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누고? 바빠 죽겠구만... 고마 끊자!"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 부모들이 바라본 한나라당 경선

등록 2011.07.07 21:57수정 2011.07.0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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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도 <오마이뉴스> 14기 인턴기자들의 부모님은 대한민국 곳곳에 살고 있었다. 정파성이 짙은 지역에 최근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라는 인물을 대입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전라도에선 홍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쇄신을 지지했고, 부산지역은 '잘 해보이소'라는 골 깊은 냉소의 반응이 나왔다.

[부산] "고마 우리는 실망 많이 했다 아닙니까"

a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가 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활짝 웃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가 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활짝 웃고 있다. ⓒ 남소연

부산에 사는 손형안 인턴기자의 아버지 손아무개(57)씨는 "홍준표 근마 원래 이름이 홍판표 아이가"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즈그집도 억수로 가난했데이. 뭐 지금은 잘나가는지 몰라도 옛날엔 그랬다. 지 스스로 변방 비주류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한나라당 계파구도의 절충안이지 않겠나 싶다. 그니깐 힘이 없다는 거지."

그는 현재 부산에서 한나라당의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놈들 뽑아주면 즈그끼리 알아서 다 해쳐묵는다아이가. 일단 되고 보자는 심보지 뭐. 그래서 작년에 난 부산시장 뽑을 때도 김정길이 뽑았데이. 이제 한나라당 절대로 안 뽑아줄 끼다."

격양된 감정으로 한나라당에 실망감을 나타낸 손씨와 달리, 역시 부산에 거주하는 김민석 인턴기자의 어머니 주아무개(54)씨는 '관심없다'는 투다.


"홍준표가 누고? 뭐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 됐다고. 그 누가하든 똑같다 아이가, 바빠 죽겠구만 뭘 그런 걸 물어보노. 고마 전화 끊자."

이처럼 부산 지역의 부모님들은 한나라당 자체에 실망을 보이거나 무관심한 반응을 나타냈다. 부산·경남은 한나라당 텃밭이지만 여당 지역구 의원들이 제대로 '텃밭'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강했다.


[서울] "친이고 친박이고, 다 그놈이 그놈이지"

"난 박근혜를 지지했는데. 여성 대통령에 긍정적이니까. 이번에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마음에 들고."

문해인 인턴기자는 평소 급진적인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시던 아버지 문아무개(52)씨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명박보단 박근혜가 좋으니까"라며 '하하' 웃는 문씨를 보며 문 인턴기자는 또다시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언제까지 우리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해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에 잠겨 있던 문 인턴기자에게 문씨는 "그런데 우리 딸 술 많이 취했구만?"이라며 말을 건넸다. 문 인턴기자는 '그러게, 내가 지금 밤 10시에 아빠한테 전화해 뭘 물어보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어쨌든 홍준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씨의 최종적인 답변을 듣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숙취로 쓰린 속을 안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문 인턴기자는 역시나 잠에서 막 깨어나 몽롱해 보이는 어머니 윤아무개(51)씨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개인적으로는 별로지 뭐. 친이 친박 몰려있지 않은 사람으로 뽑은 거라매. 원희룡은 친이의 대표주자고. 그래서 유승민인가 친박계가 2위 먹었다잖아. 엄마한텐 아무런 의미도 없어. 친이고 친박이고. 다 그놈이 그놈이고. 누룽지 끓여줄게."

윤씨는 숙취로 고생하는 문 인턴기자를 위해 누룽지 담은 냄비를 불에 올렸다.

문득 윤씨가 같은 여성으로서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해진 문 인턴기자는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근혜는 대통령 못해. 문재인이 나오든 어쩌든, 어떻게든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는 걸 막아야지."

문 인턴기자는 윤씨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을 지지했지만 오세훈 당선을 막기 위해 한명숙을 찍었던 것을 떠올리며 '엄마답다'고 생각했다.

a  첫날 회의부터 '계파 배제'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던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첫날 회의부터 '계파 배제'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던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경기] "홍준표는 모르지만 그를 지지하겠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이주영 인턴기자도 부모님에게 "홍준표 한나라당 새 대표를 아는가?"라고 물었다. 어머니 박아무개(50)씨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사람을 굳이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버지 이아무개(48)씨는 "이름은 알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홍 대표가 당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씨는 "현재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치우쳐 가고 있다"며 "홍준표 대표가 신주류세력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대항마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씨는 "한나라당은 40대 기성 유권자들을 의식해야 한다"며 "현상유지 및 안정에 중점을 두기 위해선 현 신주류 세력을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부모님은 한나라당 당원이다. 그들은 지금 한나라당이 가고 있는 방향이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집권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한나라당이 대변하고 있는 큰 기조와 가치엔 찬성하는 쪽이다.

[전북] "'비주류' 타이틀에 책임지는 행동 보였으면"

a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6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6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윤성원 인턴기자의 아버지 윤아무개(52)씨와 어머니 도아무개(52)씨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줄곧 2번을 선택했다. 늘 투표에 참여했지만 원하는 후보가 당선된 적은 거의 없었다. 또한 야구를 좋아하는 부모는 '뼛속까지'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다. 이처럼 지역색이 확실한 윤씨와 도씨에게 한나라당 경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도씨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대놓고 친이계는 아니어서 그나마 좀 나은 것 같다"고 답했다. 짤막하게 대답한 도씨에 반해 윤씨는 경선 결과를 제법 분석적으로 설명했다.

"홍준표는 그냥 임시대표 같아 임시. 아직 박근혜파가 살아 있잖아. 홍준표는 살아있는 박근혜파를 중간에서 관리하는 사람이야."

시종일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윤씨는 "정권 끝날 때면 친이계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나올 텐데 홍준표가 얼마나 잘 통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윤 인턴기자는 부모님에게 전라도 출신으로 홍준표 대표에게 바라는 점이 없는지 물었다. 도씨는 "기왕이면 당 대표 선거에 나온 다른 젊은 후보들이랑 잘 좀 지냈으면 좋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쪽에 별 관심은 없지만 굳이 얘기하자면"이라며 운을 뗀 윤씨는 "이전까지 홍준표 대표가 주류에게 던진 비주류적 발언들을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보였으면 한다"고 정곡을 찔렀다. 윤씨는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홍준표는 양쪽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

강유진 인턴기자의 아버지 강아무개(53)씨도 군산에서 나고 자란 전라도 토박이다. 선거 기간이면 가족에게 '2번'의 장점을 피력하는 민주당 지지자다. 민주당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 쯤은 된다고 믿는다. 강씨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어떻게 봤을까.

"7명의 후보 중 괜찮은 인물이 뽑혔다. 홍준표는 친박계라는 말도 듣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도 성향이다. 이번에 당선되며 계파 정치하면 공천 안 주겠다고 했다. 계파를 뿌리 뽑기는 어렵겠지만, 시도는 좋게 본다. 내년 대선, 총선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거다."

전라도 토박이 민주당 지지자의 반응 치고는 후하다. 홍준표 대표 선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물었다.

"중도는 중요하다. 한쪽으로 편향되면 나머지는 피해를 입는다. 정치는 소수의 피해자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4대강 재원 마련을 위해 다른 예산이 삭감됐다. 이러면 안 된다. 홍준표는 양쪽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이다."

강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사람이 뽑히는 게 바람직하다"며 "관심을 가져야 엉뚱한 인물이 안 뽑힌다"고 말했다. 그에게 정치는 배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를 정하는 키와 같다고 했다. 강씨는 여당의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14기 인턴기자들이 자신들의 부모님을 취재해 쓴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14기 인턴기자들이 자신들의 부모님을 취재해 쓴 기사입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경선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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