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과 참여연대, KT노동인권센터,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 대표들이 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KT 민영화 폐해와 대안 토론회'를 열고 통신산업 민영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시연
가계 통신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KT(옛 한국통신),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 등 민영화된 통신기업을 다시 공공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변과 참여연대, KT노동인권센터,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은 2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KT 민영화 폐해와 대안 토론회'를 열고 KT 노동자 인권 탄압 실태와 통신 산업 개방에 따른 국부 유출, 통신비 인하 문제 등을 따졌다.
"통신산업 민간 독점으로 소비자 피해... 다시 공기업화해야"정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기획국장은 "KT가 사유화되는 과정에서 6만 명이 넘던 노동자가 3만여 명으로 줄었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산간도서나 벽지 망을 철수하는 등 통신서비스 질은 떨어졌다"면서 "KT는 수십 년간 정부가 국민 자산으로 만든 기업으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한 만큼 다시 공기업화해 보편적 기간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역시 "네트워크(망) 산업은 특성상 자연 독점을 띨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민영화된 통신 시장도 민간 독점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담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민간 독점보다 국가 독점이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실제 통신사들이 민영화한 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수익성 강화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의 결과 발생한 이익 상당 부분이 주주 배당 형태로 해외 자본으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기업인 KT-SKT 10년간 5조 원 국부 유출"KT의 경우 2002년까지 평균 14.68% 수준이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총액)이 민영화된 2003년 이후 평균 51.43%으로 크게 증가했고 외국인 배당률도 58.85%에 달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배당총액은 4조 4000억 원인 가운데 외국인 배당액은 2조 3983억 원에 달했다. SK텔레콤 역시 같은 기간 배당총액은 5조 3785억 원이었고 외국인 배당액은 2조 7440억 원이었다. 양사를 합칠 경우 5조 원이 넘는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통신비를 못 내리는 진짜 이유는 해외투기자본 고배당과 통신사업자간 출혈 경쟁을 통한 마케팅비 폭증 때문"이라면서 "KT와 SKT 공기업화하면 지난해 양사 합쳐 1조 2557억 원에 이르는 배당을 1조 원 이상 줄이고 5조 8301억 원에 이르는 연간 마케팅 비용도 줄여 통신 요금 인하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공기업화에는 현재 국회 비준만 남겨둔 한미FTA가 변수다. 김석형 새세상연구소 연구원은 "한미FTA 체결되면 '역진 불가' 조항 때문에 외국인이 투자한 기업을 재공기업화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통신 개방이 되면 통신 인프라 공공성 유지를 위한 통신 정책이 어려워지고 저렴한 가격으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면서 한미FTA 비준 저지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김 연구원은 "KT의 경우 1대 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 지분 8.26%를 지렛대로 10%만 공적기관에서 매입하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고 SK텔레콤은 시가총액 40% 정도만 확보하면 된다"면서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 KT 재공기업화를 시도했다 무산됐지만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재국유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신비 책정에 국민 개입 필요... '반값 통신비' 운동 전개해야"이날 휴가를 내고 토론회에 참석한 KT 직원 이해관씨는 "글로벌 기업이 된 포스코와 달리 KT는 국내에서 돈을 벌어 외국 자본에 보낸다는 게 문제"라면서 "해외 자본을 유치해 투자를 늘린다는 애초 민영화 논리와 달리 2003년 이후 마케팅비와 광고 선전비는 급속히 증가하는데 비해 투자비는 감소하고 있고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CI(로고)가 4번이나 바뀌는 등 엉뚱한 데 사용되고 있다"고 따졌다.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KT 민영화 과정은 민주노조의 패배와 현장 장악력 무력화 과정과 일치한다"면서 "KT 내부 동력만으로 어려움 봉착해 내부 견제 세력인 민주노조 설립을 시민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시민사회 협력을 당부했다.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KT 회장 인선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해 지금도 정부에서 통신비 내리라고 하면 이석채 회장이 내려야 하는 구조"라면서도 "요금 인하를 청와대에게 맡기기엔 신뢰 관계가 무너진 만큼 통신비 책정 과정에 이용자가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반값 등록금'에 이은 '반값 통신비' 인하 운동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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