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앞에 영어로 공고문이 붙어있다.
홍현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문사회관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제캠퍼스'라는 명칭에 맞게 게시판이며, 엘리베이터며, 강의실 앞이며 영어로 된 게시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어 있는 강의실에서는 영어로 수업하는 소리가 들렸다. UIC에서는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
적막이 맴도는 강의실 복도를 지나 여학생 휴게실 문을 열자, UIC 1학년 이아무개(20)씨가 전자수첩을 꺼내들고 수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학교에 학생들이 없냐'고 묻자. 이곳 국제캠퍼스에서는 의과·치의예과 대학, 자유전공학부, 글로벌융합공학부 등 일부 학부생들만 수업을 받는단다.
UIC 경우 1학년만 이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2학년부터는 '문학과 문화', '경제학', '정치학', '국제학', '생명과학과 기술' 5가지 전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신촌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부를 찾아왔다"고 하자 이씨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웃는다. "아빠 회사에서 등록금을 내준다"는 그는 "등록금이 심하긴 심하죠, 애들도 불만 많아요"라고 말했다. 등록금에 비해 커리큘럼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
연세대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언더우드 국제학부'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6년. 이듬해인 2007년에는 학부에서 단과대학으로 승격돼 '언더우드 국제대학'이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이씨는 "국제학부 수업 가운데 다른 과 애들도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있다"며 "(국제학부) 애들이 '왜 똑같은 수업 듣는데 우리만 등록금이 비싸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국제학부가 올해부터 송도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더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1학년들은 송도에, 선배들은 신촌에 있다 보니 교류가 전혀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캠퍼스를 걷다 만난 김아무개(20)씨를 포함한 3명의 UIC 신입생들도 "등록금이 비싼 것은 사실"이라며 "솔직히 돈만큼 값어치를 못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외국에서 살다 왔다는 이들은 "부모님이 학자금을 다 내주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영어로 수업을 100% 진행하는 국제학부 가운데는 다른 대학과 비교할 때 연대가 가장 낫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영어로 "상관없을까"라고 물어보며 조심스러워하더니, 셋 중 가장 평범한 성씨인 '김씨'를 알려줬다. 이날 인터뷰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700만 원 넘어도 등록금 이야기 화두조차 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