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용역들 앞에서 중간고사 공부, 강적이군

[나는야 엄지짱] 한진중공업에서 시험공부 하며 시위하기

등록 2011.07.06 10:52수정 2011.07.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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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파업 중인 한진중공업 공장안에 용역이 침탈했다. 실랑이를 벌이고 파업 중인 노동조합원들을 해산시키려 했다. 집이 부산이라 대학생 후배들이랑 소식을 듣고 한진중공업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한진중공업에 도착하였을 때는 용역과의 물리적 마찰은 끝난 상태이고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대로 조합원들을 외면하고 집에 가기 찜찜해 조합원 생활관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2008년엔 명박산성, 2011년엔 '한진산성' 제목의 기사를 통해 2박 3일간 나와 친구들이 한진 생활관에 머물며 조합원과 함께 했던 얘기를 실은 적이 있다.

너무 심심해서 중간고사 공부를 하다

 한진중공업에서 중간고사
한진중공업에서 중간고사배성민

당시 조합원이 파업하며 머물던 생활관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올라간 85호 크레인을 침탈되지 않게 가만히 앉아 지키는 게 일이었다. 20대 혈기왕성한 청년들에게 이 시간은 수업시간인 마냥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들과 함께 지루함을 이기고 싸워야 하는 대의는 맞지만 혈기왕성한 청춘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한진중공업 주변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기도 하고, 생활관에서 조합원들과 오목과 바둑을 두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시답지 않은 농담 따먹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생 후배 한 녀석이 다음 주에 시험이라며 자신은 공부를 좀 해야겠다며 연좌시위 현장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시위 현장에서 공부하는 그 놈이 대견하기도 하고 괜히 폼 한 번 잡는 것 같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엄지뉴스에 띄우면 대박이 날 것 같아 바로 사진을 전송했다.


결과는 대박! 사진에 등장한 친구는 지난 번 엄지뉴스에 출연했을 때 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라 기대하기도 했다. 사실 이 친구의 엄지뉴스 출연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선덕여왕이냐,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냐~' 라는 제목으로 이미 엄지뉴스에서 엄지짱으로 출연한 경험이 있는 친구이다. 이번에 연좌시위 현장에서 책을 펴 든 것도 엄지뉴스의 흥행을 노린 행동이라는 게 이후 밝혀졌다.

 ‘선덕여왕이냐,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냐~
‘선덕여왕이냐,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냐~배성민

1차 희망버스의 희망 그러나 다시 현실에 벽


이틀간 연좌시위 이후 전국 각지에 한진중공업에 연대하러 온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천여명 몰려왔다. 많은 참가자들 덕분에 6월 12일 새벽 용역을 한진 중공업 정문 밖으로 쉽게 쫓아낼 수 있었다. 희망버스는 한진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안기고 12일 오후 견우와 직녀가 이별하는 것과 같은 아쉬움 가득 안고 헤어졌다.

희망버스 이후 한진중공업의 문제는 전국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되었다. 언론, SNS 등에서 한진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 조합원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하였다. 하지만 사측과 정부의 대응은 더욱 강해졌다.

한진조합원들에게 사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가결 되어 6월 14일 월요일부터 법적 효력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주부터 한진중공업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관계자를 제외한 사람들이 출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사측에서 27일 행정대집행을 강행한다고 선포하며 공권력과 용역들이 합심하여 한진조합원들의 파업투쟁을 분쇄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일부 조합원들만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파업 투쟁을 지속하고 나머지 조합원은 나왔다.

또 채길용 지회장이 사측과 손을 잡으며 합의를 했다는 말이 현장에 흉흉하기도 했다. 이후 이것은 조합원들의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법적 효력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함께 싸웠던 동지에게 배신당한 남은 조합원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지회장과 집행부는 떠났지만 한진중공업 투쟁은 지속되었다. 85호 크레인에 김진숙 지도위원와 한진조합원 10여명이 계속 크레인 농성을 지속 중이다. 그리고 공장에서 나온 조합원 또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꾸려 85호 크레인 맞은편 신도브레뉴 아파트 앞 인도에서 철야 농성을 지속 중이다.

7월 4일 22명 연행... 2차 희망버스 끝장내야

 7월 4일 22명 연행된 현장. 85호크레인 신도브레뉴 아파트 앞
7월 4일 22명 연행된 현장. 85호크레인 신도브레뉴 아파트 앞배성민

신도브레뉴 아파트 앞에서 경찰과 마찰 없이 집회를 계속 해오다 7월 4일 저녁 집회에서 조합원과 시민 22명이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촛불집회는 한진 중공업 근처 인도 거리를 촛불을 들며 행진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는 방송을 하며 모두 연행해 갈 것이라 말하며 행진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연행했다. 총 22명이 연행되었고 17명 조합원 중 5명은 촛불시민이었다.

2차 희망버스에 1만 여명의 사람들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으로 9일 달려온다고 한다. 이번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투쟁을 끝내는 버스가 되었으면 한다. 1차 희망버스의 성과 또한 훌륭했지만 이번에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했으면 한다. 1박 2일 동안 한진중공업 문제를 끝내겠다는 마음, 끝나지 않는다면 올라가지 않고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희망버스에 탑승했으면 한다.

9일 부산 영도에서 역사의 드라마 한 편 찍으러 오이소!

 한진중공업 85호크레인.
한진중공업 85호크레인.배성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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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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