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과 시민들이 17일 오후 서울광장 앞 도로를 점거한 채, '남은 임기 1년이다, 대학생의 심판이 다가온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어보이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과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이날 집회에서 오는 24일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 정당과 학계 등 사회 각계를 아우르는 '반값등록금 1000인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청계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반값등록금 실현 방법을 토론하고 그 내용을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취지다.
박 의장은 이날 집회에서 "반값등록금을 실현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확인됐지만 정부와 한나라당, 대학 당국은 서로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24일 많은 시민들이 모여 정말 민주적으로 토론해 모은 의견을 가지고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당 대표자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1000인 원탁회가 매우 기대된다"며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저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숭고한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현재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등록금을 '천천히 하자'고 말하며, 대학의 구조 문제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정부가 책임지는 고등교육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탁회의에 한나라당과 정부가 나온다면 이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침묵을 지켜오다 최근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 공약을 인정하자 입을 열고 있다. 이 대통령은 17일 '민생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교과부 장관이 해야 할 역할은, 반값 (등록금)이 안 된다고 알면 이 기회에 새로운 대학의 질서를 다시 만들고, 대학 교수들도 새로운 자세로 일해야 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총장들은 등록금을 받고 정부에 로비해 연구비 타서 연구하는 것처럼 하고 학교에 써오지 않았느냐"며 "교과부 장관은 이번 기회에 그런 것까지 제대로 하면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 "살인적 등록금으로 학업포기, 공정사회 아니다" 이날 집회에서는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 스님의 영상 메시지도 상영됐다. 명진 스님은 "대학이 이익집단이 돼 기업과 다를 바 없다"며 "학생들이 살인적인 등록금 때문에 학문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사회는 공정하지 않은 사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분명히 바꿔야 한다, 대학생들이 가열찬 투쟁으로 반값등록금을 꼭 실현시키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한편, 한대련은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대학생 농촌활동의 출정식을 1000인 토론회 자리에서 열고 전국 각지로 흩여져 농민들과 연대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어 농활기간 동안 각 학교별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29일 농민들과 함께 상경해 청계광장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집회를 연다.
오후 9시 40분께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을지로와 시청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에 참가한 인원은 약 500여 명이다. 경찰은 행진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았지만 도로가 점거되는 상황에 대비해 대규모 병력을 도심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기사 1신 보강 : 17일 오후 2시 45분]기말고사 끝났다, 촛불 종강파티 하자!"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주최 측 추산 연인원 5만여 학생과 시민이 청계광장에 모인 지난 10일.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음 주 금요일까지 반값 등록금에 대한 답을 달라"고 일종의 '최후통첩'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인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정부가 정책을 한 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17일 오후 7시. '미친 등록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과 시민이 또 한 번,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 실현을 요구하며 대규모로 촛불을 든다.
지난 10일 이후 한창 기말고사 기간인 '후배'들을 위해 학부모 단체 등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청계광장을 지켜왔다면, 이날 집회에는 기말고사를 끝낸 대학생들이 '촛불 종강파티'를 열 계획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영보이즈 등이 '종강 축하 공연'을 펼친다. 지난 10일 집회 참가자들이 함께 만든 윤도현 밴드 <나는 나비> '립덥(Lip-dup, 립싱크와 더빙의 합성어)' 영상도 상영된다. 이날 집회는 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 그리고 야 5당(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이 공동주최한다.
안진걸 등록금네트워크 간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7일에는 촛불종강파티를 하고, 오는 24일에는 청계광장이나 시청광장에서 시민들이 반값등록금 해법에 대해 집단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10일 '1차 촛불'과 마찬가지로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에서는 이날 오후 5시, 광화문 KT 앞에서 야간 촛불집회 선동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한편, 비싼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몇몇 대학에서는 장학금 혜택 확대 등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법인화 논란'으로 몸살을 잃고 있는 서울대는 부모 소득수준이 하위 50%인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감면해주는 장학제도 개편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역시 5년 내에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을 현재의 31%에서 40%로 확대해, 학부 학생 1인당 실질 등록금 부담액을 100만 원 이상 낮출 계획이다. 홍익대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반값만 부담하도록 하는 장학금을 신설해 2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예산 50억 원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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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촛불... 1000인 대토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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