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24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한 대학생이 '빛을 안고 입학해서 빚을 지고 졸업한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돈 없어 과외 못하고 EBS로..." 여고생들의 등록금 걱정박정길(48, 한식요리사)씨 역시 조씨와 나누는 인터뷰 내용을 듣더니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와 등록금 문제를 같이 따지러 왔다"는 박씨는 "둘째가 대학교 3학년이다. 학생들이 걱정 되서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무대 맞은편에서 함성소리가 점점 크게 밀려왔다. 경희대, 한양대 등 가두행진을 하던 대학교 학생들이 속속 청계광장으로 집결하면서 지르는 함성소리였다. 집회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박씨의 목소리 역시 한층 격앙됐다.
박씨는 "정부가 공약을 번복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며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은데, 4대강 예산 중에 일부만이라도 등록금에 투자해도 되지 않느냐, 이 상태로 가면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뽑지 않을 것"라고 언성을 높였다.
시위 현장에는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2008년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당시처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여고생들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대학생들의 집회 행렬 뒤를 따라갔다. 대열 속에 이미 자리를 잡은 여고생들도 있었다.
대학생들의 가두행진을 따라가고 있었다는 고등학생 정다미(18)양은 "평소에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오늘 시위가 있다 해서 왔다"며 "부모님도 우리가 여기 와 있는 걸 알고 계신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더불어 부모님과 같이 집회에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오히려 저희에게 잘 다녀오라 적극 지지해주셨다"고 말했다.
함께 온 친구 정보성(18)양도 옆에서 거들었다. 정양은 "지금 친구랑 나는 과외를 받지 않고 EBS 교육방송으로 공부를 한다"며 "집안이 학원비를 충당할 만큼 여유가 있지가 않아서 그런데, 지금도 이런데 대학교 가서 등록금 낼 생각하면 벌써부터 답답해진다"며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중고등학교 교육비도 부담, 대학등록금은 '끝판왕'자신을 주부라 밝힌 김혜영(46, 학습지 교사)씨는 사립 재단의 적립금 이야기가 화제로 나오자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제발 대학 재단은 그 수준에 맞는 돈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엄청난 돈 받아놓고 지금 우리나라 대학 중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이 있나 묻고 싶다"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무대와 인접한 자리에서 '우~'하는 야유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화제의 사회자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을 공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들린 소리였다.
부부가 함께 집회장소를 찾은 이상철(45, 회사원)씨는 "큰 아들과 작은 딸이 각각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인데, 아이들 중학교 진학하면 교육비가 더 뛸 테고, 고등학교가면 교육비가 더 뛸 테고, 그러다 대학교 가면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생후 7개월 된 아이와 함께 나온 고준식(39, 회사원)씨 역시 미래의 아이가 컸을 때 교육비를 걱정하고 있었다. 고씨는 "아직 아이가 많이 어려서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걱정은 걱정이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과 복지예산이 삭감됐는데, 우리가 너무 경제성장이라는 환상만 품어 온 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서지 않게 하는 게 정부의 진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가자(32, 직장인)는 "처음부터 반값등록금 공약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라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를 더 절실하게 느껴야 한다"라며 "이런 시위가 꾸준히 되지 않으면 단기간에 무언가 바뀌기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