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은 학벌구조 안주한 탓
국공립대 무상등록금으로 해결해야

[세금혁명⑪] 고교와 국공립대 무상등록금에 10조 필요... 세금혁명 통해 조달 가능

등록 2011.06.21 10:11수정 2011.06.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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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커져만 가는 나랏빚에, 시민 삶의 질은 뒷걸음질입니다. 20조 원이 넘는 4대강 사업에, 대통령 형님과 부인 예산까지. 지방 자치단체 역시 이런저런 건설사업으로 빚더미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세금혁명'을 외치는 이유입니다. 12회에 걸쳐 우리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는 세금낭비 실태와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촛불과 휴대폰 불빛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촛불과 휴대폰 불빛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권우성

지금까지 <세금혁명> 기획을 통해 대한민국의 조세 및 재정지출 구조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세금혁명을 통해 나라의 틀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를 단초로 삼아보자.

사실 국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서 실상이 잘 안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대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다. 한국은 사립대 비중이 78%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거의 대다수 OECD 국가들은 국공립대학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인데 한국은 정반대다. 사립대 중심의 대학 구조를 가진 것으로 오해되는 미국도 국공립대 비중이 67%에 이른다.

이처럼 취약한 국공립대 인프라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지출 비중이 두 번째로 낮은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또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지금처럼 '미친 등록금'이 된 것도 국내의 국공립대학 인프라가 취약한 가운데 주요 사립대들을 중심으로 학벌 서열구조에 안주해 등록금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을 생각하면 대학 등록금 인상 폭을 줄이는 선에서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제 한국사회는 조금 더 과감한 변화를 주장할 때가 됐다. 우리가 4대강 사업과 같은 엉뚱한 사업에 돈 쓰지 않고 제대로 조세 재정 구조개혁을 하면 고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공립대의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등록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학벌구조 타파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지역간 균형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국공립대 무상등록금은 등록금 안정화 장치... 학벌구조 폐해도 희석돼

우선, 사립대를 중심으로 매년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잡기 위해서 대학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국공립대학 위주로 현재의 GDP 대비 0.7% 수준에서 OECD 평균인 1.3%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방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수도권 사립대의 1/3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거나 무상으로 하고 동시에 양질의 교수 확충 등을 통해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여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비용(등록금) 대비 편익(교육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 지방 국공립대가 좋아진다면 점진적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국공립대로 몰리게 되고, 사립대의 위상은 점차로 약해질 것이다.

5~10년에 걸쳐 이런 식으로 꾸준히 지원을 하면 대학서열 구조와 경쟁 구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가 마구잡이로 등록금을 올리는 일은 점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즉, 국공립대 인프라 확충 및 질적 개선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국공립대가 '가격(등록금) 안정화 장치(price stabilizer)'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방 국공립대의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수도권으로 몰리던 지역의 젊은이들이 지방에 남게 돼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방 대도시에서조차 최소한의 인재마저도 부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는 지역경제가 우수 인재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역의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산학연 협력을 토대로 지식벤처를 활발히 창업할 수 있다. 한국 젊은이들의 뛰어난 두뇌와 역량을 생각할 때 여건만 갖춰진다면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산업 클러스터가 지방에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경우 수도권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방은 두뇌 유출과 인구 감소로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극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돼 정착하기 시작하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가게 된다. 노무현 정부처럼 각종 개발사업마다 수천억, 수조원의 재정을 쓰지 않고도 활발한 지식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얼마든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은 학벌의 벽을 무너뜨릴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학벌구조'의 정점인 서울대라는 이름 대신 예를 들어, '한국 1대학' '한국 2대학' '한국 3대학' 식으로 국공립대의 명칭과 학제를 전반적으로 통합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교수들의 순환 근무 등을 활성화한다면 학벌구조의 폐해를 희석화하는 한편 지방 국공립대학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국공립대로 인재 몰려

그 같은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일본의 경우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공립대학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사립대의 비중이 한국과 유사한 일본의 경우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한 국공립대 인프라를 갖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도쿄대뿐만 아니라 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히토쯔바시대, 도쿄공대, 도호쿠대, 규슈대 등이 모두 국공립대학으로 일본의 대표적 사립대인 와세다대학이나 게이오대학보다 학문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학 가운데 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는 모두 일본의 대표적 지역 대학으로서 지역 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미국 또한 '아이비리그'로 알려진 명문 사립대학들이 매우 높은 학문적 성과를 자랑하지만, 전체 대학의 67% 가량이 주립대학 등 국공립 형태로 운영되며 대학 등록금도 평균적으로 사립대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주별로 편차는 있지만 각 주의 대표적 주립대학들의 학문 및 교육 서비스 수준도 매우 높아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UC버클리나 UCLA 등으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들이나 텍사스주립대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실력을 갖춘 상당수 젊은이들이 각 주의 대표적인 주립대에 진학해 졸업 후 지역의 기업이나 주정부 등에 취직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적어도 한국의 수도권이 젊은 인재들을 싹쓸이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을 낮추고 교육서비스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사전에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졸업자에 대한 다양한 진로기회 제공 및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우선, 대학 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은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취업과 소득 면에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커지는데다 독일이나 핀란드, 스위스 등에서 활성화된 산업과 연계된 고교 수준의 직업교육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탓도 크다.

따라서 고교 수준에서 전문직업교육을 활성화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 문제는 교육정책상의 개선 방안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채용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기업들이 무턱대고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에 관계없이 대졸자만을 채용할 것이 아니라 학력에 상관없이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는 식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한편 1999년 이후 국내 대학의 재학률(재학생수를 전체 재적학생 수로 나눈 비율)은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문대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 재학률이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2007년 이후로는 다시 떨어지고 있다. 대학 재학률이 공장의 가동률에 비견할 수 있다고 볼 때 대학의 구조조정 압력이 계속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 대학 진학자 수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가파르게 줄어들게 돼 있다.

이미 부실한 상당수 사립대들이 전국 곳곳에 난립해 있어 대학의 구조조정 압력은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이 같은 구조조정 압력에 따라 대학 수는 이미 2005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국공립대의 경우 통폐합을 추진하고 학사운영이 부실하거나 비리가 만연한 사학들의 경우 구조조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렇게 고교 졸업자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사회적 수요 이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를 줄이는 한편 사립대를 중심으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거친 뒤 국공립 대학들을 중심으로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면 고등교육 재원의 효율성 또한 크게 높일 수 있다.

고교와 국공립대 무상 등록금, 10조 원이면 가능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이 직접 쓴 재미있는 문구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이 직접 쓴 재미있는 문구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유성호

그러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는데 얼마나 들까. 국공립대 재학생 모두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줄 경우 1년에 약 1조5600억 원(국공립대 연간 등록금 약 600만 원 × 국공립대 재학생수 약 26만 명)이 든다. 일부에서는 고교 의무교육이 더 시급하지 않느냐고 반론을 편다. 그게 문제라면 고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면 된다.

그 경우 약 3조8000억 원(공립고 연간 등록금 190만 원 × 전체 고교생 수 약 200만 명)이 추가로 든다. 고교와 국공립대까지 등록금을 무상으로 실시해도 매년 약 5조3600억 원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각급 학교의 각종 상담교사, 특수교사들을 증원하고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54%에 머물고 있는 공립고 비율을 80%까지 늘리고, 국공립대 재학생 비중을 현재보다 두 배 늘리는 경우에도 10조 원 정도면 된다.

2011년 정부의 교육부문 예산은 41.3조 원으로 올해 예상되는 GDP 총액 1200조 원 대비 3.4% 정도다. 10조 원을 더 추가해도 GDP 대비 약 4.4%에 머문다. OECD 국가들 평균 4.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6%를 넘어서는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에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면 매년 5조~10조 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앞선 기획기사들을 통해 설명한 것처럼 시대착오적인 조세 및 재정지출구조를 제대로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 원씩, 약 100조 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언급해 보자.

우선,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0.1% 수준에 불과한 부동산 실효 보유세율을 0.5% 수준으로 올리는 등 자산경제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부과하고 탈루소득을 잡아내면 최소 20조~30조 원가량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매년 공공부문 전체에서 약 100조 원 규모의 토건 하드웨어형 사업이 벌어지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낭비성 사업들이다. 각 지방의 유령공항과 당초 예상 통행량에 크게 못 미치는 도로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예산 가운데 30% 정도는 줄일 수 있고 줄여야 한다.

특히 2010년 기준 14조7000억 원 규모의 교통시설특별회계를 비롯해 특별회계 예산 가운데 약 25조 원이 넓은 의미의 토건 하드웨어형 사업에 들어간다. 이 가운데 5조~10조 원을 교육 투자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한 현재 약 30조 원 규모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 혜택의 대부분은 대기업 등에 돌아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조세형평성을 근본에서 무너뜨리고 있다. 이를 일괄 축소해 재정수입으로 전환할 경우 10조 원 정도의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사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현 정부가 시대착오적으로 추진한 '부자감세'를 철회하기만 해도 매년 약 10조~20조 원을 더 거둘 수 있다.

이미 현 정부는 국공립대 등록금 14년 치인 22조 원을 4대강 바닥에 허무하게 처박고 있다. 한 술 더 떠 국토해양부는 2019년까지 국가 기간도로망 구축 사업에 410조 원이나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건개발 사업에는 마구잡이로 지르는 정부와 정치권이 교육 투자 확대에는 왜 경기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입만 열면 '교육입국'이니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드는 나라에서 말이다.

이 나라의 미래인 우리 젊은이들의 두뇌에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토건기득권 세력의 탐욕에 사로잡힌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와 상상력만 부족할 뿐이다. 이처럼 국공립대까지 전면 의무교육을 통해 이 나라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일은 공상이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세금혁명 하면, 2025년 대한민국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한 여고생이 비싼등록금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여고생의 목에는 '비싼 대학등록금 고등학생도 힘듭니다. 대학교 가기가 두렵습니다. 뼈빠지게 일하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합니다"는 글이 적힌 피켓이 걸려 있다.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한 여고생이 비싼등록금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여고생의 목에는 '비싼 대학등록금 고등학생도 힘듭니다. 대학교 가기가 두렵습니다. 뼈빠지게 일하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합니다"는 글이 적힌 피켓이 걸려 있다.권우성

지금까지 세금혁명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교육에 투자할 경우 어떤 변화를 일궈낼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런 식으로 조세재정 구조개혁과 그와 연관된 사회경제적 개혁이 이뤄진 2025년경의 '다른 세상' 대한민국이라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30대 중반의 평범한 가상 직장인인 A씨와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A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과 딸을 두고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는 국민연금 적립금으로 지은 30평형대 공공장기전세주택에서 보증금 1억 원에 살고 있다. 서울시 주택의 평균 매매 가격은 2억 원까지 떨어져 크게 부담스럽지 않지만 굳이 집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10년대 전반에 높은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뒤에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2020년 이후로도 주택 가격이 계속 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사봐야 매년 크게 강화된 재산세를 내야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는 데다 자산 가치는 올라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는 공공임대나 공공전세에 사는 가구가 적지 않아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거의 사라졌다. 2012년 이후 들어선 정부가 공공임대·전세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수도권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20% 가량이 공공임대·전세주택에 살게 됐다. 노후세대 등의 증가로 1~2인 가구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주택도 많이 지어졌는데, A씨의 부모님도 은퇴하신 뒤부터는 공공임대 주택에서 월 20만 원 정도의 임대료만 내고 기거하고 있다.

사실 A씨 부모 입장에서는 2018년 단행된 국민연금 개혁으로 이전에 은퇴한 노후세대만큼 국민연금을 받지는 못한다. 과거의 기금 적립식 방식에서 조세 방식으로 전환돼 현 세대가 낸 수준만큼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서운하지는 않다. 저렴한 장기전세에서 살다 보니 주거비 부담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 3억 원 정도의 현금을 저축해둔 덕분에 생활에 크게 아쉬운 것은 없었다. 모아놓은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관람하는 등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국민연금 수령액은 줄었지만 건강보험의 중병질환과 노인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로 의료비용은 크게 줄었다.

특히 A씨의 어머니는 2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았지만 중병질환 보험료 상한선인 400만 원까지만 내면 큰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A씨 부모님뿐만 아니라 평균 소득 이하 저소득 노인들을 위해서는 의료비 지원이 크게 확대돼 기본적으로 무상 의료가 실현돼 있었다. 이처럼 의료비용 부담 등이 크게 준 상태에서 주거비와 소비자물가 등이 안정돼 있어서 국민연금이 줄어도 노후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다.

A씨의 큰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과거에는 의무교육이라고 해도 학습 준비물 등을 따로 준비해야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부담이 없다. 또한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친환경 식단으로 점심 급식을 제공하니 아이들 도시락 준비나 급식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미술, 음악, 로봇교실, 태권도, 수영, 인라인, 축구, 야구 등과 같은 방과 후 프로그램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수영장과 체육실 등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학교 안에 만들어져 있다. 이런 시설을 갖추기 힘든 학교들은 인근의 관련 업체와 계약을 맺어 이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학교 교사들이 방과후에 뒤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들을 중심으로 영어 회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 따로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드문 편이다. 또 학교에는 심리 상담 교사와 공격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등이 배치돼 있고, 언어 장애 등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학교에 신청하면 정부 지원을 받아 별도의 민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아이는 여섯 살인데 역시 정부 지원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공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유치원까지는 무상 보육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 부부는 셋째를 가질까 고민하고 있다. 보육비와 교육비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데다가 아이들에게 아동수당까지 나오므로 첫째 아이를 가질 때에 느꼈던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더구나 법적으로 출산 휴가뿐만 아니라 2년 범위 이내에서 육아 휴직이 가능해져 A씨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된 것도 셋째 고민을 하게 된 이유다.

A씨의 처제는 대학 졸업반이다. 그는 대전에 있는 국립대학인 '한국3대학'을 등록금 한 푼 안 내고 다니고 있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막다른 선택을 하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는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당연히 등록금 부담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하는 학생들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A씨 처제는 대학을 졸업하면 이 대학 동문들이 지역에 설립한 바이오벤처 회사에 취직할 예정이다. 이 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이 5년 전 설립한 그 회사는 그동안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산학연 혁신클러스터가 활발히 추진돼 한국3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지역 벤처기업들이 생겨났다. 이 벤처기업들의 정보와 자원, 인력들이 연계되면서 생명공학 및 환경공학 분야의 첨단산업클러스터가 빠른 속도로 형성되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에는 정부가 과거 재벌대기업과 산업 입지 개발 중심의 기업지원 정책에서 대학 의무교육과 연계해 산학연 지식산업클러스터 지원으로 선회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 전환과 이와 연계된 재정 지원이 10년 전쯤부터 대규모로 이뤄진 결과 청년층의 창업활동과 기성 기업들의 투자가 연계되면서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A씨 처제를 비롯해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어렵지 않게 주변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이 클러스터가 시작된 지 8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역 내 총생산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비중이 커졌다. 대전시는 향후 15년 안에 이 클러스터에서만 전체 지역내 총생산의 약 40%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2025년 대한민국에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간단히 상상해보았다. 판타지 같은가. 물론 현 시점에서 보면 판타지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금혁명을 통해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 틀을 꾸준히 바꿔간다면 이 판타지는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이 같은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한 그루 '변화의 나무'를 심어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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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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