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름이 되어 별처럼 고운 꽃이 피어난다면"

[서평]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

등록 2011.06.09 14:46수정 2011.06.0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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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권정생...이명화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권정생이 동화작가라는 것을 알았고, 그의 삶을 읽어가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일생동안 가난과 병마와 씨름하면서도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던 권정생.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은 한 마디로 청소년을 위한 전기로 철저한 순수와 희생정신,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실천으로 살았던 사람이었다. 거름과 같은 삶을 그의 온 삶으로 실천하고 간사람.

권정생의 일생


1937년 9월 10일, 일본 도쿄 혼마치의 헌 옷 장수 집 뒷방에서 태어난 권정생은 5남 2녀 중 넷째였다. 어려서부터 가난 속에서 자랐고 유일한 벗인 동화책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으면서 자랐다. 어린 시절 그는 누나들로부터 들은 예수님의 모습을 평생 가슴에 품었고 자신이 예수가 되어 고통스럽게 어디론가 계속 걸어가고 있는 꿈을 꾸었다.

일본에서 고국 땅을 밟은 것은 아홉 살 때였다. 극심한 궁핍으로 소나무껍질 쑥 등으로 죽을 쑤어 허기를 달래야 했던 그는 가난으로 인해 부모님과 서로 떨어져 있는 생활을 반복했고 인생의 맨 밑바닥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죽음, 깡통을 들고 유랑걸식 끝에 조탑리(현재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의 교회 문간방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일직교회> 종지기가 되었다. 먹고 자는 기본적인 일이 해결되자 그는 이곳에서 16년 동안 종지기로 일하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써나갔다.

서른 살에 시작한 시골의 작은 교회 종지기. 2년이나 6개월 정도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날이 훌쩍 지나갔고 권정생은 종지기로 있으면서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종지기와 글 쓰는 일에 전념했다. <강아지똥>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 그는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게 된다. <강아지똥>은 동화로는 보기 드물게 6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1996년에는 그림책으로, 2000년에는 일본에서도 번역되어 출간, 2003년에는 클레이(점토)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지는 등등. <강아지똥>의 인기는 상승했다.

196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다. 그때 이오덕 선생과의 만남은 30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이오덕 선생이 죽기까지 권정생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오덕은 권정생의 글을 "다른 사람들은 잉크로 글을 쓰지만 권정생은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고 존경심을 드러내며 극찬했다.

빌배산 아래 빌뱅이 언덕에 흙집을 지어 이사를 한 그는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계속 글을 썼고 크고 작은 글이 태어나고 또 태어났다. 1955년 제2회 새싹문학상이 발표되었는데 수상자는 권정생이었다.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아동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여든 다섯 살의 연로한 윤석중이 직접 찾아가지만 끝내 사양한다. 그는 아동문학을 한다고 해서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날이 병은 깊어졌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그는 어느 날 쓰러져 누웠고 향년 70세의 일기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권정생, 거름 되어 별과 같은 고운 꽃을 피우고자 했던 삶

순수한 영혼을 가지 동화작가 권정생의 삶을 닮은 책을 읽고 가슴에 종소리 울린다. 가난, 질병, 어린이, 종지기, 성경책, 동화(글)...전쟁과 배고픔과 슬픔이 없는 세상을 염원하던 그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 늘 자연과 모든 생명의 고귀함을 노래했고 이웃과 어린이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 땀 한 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아름다운 자연을 동심에 수놓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고 거름이 되어 별과 같은 고운 꽃을 피우고자 했던 삶이었다. 그는 또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알았고 유랑걸식 할 때나 병들 때가 그가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은 펜뿐이 아니었다. 성경과 기도, 그의 신앙이었다.


권정생과 이오덕의 만남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오덕은 권정생에게 정신적 기둥이요 현실에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이오덕은 권정생의 작품을 들고 신문사와 잡지사를 찾아다니며 권정생의 글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뛰어다녔다. 이오덕은 권정생을 일러 "다른 사람들은 잉크로 글을 쓰지만, 권정생은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고 극찬했다.

이오덕은 그가 죽는 자리에서도 권정생을 챙기는 모습은 감동이다. 그는 조문객을 받지 말라고 했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권정생의 시비를 세워 그의 업적을 이 땅에 오래 남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만남이다. 이런 만남이 인생에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 감동은 낮게 그리고 깊이 스민다.

무엇보다도 새싹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끝내 상을 받기를 거절했던 권정생이 했던 말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했다.

"저는 상을 받고자 동화를 쓰고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며 살아온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이 땅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죄스럽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공부 잘해서 사람이 되라 하기보다는 지금 아픈 데는 어딘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는 사람이 되고자 아직도 노력중입니다. 그런데 저더러 상을 받으라니요? 우리의 아동문학이 과연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기에 이런 상을 줄 수 있고 또 받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p188)

내남없이 글을 쓰는 시대다. 요즘은 개인 블로그, 카페, 싸이월드 등. 인터넷 공간에 자기표현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작가들, 혹은 작가지망생들은 오늘도 성공하기 위해 부지런히 쓴다. 권정생의 이 말은 부끄러움을 가르친다. 아울러 글을 쓰는 이들에게 자신을 향해 다시 묻게 한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에게 거듭거듭 물어야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왜, 무엇을 위해?!" 아마도 이 물음은 글을 쓰는 한 계속 묻고 또 물으면서 나를 추스르고 바로 세워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동화작가 권정생의 삶을 책으로 만나,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가슴 뭉클한 감동과 나를 일깨우는 종소리를 들어야했다.  "내가 거름이 되어 별처럼 고운 꽃이 피어난다면, 온몸을 녹여 네 삶이 될게" 라고 '강아지똥'에서 했던 말이 가슴에 내려앉는다.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의 거름 같은 삶과 글처럼, 많은 사람들의 글이 거름이 되고 꽃으로 피고 또 피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접는다.

덧붙이는 글 | <권정생>(작은씨앗/이원준 지음)


덧붙이는 글 <권정생>(작은씨앗/이원준 지음)

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이원준 지음,
작은씨앗, 2008


#권정생 #종지기 #작은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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