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멋을 낸 열네 분의 어머니
이경모
내가 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개인별 사진촬영은 끝나고 열네 분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다. 대부분 70대이시지만 모두가 멋쟁이시다. 양장과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화장도 예쁘게 하셨다. 그리고 어느 한 분도 우울하거나 쓸쓸해 보이는 분이 없다. 아주 밝은 표정 환한 미소 그대로다.
오늘 사진을 찍어주신 형제님이 단체 사진을 찍으며 "김치"라고 따라서 하시라는 말에 그대로 하신다.
"김치이~"
마치 그 모습이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과 똑 같다. 얼굴에 세월이 지나간 흔적들이 남아 있을 뿐 해맑은 모습이다.
지난 겨울 뇌동맥류로 큰일을 치를 뻔 했던 어머니가 건강을 되찾으시면서 첫 번째 하신 일이 영정사진 촬영이라니, 내 가슴이 먹먹하다. 6개월 동안 치료 받으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던 어머니. 걷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어눌한 발음, 시력 저하까지 갑작스럽게 찾아 온 당신의 변화에 긴 한숨을 내쉬곤 하셨다. 그러시면서 가까이 와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다 떨쳐버리고 많이 편해지신 걸까.
며칠 있으면 사진액자를 받으실 것이다. 그 속에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또 뭐라고 말씀하실까.
"참 많이 늙었구나. 어느새 세월이 이만큼 지나갔지?""와~ 아직도 봉덕각시네.""이 사진처럼 환하게 살다가 잠자는 것처럼 죽어 가족들이 편했으면 좋겠다."많은 생각들이 나를 심란하게 한다. 언젠가는 오늘 찍은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앞에 놓고 슬픔과 후회의 눈물을 속절없이 흘릴 것이다. 그 눈물을 조금이라도 덜 흘리려면 생전에 어머님께 잘 해드려야 한다는 쉬운 답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영정사진이 곧 눈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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