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만화 <울기엔 좀 애매한> 중에서...
사계절
그러니까 결국 <울기엔 좀 애매한>이라는 만화는 어른이 된 만화가 최규석이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행동으로 보인 결과물인 것이다.
불평등한 삶의 조건을 버티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들의 현실을 만화라는 장르와 유머라는 장치의 결합을 활용해 사실적으로 고발함으로써,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어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0교시', '국제중', '자립형 사립고', 그리고 '반값 등록금'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던지고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건만, 아직은 '어른'과 '아저씨'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만 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만났던 학생 누군가는 나에게 '산'을 옮겨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언젠가 그 학생도 어른이란 결국 삽 한 자루를 가진 힘없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까.
비록 영화 <아저씨>의 원빈만큼 멋진 아저씨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럽지 않도록, 학생들을 만났을 때 당당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삽 한 자루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어쩌면 이 글이 '삽 한 자루'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 글.그림,
사계절,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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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만화, 근데 왜이리 짠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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