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예우금, 공증 써줘"...한 원로목사의 강요

서울 S교회 C 목사 수십억 은퇴자금 논란...문제제기 장로들 출교돼

등록 2011.05.25 22:04수정 2011.05.2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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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교회
S교회유연석
S교회 ⓒ 유연석

한 목사가 은퇴 예우금 때문에 장로들에게 '공증'을 요구했다. '공증?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에서? 당회와 교인들을 못 믿는 거야?' 이런 식의 문제 제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공증은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이다. 나쁘지 않다.

 

다만, 과도한 은퇴 예우금을 요구하면서 이에 대해 공증하라고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교회가 잘못되면 장로 중에서 자기 집이라도 팔아서 생활비 대줄 사람 있느냐"며 공증을 요구한 목사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공증을 강요당한 장로들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공증문서를 요청했지만, 목사는 덕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 공증은 족쇄나 다름없다.

 

서울 S교회는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대형 교회다. 그리 넉넉하지 못한 형편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한복판에서 C 목사는 1978년 6월 2층(25평) 사글세를 얻어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측 소개에 따르면, 현재는 교인 5000명이 출석한다. C 목사는 30년 목회한 뒤 2009년 은퇴,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현재는 부목사였던 P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맡고 있다.

 

C 목사는 은퇴할 때 생활 보장 자금으로 당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 매달 생활비 770만 원, 연 보너스 300% ▲ 파주 단독 필지 137평(추후 주택 건축비는 교회가 부담) 또는 40평대 아파트 10억 상당 ▲ 오피스텔 50평(목동 소재) ▲ 승용차와 기사 ▲ 목사와 사모 중 한 사람이 사망 시 매달 지급 금액의 50% 지급.

 

게다가 ▲ 7층짜리 선교관 운영권(C 목사 희망 시까지) ▲ 전도단 운영권 ▲ 영어·중국어 교회 운영권 ▲ 유치원 운영권 ▲ 대예배 설교 연 몇 차례, 결혼 주례 등도 요구했다. 장로들은 이 조건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 노회에서 당회장으로 파송한 장아무개 목사와 전 노회장 고 김아무개 목사가 교인들 앞에서 'S교회 규모로 보아 C 목사에게 은퇴 자금으로 50억 원은 줘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비하면 C 목사의 요구가 그나마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인감 제출한 장로들이 볼 수 없는 공증문서

 

당회는 C 목사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C 목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공증을 요구했다. 당시 당회에 참석한 장로들의 말을 따르면, C 목사는 "교회가 잘못되면 장로 중에서 자기 집이라도 팔아서 생활비 대줄 사람 있느냐", "현재의 장로님들이 은퇴하고 젊은 장로들이 당회 결의로 내용을 변경하면 장로님들이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중에 당회가 원로목사 은퇴 예우금에 대해 다시 결의하여 지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공증을 요청한 것이다.

 

일부 장로가 공증하지 말고 회의록으로 대신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됐다. 공증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장로 중 한 명은 바로 교회를 떠났다. 한 장로는 목사의 표적 설교를 견디다 못해 교회를 떠났고, 다른 한 장로는 대표 기도나 성가대장 등의 업무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당했다. 결국 장로 23명이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했다.

 

놀라운 사실은 인감 등을 제출한 장로들이 실제 공증문서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장로 10명이 세 차례 당회장인 P 목사에게 공증문서 사본을 청구했다. 당시 C 목사가 공증할 내용 사본을 장로들에게 보인 후 인감 등을 받아 갔지만 실질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 장로 10명은 당회원이고 직접 관계자이므로 열람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P 목사는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거부 이유는 ▲ 절차에 문제 없다(당회가 수차례 의논한 뒤 결의했고, 공동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받았고, 이를 장로 23명이 서명하고 공증했다) ▲ 공증문서 사본 사용처, 용도,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 ▲ 사용 목적이 교회에 덕이 되고 부흥에 도움이 되는 공익이라는 것을 당회가 인정할 때에 사본을 주겠다 ▲ 당회록, 공동의회록, 기타 교회 기밀문서는 교회의 덕을 위해서 남용하지 않는다 등이다.

 

학원이 된 선교관

 

 S교회 선교관은 7층짜리 건물이다. 선교관 운영권은 C 원로목사에게 있다. 선교관은 당회나 공동의회 결의 없이 용도가 변경되어 있다.
S교회 선교관은 7층짜리 건물이다. 선교관 운영권은 C 원로목사에게 있다. 선교관은 당회나 공동의회 결의 없이 용도가 변경되어 있다.유연석
S교회 선교관은 7층짜리 건물이다. 선교관 운영권은 C 원로목사에게 있다. 선교관은 당회나 공동의회 결의 없이 용도가 변경되어 있다. ⓒ 유연석

문제는 공증뿐만이 아니다. S교회 근처에 7층짜리 선교관이 있는데, C 원로목사가 운영권을 갖고 있다. C 목사는 은퇴 후 선교관에서 일하기로 했다. 선교관은 S교회 교인 자녀들의 교육 및 전도 등의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2001년 7월 건축한 것이다. '종교 시설'이었던 선교관 1층부터 3층이 현재는 '근린생활시설' 및 '교육 연구 시설'로 용도가 변경된 상태다. 다시 말해 현재 선교관은 영어, 중국어 학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학원 수익은 전혀 교회로 오지 않는다.

 

당회나 공동의회에서 용도 변경을 결의한 적은 없다. 일부 장로가 구청에 확인한 결과, 용도 변경은 운영권을 갖고 있는 C 목사가 독단적으로 한 행동이다. 한 장로가 구청에 용도 변경한 것을 항의했다. 구청은 C 목사가 모든 서류를 갖추었기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장로들이 제기하는 C 목사의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2005년에는 인천 앞바다 무의도에 기도원을 만든다고 하여 1770평 땅을 8억 원에 매입한 적이 있다. 당시 교회는 빚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땅을 사 놓고 보니 무의도까지 들어가는 뱃삯 등 교통 비용이 많이 들어 성도들을 위한 기도원으로 적절치 않았다.

 

그런데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면 그 땅은 매매한 게 아니라 C 목사의 조카로부터 교회가 증여받은 것으로 나온다. C 목사는 증여받은 땅을 사겠다고 교회로부터 8억 원을 받아 간 것이다. 장로들은 C 목사가 가져간 8억 원을 본인이 가져갔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만약 매매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다면 조카의 세금 포탈을 도와주기 위해 비영리법인인 교회를 악용한 것으로 보았다.

 

무의도 등기부 등본 기도원으로 사용하려고 한 무의도 땅 등기부 등본을 보면 증여된 것으로 나와 있다.
무의도 등기부 등본기도원으로 사용하려고 한 무의도 땅 등기부 등본을 보면 증여된 것으로 나와 있다.유연석
▲ 무의도 등기부 등본 기도원으로 사용하려고 한 무의도 땅 등기부 등본을 보면 증여된 것으로 나와 있다. ⓒ 유연석

교회 내에서 무의도 땅 매매에 대한 말이 많아지자 C 목사는 긴급 당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녹음기를 켜고 당회원들에게 모든 경위를 설명했다. 조카에게 8억 원을 통장으로 보냈다는 해명이었다. C 목사는 이어서 "경위를 설명했으니 더 이상 (무의도에 대해) 말이 나오면 자손 대대로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문제 제기하던 장로들 출교 조치

 

S교회 당회는 최근 원로목사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던 장로 4명을 면직·제명·출교했다. 장로들은 재정·인사·권징·선교 등이 목사의 독단이 아닌 당회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회는 '장로 4명이 장로회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목회와 당회를 어지럽게 했다', '교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불법 유인물을 배포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조사 소환장을 받고도 불응했다', '개심의 빛이 전혀 없다' 등을 이유로 징계했다.

 

판결문을 받은 그 주 주일인 5월 22일 3부 예배 직전, 장로 4명은 담임목사가 있는 당회장실을 찾아가 항의했다. "절차에 맞지 않는 불법 재판이므로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당회원의 권리를 확보하라" 등을 요구했다. 부교역자들과 다른 장로들이 이들을 막아서서 약간의 몸싸움이 일어나기기도 했다. 출교당한 장로 4명은 현재 노회에 상소한 상태다.

 

이날 기자도 S교회를 찾아가 담임목사를 만나고자 했다. 하지만 부목사와 장로들의 저지로 명함조차 건넬 수 없었다. 부목사, 장로, 전도사가 기자의 명함을 받고 담임목사에게 대신 전한 뒤 연락을 주기로 했지만 3일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은 없다. 기자가 직접 C 원로목사와 P 담임목사에게도 몇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게재됐습니다. 
#교회 #은퇴 예우금 #긍증 강요 #성석교회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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