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이원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대부분은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40대 허리춤에 접어든 여자들이다
문학들
"하루하루가 태풍이 몰려오는 먼 바다의 파도 같았습니다. 출렁이는 파도에 멀미를 하며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 책을 엮으며 알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허방에 서 있듯 위태로우면서도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다처럼 지켜봐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작가의 말' 몇 토막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길을 묻다'가 당선되면서 글동네에 첫 발을 들여 놓은 작가 이원화. 그가 첫 단편집 <길을 묻다>(문학들)를 펴냈다. 이 소설집은 작가 스스로 겪었던 이 세상살이에 대한 속내 깊은 슬픔이자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새로운 물음표다. 단편 '길을 묻다'에서 '나'가 김 기자에게 "사랑을 믿으세요?"라고 물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소설집에는 단편 7편이 마치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숱한 생명들 몸부림으로 파닥거리고 있다. 이 단편들은 간혹 혼돈과 불안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기도 하고, 조개가 되기도 하고, 파래가 되기도 하고, 불가사리가 되기도 한다. '길을 묻다', '나무들이 서 있는 풍경', '늘 그런 것', '그곳이 어딘지', '그 눈빛의 깊이는 얼마였을까', '하루', '파문'이 그것.
작가 이원화는 "'죽음'이라는 화두에서 시작해 이와 연결된 현실적인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되짚는다. 그는 "혼돈과 불안 속에서도 최소한의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삶을 주로 다뤘다"며 "우리 사회가 어쩔 수 없이 처한 부조화의 삶으로 고통을 겪는 여성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위로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고 못박았다.
생활전선에 뛰어든 40대 여성들이 겪는 사랑"그때는 몰랐다.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걸. 용재를 사랑했으므로, 사랑으로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숙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 스스로 옷고름을 자르지 않으려고 오늘까지 버텨온 미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숙은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남편의 손길에서 느껴지던 뱀 같은 차가움이 아닌..."- '그곳이 어딘지' 몇 토막이원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대부분은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40대 허리춤에 접어든 여자들이다. 여기에 죽은 남편에 대한 애틋한 기억, 다른 남자와 만남 그 사이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여자, 남편이 있어도 외롭고 괴로운 삶을 견디며 살아가는 그 40대 여자들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그리는 40대 여성들이 은밀한(?) 사랑타령을 하거나 이상한 감정놀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 사별한 여자가 겪는 고통을 다룬 단편 '길을 묻다'에 나오는 주인공은 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단편 '늘 그런 것'에 나오는 여자 이경, 단편 '파문'에 나오는 여자 현금은 대형 스포츠센터 수영장 관리업무를 맡은 직장여성이다.
단편 '그 눈빛의 깊이는 얼마였을까'에 나오는 인경은 보험회사에서 신입보험사원들을 교육하는 교육업무를 맡고 있다. 단편 '그곳이 어딘지'에 나오는 미숙은 시숙과 윗동서가 꾸리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단편 '나무들이 서 있는 풍경'에 나오는 희수와 은서, 미정은 봉제공장에서 '공순이' 생활을 하다가 동네식당 혹은 어부 아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사랑이 미안이 되는 새로운 날들에 대한 애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