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련 만난 황우여, 대선 공약 '반값 등록금' 놓고 설전

[현장] 한대련 "대선 공약 아니었나?" ... 황 원내대표 "잘 모르겠다"

등록 2011.06.10 15:36수정 2011.06.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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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10일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마친 후, 박자은 한대련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박 의장은 응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10일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마친 후, 박자은 한대련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박 의장은 응하지 않았다. 남소연

[기사 대체 : 10일 오후 6시]

"오늘 확실해진 건 이런 대화라고 한다면, 이런 내용이라고 한다면 저희는 계속 촛불을 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과의 만남은 결국 얼굴을 붉히며 끝났다. 한대련 박자은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10일 공청회를 마치며 "결국 대표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청와대로 가겠다"며 "추후 만나시려면 구체적인 방안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만나셨으면 한다"고 쏘아붙였다.

고려대·경희대·덕성여대·인천대 등 11개 대학의 대표자들은 2시간이 넘게 진행된 간담회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황 원내대표가 대표자들에게 다가와 한 명, 한 명씩 악수를 청할 때도 학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분노을 삭히지 못한 박자은 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김기정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장은 "국민의 선택, (오늘) 집회에서 확인하십시오"라고 황 원내대표의 손을 꽉 쥐었다.

간담회 공개여부 놓고 처음부터 삐걱...한대련 "사과부터 하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박자은 의장 등 한대련 대표단이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나 '반값등록금'문제와 관련해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박자은 의장 등 한대련 대표단이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나 '반값등록금'문제와 관련해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남소연

10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공개여부를 놓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예정되었던 오후 2시보다 20여분 정도 늦게 진행되면서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이에 대해 박자은 의장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으셨다면 왜 이 자리가 비공개가 되기를 원하셨는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대학들에 (등록금 인하를) 압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긴 그렇다, 언론이 해야지"라며 "등록금 인하는 빠르면, 가급적이면 내년부터"라고 답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어 "어쨌든 이 등록금을 내려야한다는 저희들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등록금 봉투 액수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국민들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황 원내대표는 "다음 주부터 국민공청회 통해 6월 말까지 국민의 힘을 모아서 정부와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등록금 인하'와 관련 된 몇 가지 원칙도 밝혔다. "대학구조조정과 등록금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면서 최근 논란이 되었던 B학점 이상 학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큰 오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임해규 의원이 "(B학점 이상 지원은)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한 의원(김성식 의원)의 아이디어가 언론을 통해 발표됐을 뿐, 그렇게 설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총학생회 대표자들은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반값등록금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처음부터 몰아붙였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등록금 공약을 걸고 당선됐다, 등록금 때문에 사람이 죽고, 대학생들의 청춘이 담보 잡혔으면 이에 대한 합당한 사과가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오늘 모임 취지가 사과 받으시는 거예요, 등록금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시는 거예요"라며 "사과가 중점이라면 당에서 의논을 해서 필요한 말씀을 적절하게 해드리겠다"고 넘어가려 했다. 그러자 권 회장은 "그 두 가지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회피하지 마시라"고 받아쳤다. 이에 황 원내대표는 "지금 우리의 관심은 누구의 책임이냐, 이것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과하느냐가 아니라 등록금과 관련된 실무적인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면서 "우리가 굉장히 바쁘고 결정할 사안이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하면 안 될까요"라고 되물었다. 

임해규 "반값등록금 대선공약에서는 뺐다, 그게 사실"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임해규 의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임해규 의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남소연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반값등록금, 이명박 대통령 대선공약 맞죠?"라고 물었다. 이에 황 원내대표가 "그건 잘 모르겠다"고 피해갔고, 임해규 정책위 부의장이 대신 "그건 2006년 지방선거 공약이었고, 대선에서는 뺐다, 그게 사실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당시 나왔던 '반값등록금'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학자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것이었지, 등록금을 반으로 내리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이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냐"고 재차 묻자 황 원내대표는 "몇 월 며칠에 이야기했는지 말해 달라, 속기록을 확인해보겠다"며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공개된 자리에서 계속 이러시는 건 실수를 유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황 원내대표는 지난 5월 22일 원내대표 기자간담회에서 '반값등록금'과 관련 "우리 대선공약에서도 얘기됐다고 했는데, 그 부분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이번에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영철 "여러분들이 등록금 문제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지 묻고 싶다"

김 회장의 추궁이 계속되자 황 원내대표의 비서실장 황영철 의원은 "과연 여러분들은 등록금 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대표님이 외로운 투쟁 을 하고 계시다, 이 문제 짊어지고 있는 대표님에 대해 진정성 있게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전은영 인하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자금 대출을 2300만원이나 받았고, 이자 내려고 아르바이트를 5개까지 했다"며 "학생들이 울부짖으면서 외칠 때는 아무런 말도 없다가 이제 와서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날을 세우면서 분위기는 다시 싸늘해 졌다.

이에 임해규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난 5~6년 동안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해왔지만 뜻을 펴지는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등록금 인하를 당장 하면 좋겠지만 이해당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재정의 문제가 있다"며 "6월 안으로 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황 원내대표는 "여러분들이 얼마나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플지 이해한다"며 "여러분들, 희망을 잃지 말고 좀 더 나은 안을 만들기 위해 함께하자"고 웃었다.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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