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개막, 19일에 폐막한 2011 서울국제도서전
김현자
"글쎄요. 예전 같으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오는 분들이 참 많았는데 올해는 별로 없어 썰렁하네요. 점점 갈수록 관람객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부스 값에 조명 설치비까지 합하면 수천만 원이 들거든요. 출판시장도 그리 좋지 못한데 수천만 원 들여서 참가할 필요가 있을까 올해는 솔직히 좀 고민스럽네요.내일(19일 일요일)이 되어봐야 확실한 결론은 내릴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느끼는 것은 그래요. 우린 재작년(2009년)이 제일 나았던 것 같아요. 어제 오후 아동관을 잠시 둘러봤는데 정말 많이 썰렁하더라고요."서울국제도서전은 대략 5~6일 동안 해마다 토요일과 일요일, 휴일 등을 끼고 열리는데, 그동안 토요일에는 평일보다 1~2시간 연장전시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동안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나 국경일 등의 휴일에는 관람객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이번 토요일은 예년과 달리 '썰렁하다' 생각될 정도로 관람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만 그리 느끼나?' 낯익은 출판사에서 나온 사람에게 "이번 전시 어떤것 같아요?"라고 물었더니 출판 관계자인 그는 위와 같이 말했다. 왜 그럴까? 몇 사람에게 물었는데, 어떤 사람은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입장료 때문이라고, 또 어떤 사람들은 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가 물가까지 비싸 그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래는 그들의 말을 정리한 것.
"입장료 내고 보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출판사 관계자 A : "책은 다른 상품들과 다른 '문화상품'이잖아요. 그런데 이처럼 입장료를 꼭 받아야 하나 싶어요. 도서전 취지가 판매보다는 홍보가 우선이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돈 내고 와서 책 사라고 하는 것 같아 좀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우리 같은 출판사 관계자들이나 참가사들의 초대권을 받은 사람, 사전 등록을 한 사람들은 무료잖아요. 사실 일반 독자들은 사전 등록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결국 순수한 독자들이 주로 입장료를 내고 있다는 거지요. 한마디로 우리가 잔칫상 차렸으니 손님들은 돈 내고 와서 사가라. 그런 꼴이라고 할까요?"
출판사 관계자 B : "작년 재작년에 입장료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왔던 사람들 중 이왕 왔으니 입장료 내고 봤던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들 중 입장료를 내고 볼 만큼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사실 해마다 언론들이 지적하잖아요. 도서전이 별다른 성격이 없다고. 사실 볼 것 없는데 입장료까지 내고 보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출판사 관계자 C : "우리(아동물 출판사) 같은 경우 아이들 데리고 오는 관람객들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입장료에 차 가지고 오면 주차비에, 아이들 밥 사먹여야지, 군것질거리도 사줘야지, 책도 사줘야지, 아무리 안 들어도 십만 원은 든다는 건데, 솔직히 요즘과 같은 물가에 주부들에겐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요.우리나라 사람들은 경기가 안 좋으면, 꼭 읽지 않아도 되는 책 값부터 아낀다잖아요. 우리나라 주부들은 자기에 대한 투자는 안 해도 애들 책은 사준다는데 요즘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출판사 관계자 D : "사실 입장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크지 않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좀 기분 나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명이 올 경우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아까 보니까 천 원에 입장료를 판다는 암표 상인들까지 있더라고요. 참 서글픈 현실이죠. 어이없고요. 이 정도라면 폐지해야 하지 않겠어요?"암표 상인을 봤다는 뜻밖의 말에 솔직히 '설마?' 싶었다. 하지만 입장하기 직전 "제게 표 한 장이 남거든요. 함께 들어가셔도 될 텐데"라는 내 말에 기분 나쁘다는 듯 쳐다보던, 어떤 여자의 표정이 비로소 이해됐다. 난 사전등록을 했기 때문에 동반 1인까지 무료였다. 설핏 아깝다는 생각에 순수한 의도로 제안했는데 그 여자는 아마도 날 암표장사로 봤나보다.
왜 입장료를 받는가? 꼭 받아야 하는가? 이에 "시간을 때우고자 오는 관람객들을 줄여 관람환경을 개선함과 함께 관람객이 얼마나 되는지 미리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전시 환경 등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대답했는데, 글쎄? 정말 그럴까? 시간 때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관련기사 :
아쉬움 여전한 국제도서전, 그래도 볼 것 많아)
내가 만난 분들의 말이 참가자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입장료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암표를 파는 사람까지 있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경제적인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답변처럼 정말 관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말이다. 2009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서울역사박물관 등은 무료관람권을 배부하고 있다. 관람객도 늘리고 이용자 수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