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준
구룡령 옛길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 집 한 채가 있다. 그 집에 있는 개를 본 남편, 어김없이 다가가 아는 체를 하면서 어른다. 개, 얘가 문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할 녀석이 반갑다고 꼬리를 치면서 난리도 아니니, 남들이 보면 주인이 외출했다 돌아오는 줄 알겠다.
5월의 숲은 숨이 막히게 아름다웠다. 연한 초록빛 잎새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나는 1년 중 5월의 숲이, 5월의 나무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계절, 나무에 새로 달린 나뭇잎들은 초록보다 연두에 가까운 빛깔이다. 그 여린 빛이 품어내는 기운은 신선하면서 상쾌하기까지 하다. 옛길로 들어서니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갈천리에서 묘반쟁이, 솔반쟁이, 횟돌반쟁이를 지나 구룡령 옛길 정상까지 가는 길은 당연히 오르막이었다. 구룡령 정상의 높이는 1089m. 그곳까지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숲길이기는 한데, 오르막이니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는 얘기다. 올라가려니 정말 힘들더라.
10분을 채 걷기 전에 이마에서 땀이 퐁퐁 샘처럼 솟아난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머물지 않는 시원한 바람이 휘돌아들면서 불어와도 땀이 솟아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대신 흘린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긴 했다. 숨을 몰아쉬면서 오르막을 걷다가 잠시 멈춰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불어와 온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면 얼굴에, 겨드랑이에서 흘러 내려 옷을 적신 땀이 순식간에 식어 선뜩한 한기를 느끼게 했다.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