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도착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사측과 조합원들이 출동해 부상자 다수가 발생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다른 말로 하면 '노동자는 살 수 없는 나라'라는 말이다.
용접슬러그에 얼굴이 움푹 패이고, 눈에 용접불똥 맞아도 아프다 소리도 못했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교도소 짬밥보다 못한 냄새 나는 꽁보리밥에 쥐똥이 섞여 나오던 도시락을 주면 공업용수에 말아 먹어야 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한 달 잔업 128시간에 토요일 일요일도 없고 매일 저녁 8시까지 일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용접불똥 맞아 타들어간 작업복을 테이프 덕지덕지 붙여 넝마처럼 기워 입고, 한겨울에도 찬물로 고양이 세수해가며, 쥐새끼가 버글거리던 생활관에서 쥐새끼들처럼 뒹굴며 살아야 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한여름 감전사고로 혈관이 다 터져 죽어도, 비 오는 날 족장에서 미끄러져 라면발 같은 뇌수가 산산이 흩어져 죽어도, 바다에 빠져 퉁퉁 불어 죽어도 산재가 뭔지도 몰랐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한 해에도 수십 명의 노동자가 골반압착으로, 두부협착으로, 추락사고, 감전사고로 죽어가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친 동료 문병 다니고 죽은 동료 문상 다니는 시간이 잔업 다음으로 많았던 공장이었다고 한다.
그런 한진중공업은 몇 년 전 필리핀 수빅에 수조 원에 달하는 공장을 지을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구조조정뿐이었다. 2010년에만 비정규직 포함 3000여 명이 잘렸고, 300명이 강제휴직을 당했고, 울산공장이 폐쇄됐다. 경영이 위기에 처했냐고? 천만의 말씀. 2011년 올해 270여 명을 다시 희망퇴직으로 정리하고, 나머지 170여 명을 정리해고 통보한 다음날, 대를 이은 조남호 사주 일가와 주주들은 174억 원의 고배당을 챙겨갔다.
"왜 만날 우리만 죽고, 우리만 패배하는 겁니까"이미 90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 서민들이 비정규직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도 '사회적 살인'에 다름 아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공공부문 사유화 등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 민중의 위기로 전가하는 구조조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엔 노동자만 다닌 게 아니라고 한다. '평생을 새벽밥하며 남편 출근하는 동안에도 한시도 맘 놓지 못했던 아내들도 다녔고, 아빠 돌아올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다 아빠 얼굴 그리며 잠들던 우리 아이들도 다녔고, 노심초사 아들내미 사위 걱정에 한시도 편할 날 없던 우리 부모님들도' 다녔던 공장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