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1.06.17 15:20수정 2011.06.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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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농업공원에서 열리는 모내기체험 행사 참석 중에 아들이 다니는 원주의 대안학교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다한아버님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네, 말씀하세요.'
학교 인근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아들이 깨진 유리병에 손을 다쳤다고 한다. 뼈가 보일 만큼 깊이 찢어져서 신경조직이 끊어졌다면 수술 후에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가까이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에 그렇게 하자며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알려줬다.
흥겹게 모내기체험 행사를 하는 주민들 중에는 맨발로 논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농촌에서 모내기를 하다가 유리조각에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는 뉴스도 떠오르고, 결혼 전에 친구들과 놀러갔던 강에서 깨진 음료수병에 발뒷꿈치 살이 움푹 파인채 피를 흘리던 어느 청년의 발목을 수건으로 감싼 채 병원으로 보냈던 기억도 되살아나 소름이 돋았다.
강과 계곡을 찾아서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철이면 깨진 유리병 조각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일부러 병을 깨서 버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유리로 된 술병을 버리고 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물가에 버려진 유리병은 비가 오거나 물에 휩쓸려 돌에 부딪혀 깨지면 위험한 흉기가 된다.
저녁 7시쯤, 학교선생님의 차를 타고 병원응급실에 도착한 아들은 환자복에 슬리퍼를 신은채 왼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옷이 젖은 채로 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환자복을 빌려 입었다고 한다. X-RAY 촬영으로 유리조각이 있거나 뼈를 다쳤는지 검사를 한 후에,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기 위해서 세 시간이 넘도록 응급처치실에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병원 업무가 끝난 뒤라 응급실 당직 의사들 외에 전문의사는 없는 것 같았다.
오후 10시를 넘겨서 찾아온 의사는 아들의 찢어진 손을 벌려보고 손가락의 움직임과 감각여부를 확인할 때 마다 아들은 통증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경손상에 대해 물었으나 의사는 쉽게 답을 주지 않아서 불안하기도 했다. 다른 의사가 와서는 손에 마취를 한 뒤에 상처부위를 다시 벌려서 확인을 하고 기다리다 또 다른 의사가 와서 진료를 하더니 중요한 신경은 괜찮은 것 같다며 상처 부위를 꿰맸다.
자정이 되어서야 병원을 나서면서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손을 다치게 한 물 속에 남아 있을 유리병 조각에 누군가 또 다칠 수 있겠다는 염려가 들었다. 때문에 아들에게 학교로 돌아가거든 유리 조각을 찾아내라고 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되면서 아들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놀이 할 곳에 유리조각과 같은 위험한 것들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버려진 유리병을 줍거나 버리지 않는 의식이 중요하다. 또한 계곡이나 유원지등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에서도 위험이 될 만한 요소들을 찾아내서 제거하는 일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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