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은봉이은봉 시인이 펴낸 여덟 번째 시집 <첫눈 아침>(푸른 사상)은 물음표를 마음에 품은 시인이 우리네 삶과 자연이 애타게 부르는 말에 메아리로 부드럽게 답한다.
이종찬
이은봉(58) 시인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시인이 바라보는 이 세상 곳곳에서는 온통 물음표가 툭툭 튀어나와 아지랑이 춤을 한바탕 추다가 어느 순간 느낌표가 된다. 이 말은 곧 시인은 늘 물음표를 가지고 이 세상을 주무르는 사람이며, 그 시인이 쓴 시는 곧 느낌표가 되어 이 세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는 뜻이다.
이은봉 시인이 펴낸 여덟 번째 시집 <첫눈 아침>(푸른 사상)은 물음표를 마음에 품은 시인이 우리네 삶과 자연이 애타게 부르는 말에 메아리로 부드럽게 답한다. 제4부에 실려 있는 '떠돌이의 밤' '아버지' '달빛들' '사금파리' '무궁화는 국화다' '항구의 사내' '쨔샤, 시라는 놈' '가시고기' '주둥이 꽉 다문 시' 등 72편이 그 시편들이다.
이은봉 시인은 이 시집 뒤에 실은 '시인의 시론-풍경과 존재의 변증법'에서 "시는 질문이 많은 사람의 산물"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질문이 많은 사람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 시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의 산물"이라며 "호기심의 대상은 물론 시인 자신과 세상이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 시인이 바라보는 시는 "항상 피곤과 함께 온다 한 줌의 에너지마저 죄 소진된 시간에 온다 몽롱한 가슴 뚫고" 슬금슬금 다가온다. "혼돈의 마음을 밟고 오는 쨔샤, 시라는 놈! 저도 많이 외로워 수시로 온몸 떨"(쨔샤, 시라는 놈)면서 이 세상 "온갖 고독"을, "비애를 거느리고" 시인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시는 그리하여 물음표 곳곳에 느낌표를 치렁치렁 건다.
시인 이은봉 새 시집 <첫눈 아침>은 머지않아 회갑을 앞둔 시인이 우리네 삶과 이 세상에 거는 물음표이자 우리네 삶과 이 세상이 시인 마음에 주렁주렁 매다는 물음표다. 시인은 마음 곳곳에 피데기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이 수많은 물음표를 갈고 닦아 마침내 '참다운 삶'과 '참다운 세상'으로 가는 느낌표를 쓴다.
시인 이은봉(광주대 문창과 교수)은 1953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1983년 <삶의 문학> 제5집에 평론을 발표했으며,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좋은 세상'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책바위>가 있다. 계간 <시와시> 주간. 한성기 문학상, 유심 작품상 받았다.
'날것' 그대로 14년 만에 문학동네로 나선 시 너는 무슨 의지로 거기 홀로이 죽어 있느냐?-'마당에서 날이 새도록 혼자 술을 마시다가 잔에 빠진 수컷 모기를 본 여름새벽'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