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서먼의 책 표지달라이 라마의 오랜 백인 친구인 로버트 서먼의 '달라이 라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표지
김영사
그런 잡 생각에 빠져 있는데 얼마전 로버트 서먼의 '달라이 라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킬빌'을 포함해 독특한 우먼파워를 가진 우마 서먼의 부친이라고 한다. 부녀 관계는 잘 모르지만 어떻든 개성있는 배우가 날 수 있는 토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20살에 갑자기 왼쪽 눈을 잃은 저자는 인도로 떠나 그곳에서 달라이 라마에게 공부하며 인연을 갖는다. 이후 지속적으로 달라이 라마와 인연을 쌓으면서 서구에 달라이 라마의 정신을 심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1964년 스물아홉 청년인 14세 달라이 라마를 처음 만나서 서양인으로는 첫 비구계를 받았는데 이후 세속으로 왔다가 1971년에 다시 만나게 된다. 서먼은 달라이 라마의 영적 성장에 깊은 인상을 받고 더욱 깊은 인연이 되어 달라이 라마의 활동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의 앞 부분에서 가장 눈에 뛰는 것은 처음에 언급한 종교의 위상에 관한 이야기다. "'불교'는 수적인 강세를 추구하고, 체계적인 다른 세계 종교들과 위세를 겨루는 일종의 세계적 조직이 아니다. 불교는 대대로 전해진 교화 및 점진적 의식개발 운동으로, 사람들이 어떤 이념에 젖어 있는지와 상관없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교화할 길을 모색한다. 그것은 무욕과 전 세계적 상호 소통의 현장을 다루는 가르침이다."(51페이지)는 말은 다소 주관적이지만 불교의 평화로운 부분을 잘 말해준다.
특히 그에게 달라이 라마에게 세속적 욕망에 관해서 물었을 때 꿈속에까지 '내가 달라이 라마지!'라는 강박에 매여 있지 않은데 공감한다. 또 다양한 각도에서 달라이 라마의 역할들을 조명해준다.
나 역시 달라이 라마가 지향하는 비폭력주의의 가치를 수긍한다. 라싸의 가장 큰 사찰인 조캉사원의 앞에는 '티베트인들은 위대한 티베트 땅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며, 중국인들은 위대한 중국 땅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중국에게 권하는 5단계 진행방안 등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쓰촨, 윈난 지역의 장족 지역을 포함한 지역을 묶어서 티베트 자치구로 정하고,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를 도입하고, 중국 이주민과 군대가 철수(국경수비대 제외)하고, 달라이 라마와 관계 개선을 말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은 대 티베트 자치구를 만드는 것부터 전혀 의향이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도 이런 현실에 대해서 그는 이미 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때문에 한탄과 같은 넉두리를 밷어내기고 한다.(322페이지 중간) 하지만 그러면서도 후기에서는 다시금 희망을 말한다.
전체적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고 14세 달라이 라마를 통해 티베트 문제 전반을 풀어내는 이 책은 내공이 깊다. 또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사상이나 환경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들을 확인한 것은 안타까운 수확인 것 같다.
달라이 라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로버트 서먼 지음, 문정희 옮김,
김영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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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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