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집회좁은 인도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도 없는 나라인가?
김민수
그런데 최근 야권도 아닌 여권에서 반값등록금 이야기가 나왔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대중영합주의적인 발언이겠거니 생각을 했다가, '아, 말 잘했다. 잊어버렸던 MB의 선거공약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진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실행집회와 '날라리' 선배들의 가세, 보수언론까지 대학등록금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야 말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시간과 몸이 허락하는 한 광화문 일대를 서성이고 있다. 내 딸 또래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이렇게 컸구나 싶고, 내가 이렇게 늙었구나 싶기도 했다. 이 싸움은 그 아이들의 몫만이 아니구나, 이 싸움에서 이겨야 우리집 살림살이가 펼 수 있는 거구나 생각하니 동참을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아빠 노릇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반값등록금을 쟁취해야겠다는 심정이다. 만일, 반값등록금을 포퓰리즘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 누구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반응은 내가 대학생 시절이던 1980년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불법집회라고 규정하고, 원천봉쇄 하는 것이다. 혹 경찰들은 그런 방법들을 통해 시위대의 폭력을 조장하고, 폭력집회라고 몰아붙이는 절차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부모된 처지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것이고, 만에 하나 경찰이 학생들을 연행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자식같은 아이들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
내 딸이 잡혀가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내 딸의 요구가 정당한데 그 정당한 요구를 방해하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 내 딸의 요구가 관철되어야 나는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으니 힘을 더할 수밖에 없다.
오래 전부터 2주에 한 번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친구들과 6월 10일 광화문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 결혼을 빨리 한 친구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자녀도 있지만, 친구들 대부분이 대학생 자녀가 있거나 앞으로 수년 내에 대학생이 될 자녀가 있다. 우리들은 서로 부모된 도리로 학생들, 아니 우리의 아들, 딸들을 지켜주자고 다짐했다. 벌써, 우리 나이가 그렇게 되었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6월 항쟁 당시 잡혀가는 학생들을 구해내고, 먹을 것을 전해주던 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모른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힘이 되어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대학을 다닐 때 시위를 하다 백골단과 마주치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잡히는 순간 경찰에게 온몸을 구타당하면서 몸속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들을 죄다 토해내고, 악만 남아 소리를 지르며 닭장 차에 실려갔던 청춘, 그런 청춘은 우리 시대로 끝내야 한다. 그런 일이 더 있어서는 안 되기에 아빠들이 광화문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386 세대들이여, 6월 10일 광화문으로 모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