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금요일 카이로 다운타운의 타흐리르광장과 마스페로가는 지난 2월 11일 현직에서 하야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와 그의 가족들이 자신들의 은닉재산을 국가에 환원하는 조건으로 석방될 것이라는 루머에 분노한 군중들로 가득 채워졌다.
실제로 그 이틀 전 무바라크의 처이며 전 영부인 수잔 무바라크가 자신 명의의 재산을 국가에 내어놓고 구류를 면하여 이날의 루머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이집트 전역은 주말 내내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타흐리르광장에 운집한 군중들은 지난해 알렉산드리아에서 경찰의 손에 살해당한 스무 살의 청년 사이드 사건의 공판이 연기된 것을 두고 항의했다. 시위대들은 청년 사이드의 사진과 주머니를 털어보이는 무바라크의 캐리커처를 높이 쳐들고 광장을 행진했다. 곪을 대로 곪고 썩을 대로 썩은 공무원의 기강과 부정부패에 앞장서서 부를 착복하고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한 전 정권을 힐난하는 군중들의 움직임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는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군중은 무바라크 일가의 처단과 무바라크 정권 하의 공직자 해직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들은 탄타위 의장을 비롯한 군최고위원회가 무바라크 일가의 재판에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군최고위원회는 '국내치안을 위협하는 그 어떤 시위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소용없었다. 급기야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엘바라데이를 비롯한 차기 대권주자들까지도 '무바라크 일가의 무죄방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성명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지난 수주간 국소적으로 발생했던 자국내 종교분쟁과 대 이스라엘 외교에 우왕좌왕하며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군최고위원회를 비난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암흑상태이며 정치적으로는 블랙홀에 빠져있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한다"라고 앨바라데이는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또한 타흐리르의 시민들은DNE (데일리뉴스 이집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안전면에서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군최고위원회는 제대로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SCAF(군최고위원회)는 (임시정부직을 내어놓고) 군으로 돌아가라" "무바라크의 녹을 먹은 탄타위(군최고위원회의) 의장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주말 카이로의 타흐리르광장을 뒤덮었다.
"우리는 <분노의 날>이 가져온 혁명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원한다. 우리는 두 번째 혁명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는다."
무슬림 형제단과 청년혁명연합 등 야권조직들은 군최고위원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며 타흐리르의 시위에 합류했다. 군최고위원회의 무력진압을 시사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오는 5월 27일 <제2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야권이 시민조직의 이러한 움직임에 가담할 조짐이 보이자 군최고위원회는 오늘 부랴부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앞으로 72시간 안에 법정에 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거사 청산이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얼마나 제대로 진전이 될지 이집트인 자신들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타도시켰던 이집트 국민들은 그 '전망할 수 없는 미래'에조차도 빛나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 모든 충돌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는 믿는 것이다. 이집트는 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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