가 살고 있어, 학을 길렀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마을이름을 양학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마을 앞에 산을 '학산'이라 부르고, 이웃마을로 가는 고개를 '학고개'라고 부른다.

 

이 오층석탑은 원래 백제의 심방사라는 절에 있었는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전화로 심방사가 소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탑을 옮기거나 없애면 흉년이 든다고 하여, 마을에서 보존을 하고 있다. 

 

지붕돌과 몸돌이 하나의 돌로 만들어진 특이한 양악탑. 심방사라는 절이 어떤 절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고, 암벽을 흘러 소로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린다. 그 물소리를 들으면서 오랜 세월을 자리를 지켜 온 석탑. 지금은 그 위로 저수지 공사를 하느라 중장비의 굉음만 시끄럽다. 그렇게 또 다른 소리를 들어가며 탑은 묵묵히 오늘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5.21 15:38ⓒ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양악리 오층석탑 #심방사 #유형문화재 #장수 #양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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