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 1420만원..."수업 질, 기대 이하"

[현장] 대한민국 최고 등록금,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을 가다

등록 2011.06.10 09:54수정 2011.06.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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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국제캠퍼스 주위에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주위에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홍현진

자욱하게 낀 안개 때문만은 아니었다. 9일 오전, 인천시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 도착한 순간 떠오른 단어는 바로 '유령도시'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캠퍼스에 학생들은 보이지 않고 '탕탕탕' 공사장 소음만 들려왔다. '혹시 벌써 방학을 했나' 싶어 청소하는 분께 물었더니 '3층에서 수업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신입생의 등록금 고지서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신입생의 등록금 고지서오연호

1420만 원. 이 '유령도시'에서 공부하고 있는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이하 UIC, Underwood International College) 재학생들이 1년간 내야 하는 등록금이다. 지난 4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미친 등록금…"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816만6700원'이라는 금액이 찍힌 등록금 고지서를 공개했다. 이날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UIC 신입생이 들고 온 것이었다.

무려 8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에는 약 100만 원의 입학금이 포함되어 있다. 연간 등록금 1420만 원은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과' 2위를 차지한 고려대 의과대학 1279만6000만 원보다도 100만 원이 넘게 비싼 액수다.  

'등록금 가장 비싼 학과 1위'... "수업 질은 기대에 못 미쳐" 

 강의실 앞에 영어로 공고문이 붙어있다.
강의실 앞에 영어로 공고문이 붙어있다. 홍현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문사회관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제캠퍼스'라는 명칭에 맞게 게시판이며, 엘리베이터며, 강의실 앞이며 영어로 된 게시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어 있는 강의실에서는 영어로 수업하는 소리가 들렸다. UIC에서는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 

적막이 맴도는 강의실 복도를 지나 여학생 휴게실 문을 열자, UIC 1학년 이아무개(20)씨가 전자수첩을 꺼내들고 수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학교에 학생들이 없냐'고 묻자. 이곳 국제캠퍼스에서는 의과·치의예과 대학, 자유전공학부, 글로벌융합공학부 등 일부 학부생들만 수업을 받는단다.

UIC 경우 1학년만 이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2학년부터는 '문학과 문화', '경제학', '정치학', '국제학', '생명과학과 기술' 5가지 전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신촌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부를 찾아왔다"고 하자 이씨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는다. "아빠 회사에서 등록금을 내준다"는 그는 "등록금이 심하긴 심하죠, 애들도 불만 많아요"라고 말했다. 등록금에 비해 커리큘럼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

연세대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언더우드 국제학부'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6년. 이듬해인 2007년에는 학부에서 단과대학으로 승격돼 '언더우드 국제대학'이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이씨는 "국제학부 수업 가운데 다른 과 애들도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며 "(국제학부) 애들이 '왜 똑같은 수업 듣는데 우리만 등록금이 비싸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국제학부가 올해부터 송도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더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1학년들은 송도에, 선배들은 신촌에 있다 보니 교류가 전혀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캠퍼스를 걷다 만난 김아무개(20)씨를 포함한 3명의 UIC 신입생들도 "등록금이 비싼 것은 사실"이라며 "솔직히 돈만큼 값어치를 못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외국에서 살다 왔다는 이들은 "부모님이 학자금을 다 내주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영어로 수업을 100% 진행하는 국제학부 가운데는 다른 대학과 비교할 때 연대가 가장 낫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영어로 "상관없을까"라고 물어보며 조심스러워하더니, 셋 중 가장 평범한 성씨인 '김씨'를 알려줬다. 이날 인터뷰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700만 원 넘어도 등록금 이야기 화두조차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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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다른 대학의 국제학부와 비교했을 때에도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의 등록금은 두 배가량 높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 중 국제학부가 있는 학교는 건국대, 고려대, 국민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6개 교. 이 학교들의 한 학기 등록금은 340~400만 원 정도인데, 신입생의 경우 입학금을 포함해도 UIC의 등록금인 816만 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느낀 '고액등록금'에 대한 반발여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다음은 UIC 1학년 이아무개(21)씨의 말이다.

"저만 이러는 것 같아요.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면 '아, 힘든 사람 있지, 시위하는 것, 그럴 수도 있지, 등록금, 내려야지, 그런데 나는 참가 안 해, 기말고사 공부할래'. UIC에서는 학자금 대출받는 학생도 거의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도 거의 본 적 없어요. 등록금 이야기가 화두조차 되지 않아요."

UIC 1학년 150여 명 가운데는 외고 등 특목고 출신 혹은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대부분. 경제적인 형편 역시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이씨도 그러한 경우다. 그 역시 아버지의 회사에서 8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이 전액 지원된다. 이씨의 누나는 영국에서 유학 중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8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역시 수업의 질. "수업 자체가 체계화되지 않고 급조된 느낌이 많이 난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또 "제가 2학년 때부터 경제학을 전공하게 될 경우, 상경대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되는데 상경대는 400만 원, 저희는 800만 원을 내고 들어야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 교수님들의 영어실력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답답할 때가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1학년 때는 UIC 소속 외국인 교수들이 수업을 하지만, 전공 배정 이후에는 기존 학과의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차라리 한국말로 수업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씨는 이어 "건물은 좋지만 학생 편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게 없다"며 "단적인 예로 학생식당만해도 아침·저녁에 2500원, 점심에는 4000원, 4500원을 내야하는데 하루 세끼 다 먹으면 9000원-9500원이다, 신촌은 생활협동조합이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반면 송도는 외주를 들여서 한 달이면 식비가 30만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기숙사비는 학교에서 지원해준단다. 지난주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는 이씨는 10일에도 집회에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액 등록금' 원인 묻자 연세대 '묵묵부답'

 9일 연세대 국제캠퍼스 학생식당에서 먹은 4500원짜리 점심식사.
9일 연세대 국제캠퍼스 학생식당에서 먹은 4500원짜리 점심식사. 홍현진

지난 4일 반값등록금 집회에 '등록금 고지서'를 들고 나타났던 학생(20) 역시 학교 분위기에 답답함을 나타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이 학생은 등록금의 일부는 외부 장학재단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부모님이 공무원이어서 저렴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이 학생은 "대부분의 UIC 학생들이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면서도 아무래도 다들 잘 살다 보니 신경을 안 쓰거나,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면 이 보다 돈이 더 드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때 제가 집회에서 발언했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도 '800만 원이면 (집회) 나올 만하다'고 하던데 정작 UIC는 조용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신태 UIC 학생회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통교양과정에서 외국교수 초빙을 해서 아무래도 급여가 높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 것으로 보인다"며 "등록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친구들은 아무래도 대규모 강의가 아닌 소수, 최대 20여 명이 듣는 강의가 대부분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이 학부의 등록금이 유난히 비싼 이유를 묻기 위해 지난 8일과 9일 UIC 홍보담당자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질문지까지 보냈으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전세계 유수의 대학 출신 교수들이 강의를 하고 있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반값등록금 #UIC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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