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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 소개부터 하지. 그게 순서에도 맞을 것 같으니 말야. 내 이름은 홍추상(洪秋霜)이야. 작고하신 선친께서 '가을의 찬 서리'처럼 호령 따위에 위엄이 있고 매사 독야청청(獨也靑靑)으로 정직하며 서슬이 푸르도록 살라고 작명해주셨지.
그에 걸맞게 나의 직업은 판사(判事)야. 나는 평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좌우명을 늘 신봉하고 견지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기도 해. 각설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먼저 최근에 내가 맡아 진행한 재판을 화두로 하여 '내가 꿈꾸는 나라'의 핵심을 거론할 참이야.
우선 나는 국토해양부의 직원들이 이른바 '4대강 사업' 업체들로부터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걸 언론 보도에서 유심히 본 바 있었어. 그러면서 혀를 몹시 찼지! '아~ 이런 자벌레 같은 인간들이 있나!'라고 통탄하면서 말야.
'자벌레'라는 동물은 자벌레나방의 애벌레를 뜻하지. 몸은 가늘고 긴 원통형이야. 가슴에 세 쌍의 발이 있고 배에 한 쌍의 발이 또 있지. 꽁무니를 머리 쪽에 갖다 대고 몸을 길게 늘이기를 반복하며 움직이는. 근데 이상하지? 멀쩡한 공무원들은 그깟 자벌레에 비유하다니 말야?
하지만 다 이유가 있기에 이처럼 인용을 하는 거니까 더 들어보라고.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예부터 백성의 재물을 탐내어 빼앗거나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관리, 즉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를 일컬어 탐관오리(貪官汚吏)라고 불렀지.
또한 <목민심서>에선 이들 탐관오리를 일컬어 별칭으론 '자벌레'라고도 했어. 이는 그러니까 탐관오리의 거개는 자벌레처럼 먹을 것이 보여야 기어가고, 겁을 주면 움츠리고만 있다는 아주 부끄러운 표현에 다름 아닌 셈이지.
아무튼 평소 이런 사관으로 튼튼히 무장되어 있는 나였기에 내 앞에 줄줄이 사탕으로 서 있는 국토해양부 직원들에게 나는 추상같은 일갈을 포효하지 않음 안 되었지.
"당신들 연봉이 얼마요?"
그러자 예상했던 것처럼 다들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이 얼어붙었는지 도통 함구하더군.
더욱이 산하기관과 민간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것 외에도 뇌물수수 혐의까지 추가된 사실이 범법사실에 기록되어 내 앞에 올려진 국토해양부의 아무개 과장 얼굴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자벌레인 양 그렇게 더욱 뻔뻔스럽게 생겼더라고! 나는 그래서 그자에게 더욱 강하게 심문(審問)하였지.
"당신은 정년이 언제요?"
겨우 고개를 든 그 자는 2~3년쯤 뒤라고 하더군. 순간 눈치가 9단인 나는 속칭 '감 잡았지'.
"옳아. 그러니까 정권이 바뀌기 전, 그러니까 메뚜기도 한철이랬다고 지금과 같은 요직에 있을 때 한몫 챙기자 뭐 이런 욕심이 발동한 게로군요? 그렇죠!"
그는 치명적인 급소를 찔린 자는 금세 요지부동(搖之不動)이 되듯 이후론 말 한마디조차를 못하고 다만 비지땀만 오뉴월에 얼음 녹듯 그리 흘리더군. 나는 내처 추상같은 훈계를 했지.
"그렇다면 당신은 국토해양부 직원이 아니라 '국토해칠부' 직원이었던 셈 아니요? 하여 당신에게 중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소!"
다음으로 내 앞에 선 이들은 저축은행과 연관된 부정과 부패, 그리고 얼추 마구잡이식으로 그 많은 돈을 빼먹은 후안무치한 자들이었어. 나는 역시도 내 '이름값'을 하고자 그들에게도 추상의 논지(論旨)를 하지 않을 수 없었지.
"없는 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기금 내지 적금, 혹은 보험의 개념으로까지 인식하곤 '차곡차곡' 쌓은 그 귀한 돈을 당신들은 그 반대로 '허겁지겁' 빼다 쓰는 말도 안 되는 작태를 벌였소. 고로 당신들을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이미 하늘이 알고 땅도 아는 바요! 더 할 말 있소?"
그들 역시도 자기들이 지은 죄는 알았던지 아무 말 못하고 그저 눈만 껌벅껌벅하더군. 이어서 맡게 된 사건은 적립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정작 대학 등록금은 매년 올려 대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그러고도 많은 돈을 빼돌린 모 사학재단의 관계자였어.
또한 위장 폐업을 하여 숱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시킨 악덕업주, 그리고 대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규모 동네 프랜차이즈 음식점들까지 망하게 만든 두 얼굴의 자본가들에게도 나는 마찬가지로 형량이 허용되는 범위를 총동원하고 여기에 나름 '국민실정법'까지를 연동(連動)하여 법정최고형을 '때렸지'.
재판을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오자 고교와 대학동창이기도 한 엄밀한(嚴密韓) 기자가 퇴근길에 술 한잔하자는 전화가 왔더군.
"좋지~."
우린 이따금 가는 삼겹살집으로 갔어. 근데 뭔 놈의 삼겹살이 한우 고기보다 비싼겨?!
"요즘엔 한우가 돼지고기 값보다도 못하다는데 식당에선 여전히 한우 가격이 강세니 이게 어찌된 일이야?"
밀한이 쓴웃음으로 말하더군.
"그게 바로 한국적 모순이자 괴리지. 그나저나 아까 자네의 판결 때 우리 신문사 후배기자가 취재를 갔는데 속이 다 후련했다고하더군. 자넨 역시 소문난 강골(强骨)이야! 하하~."
대저 칭찬이란 건 고래조차도 웃는 법이랬잖아? 그러하거늘 하물며 일개 나약한 인간인 내가 어찌 절친의 그런 칭찬에 기분이 나쁠 수 있었겠어.
나는 호탕하게 소줏잔을 들며 말했지.
"자네도 항상 꿈꾸는 세상의 이상이 있겠지만 나 역시 '내가 꿈꾸는 나라'가 있다네. 그게 뭔지 궁금치 아니한가?"
밀한의 귀가 토끼처럼 커지고 눈 또한 황소처럼 큼지막하게 바뀌더군.
"어서 말해보게!"
나는 소주를 단숨에 들이켜곤 내 입에 모터를 장착했어.
"나는 평소 부정부패를 모르는 최고의 청정국가인 핀란드를 흠모하네! 우리나라의 최종지향점 역시 어쩌면 핀란드가 될 수도 있음이겠지. 하지만 나나 자네가 보기로도 이같은 어떤 염원과 희망은 과연 달성 가능한 것일까? 소위 빽 있고 돈까지 많은 자는 이를 빌미로 하여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축적하려 눈이 벌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지."
"맞아."
"어디 이뿐인가, 과거엔 아무리 어려웠어도 본인만 열심히 하면 출셋길이 보장돼 있었지."
"우리가 그런 케이스 아니던가?"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수재일망정 자녀를 어려서부터 남들처럼 무한경쟁에 매몰된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in 서울' 대학으로의 입성은 언감생심이 되었어. 어디 이뿐이던가?"
한 잔 더 마시고.
"고착화된 우리 사회 빈부의 격차와 갈등은 마치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도 같은 막강하고 육중한 철옹성이 된 지 오래지. 또한 한 번 노동자는 그 길로 평생 가고 아울러 비정규직은 역시도 죽도록 비정규직이란 주홍글씨의 낙인이 찍히는 그런 실로 불행하고 살벌한 시절로 변질되고 말았지."
"자네, 판사 그만 두면 이담엔 작가 하게나."
"그럴 맘도 없지 않아 있긴 하네, 하여간 마무리를 짓겠네. 누구라도 이심전심이겠지만 나 또한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 중 하날세. 하여 청정국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합리적인 정책과 균등한 복지수준, 그리고 제반의 생활조건 따위에도 고루 만족하는 그런 나라의 건설과 정립이 당연하다는 건 예전부터 내 불변의 어떤 사상이자 철학일세."
"또?"
"근데 이러한 다짐이 성사되려면 공직자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사회지도층들 모두가 평소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는 결코 가지 않는다'는 어떤 강골이 관건(關鍵)으로 고착돼야 한다고 봐. 그렇지만 이같은 바람이 그러나 지금으로선 여전히 스쳐 지나가는 뜬구름에 머물고만 있으니 내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옳은 소릴세. 우리나라엔 양두구육(羊頭狗肉)과 벌제위명(伐齊爲名)의 모리배(謀利輩)들이 너무도 많아! 과거 이승만이 일제의 잔재를 척결하지 못 하여 여전히 국민적 통분이듯 부정부패는 기필코 일벌백계(一罰百戒) 아니라, 그 몇 백 배의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구!"
"그러하기에 자네와 같은 언론(인)도 있는 거 아닌가?" "하하하~ 이번엔 자네가 날 칭찬하는 거야?" "우리 그만 일어나세. 끝으로 나는 명불허전(名不虛傳) 외에도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란 또 다른 좌우명을 소유하고 있다네. 우리 앞으로도 진정 '내가 꿈꾸는 나라'의 오롯한 정착을 위해 더 노력하세나."
"당근이지~!" 덧붙이는 글 | '내가 꿈꾸는 나라' 응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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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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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국토해양부가 아니라 '국토해칠부' 직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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