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동화집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책에는 김종만이 태어나 어린 날을 보낸 성골마을 아이들과 어른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종찬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이 땅의 어른들이 건강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에는 늘 혼자 노는 일 없이 모여서 함께 일하고, 놀고, 공부했죠. 서로 이기려고 경쟁하는 일 없이 오순도순 살던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이 동화를 읽고 앞으로 올 따스한 세상을 꿈꿔 보세요. 그러면 어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세상이 성큼 눈앞에 펼쳐지겠죠." - 김종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동화작가인 김종만(54)이 동화집 <봄 여름 가을 겨울>(고인돌)을 펴냈다. '살아 있는 글읽기'라는 앞글이 붙은 이 동화집은 계간으로 나오는 <어린이문학>에 연재한 동화를 한데 묶은 책이다. 이 책에는 김종만이 태어나 어린 날을 보낸 성골마을 아이들과 어른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봄 동화-꽃샘추위는 유난히 길었다', '여름 동화-그리운 저수지 둑', '가을 동화-가을이 왔네, 가을이 왔어', '겨울 동화-그 긴 겨울에 벌어진 일들'에 실려 있는 '봄이 늦게 찾아오는 성골마을', '여름엔 논으로 둔갑하는 저수지', '고추밭에 불났네', '도깨비한테 끌려간 수명이' 등 모두 15편이 그것.
김종만은 지난 6월 28일 저녁 6시 마포 태복빌딩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아이들은 사계절 자연 속에서 동무들과 신나게 뛰어 놀아야 몸도 마음도 머리도 쑥쑥 크고 철이 든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어릴 적 겪은 이야기를 거울삼아 재미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장편동화를 썼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가 펼쳐지는 성골마을은 저수지가 마을 중심에 있는 농촌"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마을 저수지를 중심으로 종만이, 광석이, 병석이, 근우, 수명이, 명선이 등 한동네 아이들은 자연을 놀이터 삼아 철따라 온갖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어울려 놀며 성장했다"라며 "때로는 배꼽 잡는 악동 짓을 하지만 때 묻지 않는 순수함으로, 물질문명과 학습경쟁에 찌들어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추억으로 남은, 우스꽝스럽고도 가슴에 맺히는 이야기"학교에서 점심 도시락을 못 싸온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팠다. 시내 쪽 아이들은 보리밥이지만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둔배미, 성골, 만가대, 방아다리 이런 마을 아이들은 도시락 싸오는 아이들이 드물었다. / 학교에서 옥수수빵을 나눠주었지만 항상 턱도 없이 부족했다. / 그래서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은 펌프로 물을 퍼 올려서 물배를 채우곤 했다." - '배고픈 아이들' 몇 토막이 동화집에 실린 봄 동화는 봄이 더디게 찾아오는 성골마을에서 아이들이 고무다리처럼 가라앉았다 올라오곤 하는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며 노는 이야기와 배가 너무 고파 자연이 주는 음식인 송키와 싱아, 갓 자란 칡넝쿨 순, 찔레순 등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는 이야기, 삶은 달걀을 들고 봄 소풍 가는 이야기가 어릴 때 추억을 부르고 있다.
여름 동화에는 여름이 되면 논으로 바뀌는 저수지에서 미꾸라지와 붕어, 민물새우를 잡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매듭을 묶은 풀에 걸려 넘어지는 근우 할아버지 이야기, 땅벌에 쏘인 뒤 땅벌집에 화약연기를 뿜어 땅벌 애벌레를 잡아 구워먹는 이야기, 집에서 키우던 토끼가 새끼를 낳은 뒤 죽은 이야기,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밥을 짓고 집안일 돕는 이야기 등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에 맺히기도 한다.
가을 동화는 고추밭에 고추들이 붉게 물들어 고추걷이를 하는 이야기, 과수원 똥통에 빠진 잊지 못할 이야기, 추수 이야기, 막걸리 먹고 모두 뻗은 이야기 등이 흑백필름으로 펼쳐진다. 겨울 동화에는 숨바꼭질을 하다 사라진 동무 이야기, 썰매를 하나씩 만들어 썰매놀이를 즐기는 이야기, 연 날리는 이야기 등이 시린 손을 호호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