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깃발 아래 앉아있는 연세대 학생들
허진우
우리가 재학 중인 연세대학교만해도 총학생회의 지도에 따라서 150여 명의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우리처럼 총학과 함께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우리학교에서 참석한 학생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이와 같은 지적이 이 기사를 작성한 변윤재 기자에게 실망한 유일한 이유가 아니다. 사실관계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로서 자격미달이기는 하지만, 사회·정치 분야를 다루는 기자가 보여주는 사고의 단순함은 우리에게 '기자가 이래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했다.
변윤재 기자는 이 집회가 대학생 이외의 정당, 시민단체, 노조 등이 참가했고, 집회의 구호가 반값 등록금을 지나쳐 생활임금과 같은 분야로 넘어갔기에 진정성 없는 정치적 선동에 의한 집회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규정 저변에는 반값 등록금이 대학생들에게만 한정된 문제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현재 반값 등록금 이슈가 무엇을 문제시 하고 있으며, 반값 등록금이라는 의제가 등록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전반,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 전체의 사회구조의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있음을 전혀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시각은 사회학적 상상력, 혹은 사회학적 추론 능력을 담고 있지 않은 것이다.
현재 반값 등록금 요구에 대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반론 두 가지는 '1. 대학교육은 개인의 선택이다. 2.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과는 다르게 등록금에 대한 지원이 힘들다'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반론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을 결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포디즘에서 포스트포디즘 사회로 변화해왔다. 즉,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정년을 보장하고 평생 동안 고용하던 사회에서, 노동자를 젊을 때 비정규직으로 잠깐 쓰고 나이가 들면 다른 젊은 노동자로 대체하는 사회로 변해 버린 것이다. 따라서 안정된 고용과 생활을 보장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줄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함과, 낮은 임금을 견뎌야 하는 '열악한 일자리'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드러내는 표현들이 비정규직, 사오정, 88만원세대 등이다.
괜찮은 일자리가 줄고 열악한 일자리가 늘어나니, 자연스레 괜찮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거기에 우리나라에서 고질적인 학력 차별이라는 변수와 대학교 수의 폭발적인 증가라는 변수를 더해보자. 이 상황에서 학생들 개개인, 혹은 학부모들의 시각에서 보면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까? 당연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결국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죄수의 딜레마와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서 모든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아무리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대학진학률이 80%대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고, 대학 교육이 모든 사람이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처럼 변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대학 진학률이 높으니, 대학에 진학한 것이 개인의 선택이니 하는 말은 무의미하다. 그러한 지적이 가능한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은 반값 등록금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분석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이라는 키워드, 또는 무상급식으로 화제가 됐던 보편적 복지라는 키워드로도 이 문제를 분석할 수 있고, 기회의 평등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라는 키워드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즉, 반값 등록금은 등록금을 낮추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등록금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같이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반값 등록금말고도 다른 이슈들이 집회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대학생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변윤재 기자는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등록금 핑계삼아 시위 목마른 이들의 한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