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내고 보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2011서울국제도서전 관람기] 주말에도 썰렁...소문난 '책 잔치'에 먹을 것 없네

등록 2011.06.21 17:01수정 2011.06.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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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제17회 서울국제도서전(서울 삼성동 코엑스, 15일~19일)에 갔다. 책을 좋아하는지라 5, 6년 전부터 해마다 관람했지만, 올해는 쉽게 시간을 낼 수 없어 망설여졌다. 국내 최대 '책 잔치'라는데, 최근 몇 년 바쁜 시간을 쪼개 꼭 가야 할 정도의 특별한 가치를 거의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그냥 지나치기에는 좀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폐막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


 6월 15일 개막, 19일에 폐막한 2011 서울국제도서전
6월 15일 개막, 19일에 폐막한 2011 서울국제도서전김현자

"글쎄요. 예전 같으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오는 분들이 참 많았는데 올해는 별로 없어 썰렁하네요. 점점 갈수록 관람객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부스 값에 조명 설치비까지 합하면 수천만 원이 들거든요. 출판시장도 그리 좋지 못한데 수천만 원 들여서 참가할 필요가 있을까 올해는 솔직히 좀 고민스럽네요.

내일(19일 일요일)이 되어봐야 확실한 결론은 내릴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느끼는 것은 그래요. 우린 재작년(2009년)이 제일 나았던 것 같아요. 어제 오후 아동관을 잠시 둘러봤는데 정말 많이 썰렁하더라고요."

서울국제도서전은 대략 5~6일 동안 해마다 토요일과 일요일, 휴일 등을 끼고 열리는데, 그동안 토요일에는 평일보다 1~2시간 연장전시를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동안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나 국경일 등의 휴일에는 관람객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이번 토요일은 예년과 달리 '썰렁하다' 생각될 정도로 관람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만 그리 느끼나?' 낯익은 출판사에서 나온 사람에게 "이번 전시 어떤것 같아요?"라고 물었더니 출판 관계자인 그는 위와 같이 말했다. 왜 그럴까? 몇 사람에게 물었는데, 어떤 사람은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입장료 때문이라고, 또 어떤 사람들은 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가 물가까지 비싸 그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래는 그들의 말을 정리한 것.

"입장료 내고 보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출판사 관계자 A : "책은 다른 상품들과 다른 '문화상품'이잖아요. 그런데 이처럼 입장료를 꼭 받아야 하나 싶어요. 도서전 취지가 판매보다는 홍보가 우선이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돈 내고 와서 책 사라고 하는 것 같아 좀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우리 같은 출판사 관계자들이나 참가사들의 초대권을 받은 사람, 사전 등록을 한 사람들은 무료잖아요. 사실 일반 독자들은 사전 등록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결국 순수한 독자들이 주로 입장료를 내고 있다는 거지요. 한마디로 우리가 잔칫상 차렸으니 손님들은 돈 내고 와서 사가라. 그런 꼴이라고 할까요?"


출판사 관계자 B : "작년 재작년에 입장료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왔던 사람들 중 이왕 왔으니 입장료 내고 봤던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들 중 입장료를 내고 볼 만큼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사실 해마다 언론들이 지적하잖아요. 도서전이 별다른 성격이 없다고. 사실 볼 것 없는데 입장료까지 내고 보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출판사 관계자 C : "우리(아동물 출판사) 같은 경우 아이들 데리고 오는 관람객들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입장료에 차 가지고 오면 주차비에, 아이들 밥 사먹여야지, 군것질거리도 사줘야지, 책도 사줘야지, 아무리 안 들어도 십만 원은 든다는 건데, 솔직히 요즘과 같은 물가에 주부들에겐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기가 안 좋으면, 꼭 읽지 않아도 되는 책 값부터 아낀다잖아요. 우리나라 주부들은 자기에 대한 투자는 안 해도 애들 책은 사준다는데 요즘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출판사 관계자 D : "사실 입장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크지 않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좀 기분 나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명이 올 경우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아까 보니까 천 원에 입장료를 판다는 암표 상인들까지 있더라고요. 참 서글픈 현실이죠. 어이없고요. 이 정도라면 폐지해야 하지 않겠어요?"

암표 상인을 봤다는 뜻밖의 말에 솔직히 '설마?' 싶었다. 하지만 입장하기 직전 "제게 표 한 장이 남거든요. 함께 들어가셔도 될 텐데"라는 내 말에 기분 나쁘다는 듯 쳐다보던, 어떤 여자의 표정이 비로소 이해됐다. 난 사전등록을 했기 때문에 동반 1인까지 무료였다. 설핏 아깝다는 생각에 순수한 의도로 제안했는데 그 여자는 아마도 날 암표장사로 봤나보다.

왜 입장료를 받는가? 꼭 받아야 하는가? 이에 "시간을 때우고자 오는 관람객들을 줄여 관람환경을 개선함과 함께 관람객이 얼마나 되는지 미리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전시 환경 등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대답했는데, 글쎄? 정말 그럴까? 시간 때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관련기사 : 아쉬움 여전한 국제도서전, 그래도 볼 것 많아)

내가 만난 분들의 말이 참가자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입장료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암표를 파는 사람까지 있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경제적인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답변처럼 정말 관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말이다. 2009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서울역사박물관 등은 무료관람권을 배부하고 있다. 관람객도 늘리고 이용자 수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같다.

 아트북 전시관
아트북 전시관김현자

 아트북 '18금 그림책' 일부. 예전보다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훨씬 많았다. 내눈에는.
아트북 '18금 그림책' 일부. 예전보다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훨씬 많았다. 내눈에는.김현자

관람객 위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내가 느끼기에는 예년보다 참여 출판사들이 많이 준 것 같다. 북아트 부스도 마찬가지. 전시 부스가 적어진 만큼 만날 수 있는 북아트 작품들도 줄었다. 하지만 북아트 세계를 잘 모르는 내게도 "그동안 많이 발전한 것 같다"는 느낌이 쉽게 전해질만큼 독특하고 예술성 넘치는, 눈길을 붙잡는 작품들은 예전보다 훨씬 많았다. 내 눈에는.

'18금 그림책'은 특히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표지만으로도 무언가 비밀이 많을 것 같은 책 두 권을 넘겨봤는데, 독특했다. 짜릿할 정도로, 다른 전시회에서 이분들 작품을 만나면 18금 붉은 글씨 작품이니 남세스러울 거라 지레짐작 속단하지 말고 다가가 꼭 넘겨보시길! 그리고 아트북 작품을 넘겨볼 때는 장갑을 끼고 봐야 한다는 것을~!

"뭐야? 아예 대놓고 선교 활동을 하고 있군. 도서전에서까지 저렇게 선교를 해야 할 만큼 신도들이 없나 보지? 난 저렇게 염치없고 예의 없는 종교라면 절대 의지하고 싶지 않아."
"그러게 좀 지나친 것 같다. 좀 그렇다. 그지?"

북아트 작품들을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노래 소리가 들려 호기심에 발길을 돌려 다가가 보니 모 종교서적 출판사. 낯익은 영화배우까지 앉아 있고 그래서 별다른 생각 없이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섰는데, 나처럼 구경하던 여자들이 이처럼 말을 주고받았다. 잠시 서 있는 동안 노래 몇 곡이 더 이어졌고 아마도 잘 아는 사람들인 것 같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어 자기들끼리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예년처럼 올해도 특정 종교 부스 배치와 행사가 지나쳐 눈쌀을 찌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년처럼 올해도 특정 종교 부스 배치와 행사가 지나쳐 눈쌀을 찌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김현자

"솔직히 어쩔 수 없이 참지만 기분이 나쁘네요. 계속 듣다보니 시끄럽고 신경 쓰여요. 저게 선교활동이지 어디 전시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신입이라 도서전에는 처음 나왔는데 좀 실망스럽습니다. 사진 찍는다고 사다리까지 놓고 찍고 그러던데 좀 위험하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가만 보니까 욕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한 출판 관계자는 이처럼 말하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특정 종교 부스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많아 보인다. 그리고 이처럼 다른 참가자이나 관람객들을 배려하지 않는, 도서전인지 선교를 위한 장인지 알 수 없는 행사. 좀 지나치다 싶다. 잠깐 서 있는 동안 욕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다음에는 이런 부분도 좀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

도서전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책 관련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북한의 전통사찰>(양서재 펴냄)은 2011년 서울국제도서전과 함께 오래 기억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분단 65년, 그동안 가볼 수 없었던 북한의 사찰들을 촬영, 10권으로 묶은 것이라 책의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김현자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김현자

"주최 측에 바라는 점이요? 글쎄요. 제 기억이 맞다면 작년에는 앉을 자리(의자)가 여기저기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의자가 거의 없네요. 보이지 않아요.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좀 많이 불편할 것 같아요.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관람객 사정을 헤아리지 않은 것 같아 좀 아쉽고 그러네요." 

한 출판사 관계자의 말이다. 어느새 전시를 마감하는 8시 직전, 4시간 넘도록 한 번도 앉지 않고 구경만 했기 때문인지 다리가 좀 뻐근하단 생각이 들었다. 커피 한잔 마시며 전시 안내 자료를 검토하고 꼭 보고 싶은 전시관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카페오레 한 잔을 샀지만, 앉을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앉지 않았다. 내년에는 관람 중 잠시라도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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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서년들에게 안중근 의사와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알리고자 방명록 서명 청소년들에게 정가 1만원의 안중근 관련 도서 증정 이벤트, 의미있는 이벤트였다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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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떠나 출간의 가치와 의미가 남다른 <북한의 전통 사찰>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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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을 불문하고 인기가 많았던 대장경 인경체험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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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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