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밭멧돼지에 의해 파헤쳐진 고구마밭 일부
홍광석
농촌에서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의 피해는 심각한 정도를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멧돼지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농민들이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농민들에게 권하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지만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 번 가입하면 계속 보장되는 보험이 아니라 당해 연도의 농작물 피해에 한정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소득이 괜찮은 농민들에게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우리역시 보험 가입을 않았기에 보험회사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직접 도움을 바랄 형편도 아니다. 산사태, 홍수 등과 같은 이유로 농작물이 피해를 받은 경우에도 100평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만 보상한다는 규정도 우리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마을의 노인이 피해를 입었기에 신고를 했더니 읍사무소에서 나온 공무원은 100평이 안 된다며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아마 우리역시 읍사무소에 신고를 해도 보상은 무망할 것이다. 금년 음력 6월의 토정비결이 나빴다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험 많은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멧돼지는 한 번 눈여겨봐둔 곳은 집요하게 달려든다고 한다. 그러니 금년 고구마 농사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콩이나 심으란다. 가을 수확을 앞두고 당했다면 속이 더 상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한 것만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수, 가뭄, 냉해 등 자연재해는 농민들에게 어쩔 수 없는 재앙이다. 농작물을 초토화시키는 갖가지 병충해는 농민들의 일차적인 적이다. 거기에 지금 산간 농촌 마을에서는 타협이 불가능한 멧돼지라는 또 하나의 적과 대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